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들이라는 제목의 이 두 작품은 하얀 천으로
얼굴을 가린 한 쌍의 남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처음
이 그림을 보았을 때 저의 생각은 이랬답니다. 이건 사랑이라고 불리는 관계를 조롱하고 있구나.
사랑이라는 관계로 맺어진 이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둘 사이에는 아주 따스한 친밀감이
느껴지니까요. 하지만, 이 둘은 서로를 볼 수가 없습니다. 자신의 얼굴을 덮은 천에 의해서 자신 안에 갇혀 있을 뿐입니다. 마음의
창이라고 할 수 있는 서로의 눈을 바라볼 수 없는 이들은 아마도 서로의 영혼으로 가는 길을 영원히 찾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단지 감각만이 육체적 접촉만이 이 둘 사이에 존재할 겁니다.
서로를 감각하고 애무하지만, 결국 자신 안에 갇혀 서로의 내면에 이르지 못하겠지요.
이 천은 우리를 우리 자신 속에 가두는 아집이나 편견 혹은 벽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또 이들은 사회가 정해준 틀에 따라 아주
잘 갖추어 입고 있습니다. 마그리트는 현대 사회의 사랑이 이토록 자기중심적이고 감각적이며 유형화되어 버렸다고 말하고 싶은게
아닐까요.
하지만, 최근에는 또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정말로 아름다운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구나.
우리의
존재는 하얀 천에 가려져 있는 이들의 모습처럼 우리의 감각으로는 알 수 없는 것 나타낼 수 없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상대를 사랑하고 상대의 모습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보더라도 그건 결국 자기 내면 속에 이상화된 이미지일 뿐이겠지요. 게다가
사회의 틀에 갇혀 지낼 수 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연인사이의 영혼의 교감은 이 모든 것을 뛰어넘는 것이지요.두
작품 모두에 흐르는 깊은 교감은 이들의 영혼은 이미 하나가 되었고, 이들의 존재는 이미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으며, 하나가
없이는 하나가 존재할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그림이 겉으로 보여주는 것은 우리가 인간이라는 존재로써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생존방식이라고 한다면, 진정으로
이 그림이 이야기하는 것은 그것을 넘어선 영혼의 교감 그리고 그를 바탕으로한 사랑이 아닐까요
그 사이에 제가 상당히 감상적으로 변했나 봅니다....
그런데 최근에 제가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았습니다. 마그리트의 개인사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1912년 마그리트가 14세인 해에 마그리트의 어머니가 투신자살을 했다고 하는군요. 온 가족이 잠든 사이에 자살을 했다는
마그리트의 어머니의 시신이 강에서 끌어올려졌을 때 그의 어머니의 얼굴은 입고 있던 옷으로 가려져 있었답니다. 사랑하는 어머니의
그런 마지막 모습이 마그리트에게 강하게 남았던가 봅니다. 그의 그림 속 인물들 중에는 이 그림처럼 하얀 천을 싸고 있는
그림이 아니더라고 얼굴이 가려져 있거나 등을 보이고 있는 인물들이 종종 있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 그림을 본다면 또 다른
그림이 될 수 있겠지요.
여러분은 이 그림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