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9단독
판결선고일: 2014. 8. 27.
나. 판단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의 불법행위 책임이 성립한다고 보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사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시효소멸하였다고 볼 것이므로. 결국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1) 피고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하여 전시 상황에서 국민에게 아무런 피해가 없도록
모든 위험을 방지할 것을 기대할 수는 없고. 피고는 한국전쟁당시의 인적 · 물적 자원의 한계 내에서 전쟁의
성공적인 수행과 국민의 안전보장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적절한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으므로. 피고가 취한 조치가 기본권을 보호하기에 매우 부적합하거나 불충분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헌법제판소 2011. 2. 24. 선고 2009헌마94 결정 참조).
그런데 마북리 미군폭격사건은 미군이 수행한 것으로서 이를 피고가 수행한 것으로 동일시 할 수는 없으므로
위 사건에 관하여 피고의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되려면. 피고가 위와 같은 폭격의 일시. 장소를 사전에 알았다거나
알 수 있었고. 나아가 전시상황에서 북한군의 영향력 하에 있는 마을주민들에게 폭격에 앞서 대피안내를 하는
등으로 민간인을 보호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이 있었어야 할 덴데. 북한군을 포격하기위하여 출동한 것으로
보이는 미군이 북한군과 전여 무관한 민간인 마을에 폭격을 가하여 민간인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당하는 위와 같은 사고가 발생할 것을 피고가 사전에 명확히 인식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는 점. 북한군이
포항 시내를 일시 점령하는 등 포항 일대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국가의 존폐가 위급한 당시 상황에서
피고가 북한군에 구체적인 폭격일시와 장소 등이 누설되지 아니하는 한도 내에서 민간인을 대피시키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는 쉽지 아니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단순히 전시상황에서
미군의 오인 폭격으로 민간인이 사망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2) 설사 피고의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위 폭격사건에 관하여는 국가배상법이 아니라
제헌헌법(1948. 7. 17. 헌법 제1호로 제정된 것) 제27조1)가 적용되는데. 제헌헌법 제27조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날로부터 3년 또는 불법행위일로부터 5년(1921. 4. 7.
조선총독부 법률 제42호로 제정되고. 1951. 9. 24. 법률 제217호로 재정된 구 재정법 제82조에 의하여
폐지되기 전의구 회계법 제32조) 동안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소멸되는바. 이 사건 소는 불법행위일인
위 폭격 당시로부터 5년이 경과하였음이 역수상 분명한 2013. 12. 19. 제기되었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소멸하였다는 피고의 항변은 이유 있다.
이에 관하여 원고는. 진실화해위원회가 진행규명을 결정한 2010. 12. 23.로부터 3년 이내인 2013. 12. 19.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으니.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재항변한다.
살피건데.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이익을 원용하지 않을 것 같은 신뢰를 부여한 경우에도 채권자는 그러한
사정이 있은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만 채무자의 소멸시효의 항변을 저지할 수 있는데.
여기서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가 있었는지 여부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관계. 신뢰를 부여하게 된
채무자의 행위 등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채무자가 그 행위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한 목적과 진정한 의도.
채권자의 권리행사가 지연될 수밖에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것이고. 신의성실의 원칙을 들어 시효 완성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의 달성. 입증곤란의 구제.
권리행사 태만에 대한 제재를 그 이념으로 삼고 있는 소멸시효 제도에 대한 대단히 예외적인 제한에 그쳐야
할것이므로. 위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상 시효정지의경우에 준하여
단기간으로 제한되어야 하므로. 개별 사건에서 매우 특수한 사정이 있어 그 기간을 연장하여 인정하는 것이
부득이한 경우에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경우 그 기간은 아무리 길어도 민법 제766조 제1항이
규정한 단기소멸시효기간인 3년을 넘을 수는 없는바(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이 사건 소는 진실화회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일인 2013. 12. 23.로부터 3년이 도래하기 직전인
2013. 12. 19. 비로서 제기된 점. 특히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여 권리행사의 상당한 기간은 원칙적으로
민법상 시효정지기간에 준하는 6개월로 제한된다는 법리가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로부터 6개월이
경과한 뒤에 이 사건 소가 제기된 점. 위와 같은 사정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서 위 상당한 기간을 원고의
주장처럼 진실규명 결정일로부터 3년이 되는 날까지로 확장할만한 특별한 사정이 엿보이지 아니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고가 진실규정 결정일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원고의 위 재항변은 이유 없다.
3. 결론
따라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판사 : 주진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