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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학교 직장 산악회
 
 
 
카페 게시글
개인산행 사진 or 후기 스크랩 2012년 6월 24일 강원도 정선 백운산
임경환 추천 0 조회 106 12.06.26 08:58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2012 6 24일 강원도 정선 백운산

 

코스: 점재마을-정상-제장마을

 

 

“백운산은 65km에 이르는 동강의 중간에서 동강을 따라

6개의 봉우리로 구성된다.

오대산에서 발원한 오대천과 정선의 조양강이 만나서 낳은 강이 동강이다.

나중에 동강이 서강을 만나서 남한강을 낳고

남한강은 북한강을 만나 한강을 낳는다.

강의 족보를 거슬러보면 결국은 산이 강의 어머니다.

태고에 산이 강을 잉태하고 키우지만

커버린 강을 산 또한 어쩌지 못하고 강을 건너지 못한다.

강 또한 아무리 거세진다 하더라도 자신을 낳은 산은 건너지는 못한다.

 

강원도 정선의 백운산

흰구름이 산꼭대기에 걸려 산을 적시고

그 하얀 구름이 물이 되어 산비탈을 타고 내려오면 푸르게 채색되어 동강이 된다.

푸른 동강이 게으르게 구불거리며

최대한으로 시간을 늘려 천천히 흘러가는 곳이 여기다.

 

파란 동강을 건너 점재마을로 가는 다리를 건넌다.

옥수수나 감자나 심던 전형적인 강원도 산골에 블루베리가 블루하게 잘 익어있다.

뭔가 싶어서 몇 알 따먹어봤다.

한여름 따가운 볕 아래 옥수수도 무럭무럭 자라고 감자도 꽃을 피우고

블루베리가 내게 몇 알을 적선하고도 가지에 가득하다.

 

점재마을 등산로를 찾아 헤매다가 마을사람에게 물어서 들어섰다.

객지에 펜션을 짓고 들어선 사람들이 가르쳐준 길이 어련하겠는가?

덕분에 으아리 넝쿨이 우거진 가파른 오름길을 간다.

원래 있던 길인지 앞사람이 오늘 만든 길인지 모르지만

길같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거 같은 길을 오른다.

백운산이 동강을 막아서는 단단한 절벽인 만큼 처음부터 무지 가파르다.

걱정은 않는다.

어차피 오르면 능선은 만나게 되어있으니까…….

 

오랜만에 사람이 다니지 않았거나 드물게 다닌 그 길을 가는 것도 좋다.

전혀 방해받지 않고 그 땅을 차지한 온갖 모양의 식물들이

무성한 가족을 이루고 자기들의 냄새를 뿜어낸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줄 알고 나리가 꽃잎을 발랑 까집고 있다가

깜작 놀라서 오무리지도 못한다.

태초에 생긴 진화되지 않는 식물들이 무성하다.

 

짙은 그늘과 처음 보는 식물들을 보느라 가파른 오름길도 아주 어렵지는 않다.

자꾸 오르면 풀처럼 방해받지 않고 제멋대로 자란 참나무 숲이 나오고

그 아랜 보라색 꽃을 피우는 싸리들이 모여있다.

길을 잃으면 잃는대로 이런 맛이 있다.

아주 길을 잃은 것도 아니다.

가끔은 사람이 다니는지 참나무에 달아둔 붉은 리본이 규칙적으로 나온다.

그 리본을 따라 오르면 결국은 능선의 넓은 길을 만난다.

안도가 되면서도 한편으로 사람이 다니지 않던 그 길에 무성하던

신기한 풀들을 못보는 것이 아쉽다.

 

능선을 따라 낙엽이 푹신하고 참나무가 우거진 길을 간다.

이쪽은 참나무들의 영역이다.

풍파에 시달리고 벌레들에게 기생식물에 시달리고 병들었다가

그 굴곡진 삶을 결국은 훌륭하게 이겨낸 나무들이 사는 곳이다.

살아온 흔적들을 고스란히 품고 서 있는 그들은

이젠 어떤 역경에도 끄덕없을 거 같다.

보라색 싸리꽃이 질펀한 가파른 비탈을 아마 두 시간은 올랐겠지?

덕분에 정상이다.

 

저기 아래 동강이 자신을 낳아준 산을 안 건드리려고

아주 멀리 빙 둘러서 흐른다.

뭘 저렇게까지 겸손을 떨면서…….

멀찌감치 떨어져 휘청거리는 곡선을 그리며 산에서 멀어지려고 하지만

산은 산대로 자신의 새끼를 결코 놓아주지는 않는다.

박무 속에 강의 어머니고 이모이며 삼촌들인 산이 즐비하다.

모두가 강 주위로 늘어서서 강이 산의 보살핌 안에 있게한다.

이제 제장마을쪽으로 다섯 개의 봉우리를 지나갈 것이다.

강이 있는 왼쪽으론 가파른 절벽이며 그 절벽 아래로 동강이

강과 평행하게 흐른다.

참나무나 소나무 숲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동강은 우아하다.

어떻게 저렇게까지 유연할 수 있는지

허리를 휘청 휘어서 한반도 지형을 만들고

그러고 또 휘청거리면 또 다른 반도가 생긴다.

엄청나게 구불거리며 산을 만든다.

저런!! 이젠 강이 산을 만드는구나.

새끼가 자라서 어미를 만들다니!!

말이나 되는지??

 

봉우리를 넘고 넘으며 강을 따라간다.

한번씩 봉우리를 넘고 오를 때마다 그 경사가 말이 아니다.

설악산도 지리산도 여기보다 험하지는 않았다.

산을 감싸 흐르는 부드러운 강이 아니라면

판상 퇴적암이 불쑥 불쑥 튀어나온 비렁길은 봐 줄만 하지않다.

가뭄에 줄어들긴 했지만

능선을 따라 걸으며 내려다보는 동강은 시시각각으로 모양이 조금씩 변한다.

저 강 때문에 이 산이 유명한거지.

엄청나게 휘청거리며 산을 감싸 돌며

느리게 느리게 흐르며 여유를 부리는 저 강으로 인해

백운산이 험한 비탈을 품고도 유명한 산이 되었지.

 

마지막 봉우리를 내려오면 솔갈비가 포근하게 깔린 길이 나온다.

그 길을 따라 내려오면 꼬리진달래가 하얗게 피어있다.

저들이 여기서도 자라는구나.

제천에 가은산에서 보고 얼마만에 보는 건지?

지금이 꽃이 피는 철인가보네…….

 

꼬리 진달래를 남겨두고 산자락에 내려온다.

지구 온난화가 사실인가?

옥수수나 감자나 심을 강원도 산간에까지 사과나무 과수원이 들어섰다.

사과농사가 되니까 저러겠지??

하긴 동강도 멀리서 푸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퍼런 먼지같은 이끼를

얼마나 많이 담고 있는지?

지구가 더워지고 자꾸 먼지가 낀다.

그렇다고 내가 이까지 안 올 수도 없고

그저 사람들이 많이 사는 게 문제네.

 

제장마을로 내려온다.

고목 밤나무가 꽃을 피우고 버려진 들판에 망초가 하얗게 피며

지들 맘대로 어울리는 그 산간의 들판길을 내려오면 강이 막아선다.

시퍼런 강이 막아서면 그 강을 앞세워 날카로운 절벽이 이중으로 막아선다.

그러지 않아도 돼.

너들을 넘지 않는다. 둘러 갈 것이야.

나는 겁을 주지 않아도 돼.

 

길가의 민박집 주인의 자기네 집에서 좀 씻고 가라한다.

그렇게 한다.

베풂도 하고 싶었겠지만 아마도 주말에 이렇게 몰려온 사람들이 그립지 않았을까?

제장마을로 와서 다시 동강을 건넌다.

얼마나 휘어지는지?

지 스스로 흐르면서 어지럽지는 않는지?

세상의 어느 강도 동강만큼 부드러운 곡선을 심하게 그리는 것을 보지 못했거든.

산의 새끼이며 산의 에미가 된 동강이 지금 이 모습으로 있기를 바라지.

멀리 멀리 휘어지며 한껏 멋을 부리며 아주 천천히 흐르라고.......

 

 

 

 동강을 건너서 점제마을로~~

 

점재마을의 옥수수밭

 

옥수수밭 감자밭

 

 

블루베리

 

 

 좀처럼 사람이 다니지 않던 길

 

사람소리에 놀라서 꼼작도 못하는 나리

 

원시림에 사는 이름모를 것들

 

 

 

 

 

벌레도 집을 짓고 살아야지

 

싸리꽃

 

마침내 찾아낸 이정표

 

 

으아리넝쿨

 

참나무 숲길 

 

 

역경을 이겨내고 훌륭해진 나무들 

 

 

 

  

 

 

 

 

정상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동강

 

 

 

 

 

 

 

능선을 가면서 보는 동강 

 

 

 

뒤돌아본 정상

 

동강의 모습들 

 

 

 

 

너무 가파른 길엔 계단을 마련했네

 

마지막 두개의 봉우리와 동강

 

제장마을에서 볼 때는 두번째 봉우리겠지!

 

동강이 낳은 삼각주

 

다시 돌아본 정상

 

마지막 봉우리

 

 

 

 

 

꼬리진달래, 오랫만에 보는구나!!

 

제장마을의 사과 과수원

 

밤나무길을 따라~~

 

제장마을의 산허리 들판

 

 

푸른강과 강을 막고 선 절벽

 

민박집의 무슨 약에 쓰는 나무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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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2.09.19 09:48

    첫댓글 아..임교수님 글이 너무 멋지네요. 어떻게 이런 멋진 글을 쓰실 수 있는지...

  • 작성자 12.09.19 11:27

    이야 기분 좋으네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생각하시면서 읽어주셔서 그런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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