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 셔먼호 사건에서 미셸 스틸 대사 취임까지: 변하지 않는 미국의 패권주의 역사 인식>
박동규 뉴욕변호사
2026-07-31 페북글
■ 제너럴 셔먼호 사건: ‘통상’이라는 이름 아래 시작된 미국의 개항 압박
1866년 제너럴 셔먼호 사건은 한미 관계의 출발점이 아니라, 조선에 대한 미국의 제국주의적 접근이 처음 충돌한 사건이었다. 미국 상선 제너럴 셔먼호는 조선 정부의 통상 거부와 허가 없는 평양 진입에도 불구하고 무역과 개항을 요구했고, 조선 측과 충돌 끝에 불타 침몰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 사건을 조선의 자주적 대응과 외세 침략에 대한 방어라는 맥락에서 보기보다 “미국인의 피해”와 “개항 필요성”의 근거로 삼았고, 결국 1871년 신미양요라는 군사 원정으로 이어졌다.
■ 신미양요: 군함을 앞세운 서구 제국주의의 조선 침투
신미양요는 단순한 “한미 간 최초의 충돌”이 아니었다. 그것은 19세기 서구 열강이 아시아를 향해 펼친 포함외교(군함을 앞세운 강제 개방)의 한 장면이었다. 영국이 아편전쟁을 통해 중국에 불평등 조약을 강요하고, 일본이 미국 페리 제독의 군함 앞에서 개항했던 것처럼, 미국 역시 군사력을 배경으로 조선의 문을 열려고 했다.
당시 미국을 비롯한 서구 열강은 자신들의 경제적·전략적 팽창을 “문명화”와 “자유무역”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했다. 조선의 쇄국정책은 외부 세계를 거부한 단순한 고립주의가 아니라, 제국주의적 침략으로부터 주권을 지키려는 방어적 선택이었다. 신미양요는 바로 조선의 주권 의지와 서구 제국주의적 팽창이 충돌한 사건이었다.
■ 조미수호통상조약: 우호의 시작인가, 제국주의 질서 편입인가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은 흔히 “한미 우호 140년의 출발점”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이 표현은 역사의 일부만 강조한다. 조약 이전에는 미국 군함의 무력 개항 시도와 조선군의 저항이라는 갈등의 역사가 존재했다.
조약 체결 이후에도 미국은 언제나 조선의 독립과 자주권을 최우선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자국의 전략적 이해를 확대하는 과정에 있었고, 조선 역시 미국 외교의 이상과 현실 정치가 교차하는 공간이었다.
■ 가쓰라-태프트 밀약: 미국의 ‘자유 수호’ 신화와 동아시아 현실
1905년 가쓰라-태프트 밀약은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을 이해하는 중요한 사례다. 미국은 일본의 필리핀 지배를 인정받는 대가로 일본의 조선 지배를 사실상 용인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는 미국이 항상 약소국의 독립과 자유를 우선한 것이 아니라, 국제정치에서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중심으로 행동해 왔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한미 관계의 역사는 우호와 협력만으로 설명될 수 없으며, 제국주의 시대의 힘의 정치 속에서 형성된 복합적 관계로 바라봐야 한다.
■ “140년 우호”라는 첫 메시지가 가진 역사적 문제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가 한국 도착 후 첫 메시지로 “140년 넘게 굳건한 한미 우호”를 강조한 것은 단순한 외교적 인사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외교 대표가 취임 첫 순간 어떤 역사를 선택하고 강조하는지는 그 나라가 상대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규정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140년 우호”라는 표현은 조미수호통상조약 이후의 그것도 불평등한 외교 관계만 강조할 뿐, 그 이전의 제너럴 셔먼호 사건과 신미양요라는 무력 충돌, 그리고 이후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 속에서 조선의 주권이 희생된 역사를 가린다.
■ 과거를 지우는 동맹은 평등한 동맹이 될 수 없다
특히 미셸 스틸 대사가 미국 공화당 극우보수 진영과 가까운 정치적 배경을 가진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녀의 첫 메시지는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미국의 패권주의 역사 인식의 표현이라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고 제기해야만 한다.
한미 동맹이 진정한 평등한 동맹으로 발전하려면 아름다운 수사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불편한 역사까지 함께 직시해야 한다. 제너럴 셔먼호 사건과 신미양요를 외면한 채 “140년 우호”만 강조하는 것은 역사적 화해가 아니라 불순한 의도를 가진 선택적 기억이다.
진정한 우호는 과거를 왜곡하고 미화하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제국주의적 식민주의적 관계 속에서 발생했던 충돌과 상처까지 인정할 때 비로소 상호 존중에 기반한 미래의 동맹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