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에는 노력한 만큼 성적도 많이 상승했다.
교재의 바로잡기는 '성적이 향상되다'이다. '상승하다'가 부자연스럽고 '향상하다'가 자연스럽다. '상승'은 단지 낮은 데에서 높은 데로 올라감'을 뜻하지만 '향상'은 '실력 수준 기술 따위가 나아짐'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전 글의 '신체'와 '몸'처럼 '상승하다'도 '오르다'와 비교된다. '성적이 오르다/떨어지다' 다 가능하다. 그런데 왜 '상승하다'는 어색한 것일까? 상승은 '임금/맥박/기분/물가/신분' 등의 단어들과 결합한다. 상승과 향상을 비교해 보자.
가)임금 상승, 맥박 상승, 기분 상승, 물가 상승, 신분 상승
나)임금 향상, 맥박 향상, 기분 향상, 물가 향상, 신분 향상
우선, 물가는 오르는 게 좋을 리 없으므로 '향상'과 의미상 어울리지 않는다. 맥박도 오르는 게 고혈압 환자에게 좋을 리 없으므로 '향상'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 '임금'의 경우는 임금이 상승하는 것이 분명 좋은 결과이지만 '향상'이 바로 결합하는 것보다 '임금 조건이 향상되다'가 더 자연스럽다. '기분이 향상되었다'는 그리 어색함이 없다. 여기서 향상과 결합하는 말들을 가져와서 상승과 비교해 보자.
다)기술 향상, 소득 수준 향상, 실력 향상, 집중력 향상, 국방력 향상, 내구성 향상, 국제적 지위 향상
라)기술 상승, 소득 수준 상승, 실력 상승, 집중력 상승, 국방력 상승, 내구성 상승, 국제적 지위 상승
역시 (라)는 어색하다. 단순하게 비교해 보자. 임금 상승은 자연스럽고 임금 향상은 덜 자연스럽다. 반면 임금 수준 향상은 자연스럽다. '향상'의 의미가 '나아짐'이듯이 '향상'과 결합하는 말들은 좋거나 나쁜 가치 판단이 가능하고 또 좋아지거나 나빠질 수 있는 것들이다. 즉 '좋다/나쁘다'와 결합할 수 있는 말들이 '향상'과 어울린다는 것이다.
성적/실력이 좋다/나쁘다: 성적/실력이 향상되다(O), 성적/실력이 상승하다(X)
내구성이 좋다/나쁘다: 내구성이 향상되다(O), 내구성이 상승하다(X)
집중력/국방력이 좋다/나쁘다: 집중력/국방력이 향상되다(O), 집중력/국방력이 상승하다(X)
소득/생활 수준 좋다/나쁘다: 소득 생활 수준이 향상되다(O) 소득 생활 수준이 상승하다(X)
'임금'의 경우 '임금이 좋다'보다 '임금 조건이 좋다'가 더 어울린다. 그래서 '임금 향상'이 '임금 상승'보다는 덜 자연스러운 이유이다.
<모두 열심히 즐겁게 공부한다면 성적 향상은 성취의 보람과 함께 자연히 따라오는 열매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