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날씨가 추워진다군요.
백산카페 회원님들 어제 지리산 천왕봉에 다녀왔습니다.
85년도에 가보고 거의 20년만에 다시찾는 중산리 계곡...
수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지리산을 헤메이어 봤지만 이번 산행만큼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었던 것은 드문일이었지요.
83년 고등학교 때 동네친구들과 노고단에서 세석 그리고 백무동까지의 절반의 종주를 하고나서 대학1학년 시절에 과 동기들과 천왕봉 첫 입성을 했었습니다. 그때 세석으로 해서 백무동으로 하산을 할 예정이었지만 여성동무들께서 너무힘들어 해서 중산리로 하산하기로 했지요.
그래 이번 산행에서는 옛 추억을 생각하며 내가 어찌보면 산꾼이 되게했던 시발점인 그곳에 가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아침부터 큰일이 났지요.
전날 전라북도 산악연맹 회장 취임식 관계로(순 핑게이지만)아침에 늦잠을 자버렸지 뭐예요. 새벽녁 선잠에 왜이리 자명종이 울리지 않나하고 생각하던 중에 전화벨 소리가 울리더군요.
아차 하는 생각이 번쩍들더군요.
전화를 받아보니 기상이 형님이 전화를 주신거예요.
지금 많은 사람들이 나와 기다린다고 ...,
현재시간 7시 30분,
'이 시간에 출발을 하기로 했던 시간인데....'
순간 수많은 생각이 스쳐지나더군요.
결론은 "그래도 가야지" 차를 가지고 곧장 중산리로 향하면 되겠다 하는 생각에 고양이 세수만 하고 전주로 향했습니다. 참고로 제집은 정읍이거든요.
일행이 전주에서 7시30분에 출발하면 나하고는 거의 1시간 가량 차이가 나지요.
평소보다 쪼끔 과속을 하며 달렸지요.
전주에 도착하니 8시가 조금 넘었더군요. 그리고 전화가 왔어요.
현재 출발차량이 모래재를 넘고있다고 ...
이래저래 합류한 곳은 마이산 휴게소.
동료들에게 죄송하다고 꾸뻑 절을 하였지요.
다행히 마음씨고운 우리 회원님들 반갑게 맞아주니 몸둘바를 모르겠어요.
10시35분 중산리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일행은 나를 포함하여 22명 이고 그중에 학생이 2명, 산행을 하기에는 적당한 인원이라 생각했습니다.
오늘 처음으로 백산산행에 동참해 주신 분들이 다섯분이나 되었습니다. 학생을 데리고온 아주머니와 정읍 북면에서 온 젊은 총각 둘, 또 있네. 하이트 맥주 공장 직원 한명.
모두 고마운 분들이지요. 다음 산행에도 같이 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출발을 했습니다.
우선 산행을 하다보면 제일 먼저 파악해야 할 것은 참석회원님들의 컨디션 체크입니다.
어떤 회원이 산행에 힘들어 할까?
거기에 따라 산행속도와 코스 조절을 해야 하거든요.
오늘은 어제 주님(?)을 가슴속에 담아 오신 대장님,그리고 학생을 데리고온 사모님, 지리산 천왕봉에 처음 올라본다는 최종엽 아우님이 다소 힘들어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오늘 제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대장님은 구력이 있는지라 별 무리가 없었고, 제일 걱정을 했던 학생들은 일찌감치 선두조에 함류하여 멀어져 갔습니다.
제가 너무 과소평가를 했나 봅니다.
의외로 회장님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나 봅니다. 한주동안 회사 직원 연수관계로 피로감이 중첩된듯 발걸음이 상당히 무거웠지요. 그리고 최종엽 아우님은 중산리에서 천왕봉을 오르는 급경사길에 적응이 덜되어서 그런지 노고가 많았습니다.
로타리산장에서 뜨끈한 라면국물에 빈속을 달래고 천왕봉을 향해 출발.
법계사 뒷편으로 이어진 등산로를 따라 천왕봉이 한눈에 들어오는 지점까지는 30여분.
겨울산행에 눈이 없으면 제맛이 나지 않지요. 올해도 작년과 같이 아직까지는 눈이없어 아쉽기만 합니다.
이러한 마음을 알았는지 지리산 산님께서는 눈꽃 대신에 상고대를 살짝보여주지 뭡니까.
지금 전주의 기온이 12도 정도이니 지금 이곳의 기온은 대략 -1도 정도 되니까 상고대가 피기에는 적절한 기온입니다.
흐릿한 운무들이 계곡 저아래에서 치고올라와 천왕봉 나무가지며, 바위자락에 안착하여 하얀 산호군락을 만들어 내고있으니 오늘 산행은 나름대로의 볼거리를 제공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늘 처음으로 천왕봉을 찾은 아우님도 힘들게 올라온 보람이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사진을 몇 컷 담아드렸습니다.
제법 매서운 바람이 천왕봉의 정상을 넘나들고 있는 곳에 [한국인의 기상이 이곳에서 시닥되다]라는 표지석이 덩그러니 서있습니다.
이 표지석의 원래의 문구는 [영남인의 기상이 이곳에서 시작되다]라는 것이였지요.
이러한 문구는 너무나 지역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리산 하면 남한땅의 대표적인 상징적인 산인데 이곳에 영남인이라는 문구가 너무 어울리지 않지요.
몇년전에 제가 잘아는 형님이 이것을 보고 분개하여 천왕봉 밑에다 야영을 하면서 이 문구중 [영남]이라는 글자를 밤새도록 지웠답니다.
존경합니다.
오후3시,
오늘의 산행 목적지인 장터목에서 중산리로 향하는 하산길.
사전에 중산리 하산코스에 대해 몇몇 지인들에게 물어본 정보에 의하면 제법 길이 다듬어졌다고 합니다.
초입을 내려서면서 처음 장터목에서 야영을 했던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
그 시절이 그립고 그 때의 풍광이 생생합니다.
꾸질꾸질한 산행복장(면바지 차림에 운동화 배낭은 늘어질 대로 늘어진 모습들)에 구멍난 텐트를 펼치며 어떻게 쳐야하는지 고민을 상당히 했던 기억이 스쳐지나가더군요.
샘터를 지나 급경사가 계속된 하산로 예전의 기억에 상당히 난코스라 사료되는 곳(아마도 당시에 동행을 했던 여성동무들이 힘들어 해서 더 그렇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20여분을 내려서면 좌편으로 천왕봉에서 제석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겠지...,
발디딤 하나하나의 기억을 더듬어 내려가다 보니 등산로는 제법 다듬어 놓았더군요 돌계단도 만들어져 있고 나무다리며 철계단 그 모든것들이 그때는 없었는데,
하지만 전체적인 산의 골격과 계곡에 나 뒹구는 바위들은 예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당시의 설레임과 감흥은 느낄 수 없었지만 나름대로의 과거회상의 기회가 이번 산행에 있었던것 같습니다.
함께 산행에 동행해 주신 백산 회원님들 감사합니다.
백산카페 회원님들 따뜻한 산행기록들 많이많이 올려주세요.
과거에 경험했던 산행기도 좋습니다.
펀글 보다는 이렇게 한자한자 써내려가며 만들어낸 우리 카페가 더욱더 알차지 않을까 싶습니다.
앗! 백산산악회 회장님 이시다
첫댓글 좋은 산행이셨군요..앙..나도 그곳에 가고 싶었는데....아쉬움을 접었는데 이글을 보니깐 또 가슴속 깊은 곳에서 솟구쳐 오를 라고 하네요.. 다음에는 꼭 같이 가야징~~~
옛 추억이 담긴 지리산 산행이었군요. 함께 하지 못한(죄송,미안,부끄~~) 아쉬움을 한자한자 잘 기록 해 주셔서 마치 함께 공유함을 느낍니다. 참 잘 다녀오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