https://www.youtube.com/watch?v=GpzzsWgdq6g
https://www.youtube.com/watch?v=aj2IESFvbBE&t=137s
https://www.youtube.com/watch?v=0crII_wHwFM&t=725s
https://www.youtube.com/watch?v=VuoNfdMjUOw
https://www.youtube.com/watch?v=H1_7d3x4sZY
지리산 10·19 생명평화 기행
매주 목요일 순천 문예대학 강의하러 갈 때마다
여순항쟁 때 14연대의 지리산 입산의 길을 되새긴다.
일부러 구례군 간전면으로 돌아서 가다 보면
서정춘 시인의 시 한 편이 떠오른다.
‘죽편’이라는 최고의 명시도 있지만
때가 때이니만큼 ‘봄, 파르티잔’이라는
단 세 줄의 짧은 시가 목구멍 속에서
계속 찔레꽃을 피우고 가시를 틔운다.
꽃 그려 새 울려놓고
지리산 골짜기로 떠났다는
소식
20여 년 전에 처음 읽을 때는
너무나 짧아 ‘이 뭐꼬?’ 하고 멍하기만 했다.
하고픈 말 많아도 줄이고 또 줄이고,
깎고 또 깎아내며 남긴 단 세 줄,
꽃을 그리다니, 새를 울리다니?
그리고 ‘떠났다는 소식’ 이후에
끝끝내 돌아왔다는 얘기가 없는, 야속한 봄이다.
오늘은 지리산 10·19 생명평화기행 팀 40명을 만나
지리산 천은사에서 특강을 해야 하는데
이른 봄날 아침부터 마음이 무겁다.
최초로 지리산자락 한 바퀴를 걸어서 돌았던
2001년 지리산850리 도보순례가 생각난다.
그때 순례단장이 수경 스님이었고
나는 순례대장을 맡아 사전답사와 순례를 진행했는데
빗점골에서 최초의 공식적인 이현상 추모제를 지냈다.
지리산이며 새만금, 제주도와 경상도와 전라도 등
그 어디를 가나 모두가 학살터였으니
2003년 새만금삼보일배, 2004년 행명평화탁발순례까지
거의 날마다 천도재와 위령제를 지내야 했다.
지금 바로 오늘의 대한민국도 마찬가지 아닌가.
(2001년 서울의 이문재 시인도 16일 동안 끝까지 함께 걸었는데
그 지리산도보순례단들이 5월5일 함양에서 22년만에 만난다).
동학농민군-항일의병,
그리고 빨치산과 지리산 반달곰이
섬진강을 건너 백운산과 지리산을 들락거렸으니
그 이동 경로가 서로 다르지 않았다.
오고 가는 봄날이 이토록 슬픈 길을 내장하고 있다.
특강 끝나자마자 바이크 타고 안동으로
문상가야 하는데, 이 또한 아리고 슬픈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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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시>
찔레꽃
/이원규
아버지가 돌아왔다
제삿밥 물린 지도 오래
청춘의 떫은 찔레 순을 씹으며
뼈마디마다 시린 가시를 내밀며
산사나이 지리산에서 내려왔다
흑백 영정사진도 없이
코끝 아찔한 향을 올리며
까무러치듯 스스로 헌화하며
아직 젊은 아버지가 돌아왔다
어혈의 눈동자 빨간 영실들이야
텃새들에게 나눠주며
얘야, 막내야
끝내 용서받지 못할
차마 용서할 수 없는 내가 왔다
죽어서야 마흔 번
해마다 봄이면 찔레꽃을 피웠으니
얘야, 불온한 막내야
혁명은 분노의 가시가 아니라
용서의 하얀 꽃이더라
하마 네 나이 불혹을 넘겼으니
아들아, 너는 이제 나의 형이다
이승에서 못다 한 인연
늙은 안해는 끝내 고개를 돌리며
네 걱정만 하더라
아서라 에비, 애비!
나보다 어린 아버지가 돌아왔다
2023.4.23 페이스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