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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하루를 지내면서 어제도 나는 삼복더위를 이겨내기 위한 나만의 방법을 동원하여 즐거이 보람을 느끼면서 혼자만의 시간이었지만 재미까지 곁들여서.. 토요일의 더위와 싸워 하루가 금방 지났지만, 또다른 일요일의 입추가 지난 더위는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직녀가 챙겨준 국민학생 고추만한 고구마 찐것 두개와 얼음이 들어있는 물병을 담고, 축축한 느낌이 드는 눅눅하여진 이부자리와 겨울동복, 춘추복등 양복을 트렁크에 담고, 낯선 대중교통수단을 일부러 이용하기로 작정한 나는 길거리에 나서니, 후끈한 더위와 햇살이 벌써부터 예사롭지않은 인내를 요구한다. 택시를 타고 가라는 직녀의 당부를 건성으로 대답하고는 미련하리만치 길을 따라 트렁크를 끌고, 한손에는 물병과 고구마, 이부자리를 들고, 반바지차림에 걷는 나의 모습이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 눈에는 이상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몇 번의 견적을 주차의 곤란과 짜증으로 거듭 취소하던 나의 결심이 며칠전 중고차를 주문해놓기는 했지만, 지금도 마음은 여전히 차없이 편안한 것을 추구하다보니, 오히려 자동차없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대중교통의 총아인 지하철과 전철을 애용하는 중이기도 하다. 마을버스 노선표를 유심히 보며, 수유동 별장(?)을 향해가려는 나의 도전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한달전 경매로 아무런 특별한 대책도 없이 여생을 보내고 싶어하시는 어머니의 소망을 다행히 당신께서 옛날 처녀시절 고향인 의정부(지금은 상당부분이 서울도봉구와 노원구, 강북구로 편입이 되었지만,)근처로 모시려는 바램이 겹치기도 한 오래전 지명인 무내미골( 지금의 강북구 수유동 본원정사앞) 의 산자락끝에 마련한 15평남짓한 연립주택을 향해 가는 길이었다. 마을버스 기사가 큼직한 트렁크와 이불보따리 들고 타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비행기나 타고 다니던 백을 힘겹게 들고 타니, 그럴만도 하기도 하지만, 마침 텅텅 비어있는 버스안에 편안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공항버스 타고가는 형국이 되었다. 빤히 보이는 정거장을 자주 서다 가다를 반복하더니만, 수유역종점이란다. 내려서 다시 지하도를 지나 건너편 또 다른 마을버스를 기다리는데 아뿔사 낯선 탑승으로 환승혜택을 보는 교통카드판에 대는 것을 깜빡하고 말았다. 한신대학교와 갈멜수도원, 조병옥박사묘소입구까지 이어진 02번 버스를 타고 내려 다시 트렁크를 끌고 내리막길을 가다보니, 동네주민 한사람이 역시 이상한듯이 쳐다본다. 들어선 반지층 별장(?)은 역시 바로옆 삼각산(북한산)끝에 바로 붙어있어서인지 공기가 설악산못지않은 느낌이다. 앞뒤로 훤히 트인 창문으로 채광이 좋기도 하고, 맞바람을 치도록 열어놓았더니, 비록 빈집이었지만 청소만 하면, 좋은 별채로 활용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웃통을 벗고, 팬티차림으로 무장하고, 걸레를 빨아 무릎을 꿇고, 힘차게 닦기를 시작하였다. 불과 1분도 안되어 땀이 비오듯한다.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을 훔치며 안방, 건너방, 거실, 주방을 연이어 하다보니, 기진맥진이다. 흐르는 땀방울에 목욕을 하듯하다보니,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샤워부터 일차로 하기로 작정을 하고는 나만의 벌거숭이 모습이 거울을 통해 보여, 혹시나 나뭇꾼아닌 청소꾼을 찾아 삼각산에서 선녀라도 내려올까 현관문을 잠그고, 욕실문은 활짝 열고 샤워에 열중하는 기분이 삼삼하다. 가져온 동복들을 곰팡이방지를 위해 집안의 벽에 아직도 무수히 남은 못에 걸고, 남은 옷들은 포장용 끈을 엮고, 미리 확보해둔 플라타너스 나무가지를 다듬어 지주대로 받치고, 탐행크스의 Castway 흉내를 내듯이 홀로 무더위를 피해 언제 올 지도 모를 이사채비로 청소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힘들어서 잠시 쉬면서도 머리속에서는 이 공간을 어떻게 가꾸어 편안한 휴식처로 삼을 지를 골똘히 생각하기도 했다. 매미소리가 요란한 주변 환경이 워낙 자연과 가까이하기를 좋아하는 나를 기쁘게라도 하듯이 유난히 크게 울어댄다. 아마도 신선한 산의 공기로 공명이 더욱 잘 들리는지도 모를 일이기도 하지만, 아무튼 혼자 땀을 흘리는 청소작업이 외롭지는 않았다 문득 밴쿠버 어머니목소리가 생각났다. 핸드폰을 통해서 대화를 시작한 나는 대뜸 "어머니, 당신 방을 치우느라 무내미골집에 와서 청소중이랍니다. 참 공기도 좋고, 아담한 곳이라 마음에 드실거구요..아직은 너무 더우니, 조금만 참으세요." "아범도 그곳 세상이 흉흉하다니, 몸 조심하게나, 나야 아무데서 살면 어때..." 최근 연속 살인 사건을 들으시고, 현지에서 텔레비젼뉴스를 통해 보신 후, 자식걱정부터 하는 어머니는 여느때와는 달리 별 관심이 없어보이듯이 현지에 그대로 머무를 것처럼 평소에는 늘 고향인 한국에서 여생을 마치겠다고 하시던 분이 왠지 조금은 풀이 죽은 목소리로 힘없이 말씀하시는 것에 마음이 덜컹했다. 사실 한달후정도에 큰 아들녀석과 할머니 비행기수속을 미리 서둘러두었다가 상황을 봐가며 서울로 다시 모셔올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아직은 당신께서 너무 지나친 기대를 하시다가 여의치않게되면 실망할 것같아 정식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던 터였다. 이런 저런 재정착의 어려움을 조금은 아시는 눈치였다. 말복이 코앞인 한여름휴일에 나는 그렇게 땀과 목욕하며, 청소를 즐거운 마음으로 하다가 고구마 두 조각을 물과 함께 맛있게 먹어보니, 포만감인지, 행복감인지, 낮잠의 유혹이 찾아듦을 어쩌지 못한다. 마침 습기를 제거키위한 보일러가동으로 바닥이 다소 따뜻한 상태라 갖고 온 이부자리를 깔고 소위 말하는대로 큰 대자로 누웠다. 이것이 바로 금상첨화요, 천하가 부럽지않은 나만의 휴식이기도 했다. 얼마후 빈 트렁크를 들고 다시 돌아오는 역순의 마을버스 여행은 가벼운 나의 마음을 듬뿍 실어 싫지않은 막바지 더위를 몰고온 햇살을 쳐다보는 여유마저 갖게했다. 길어야 사나흘인 복더위를 이겨가며, 앞으로 전개되어갈 무내미골에서의 생활을 그려보았다. 택시비의 1/5 수준으로 단돈 천원에 왕복 여행을 마치기도 했으니, 종종 직녀와 즐기는 1200 원 더덕 동동주맛이 얼마전 얻어온 홍천에서의 두 더덕뿌리요리(?)에 곁들여 기막힌 맛으로 기분을 한단계 올려주니, 이것이 사는 재미 아닐까한다. 내일은 또 험난한 생활전선에 나선다해도.....저 만치 백운대와 인수봉에 감겨진 구름과 삼각산영봉들이 도봉산에 이어져 한껏 멋을 풍겨오는 일요일 늦은 오후의 감상이었다. |
첫댓글 언제까지 견우씨는 직녀님만의 글만 올리시깁니까. 이제 금붕어에게 관심을 떠나셨는지요. 궁금합니다.
금붕어가 그만 이번 무더위에 금봉이가 저 세상으로 며칠 전 떠났지요..이제는 두 마리만,,금순이와 금돌이..여전히 건강하게 잘 지내지만, 너무 걱정이랍니다.
짱구 박사님, 마음이 많이 아팠겠어요. 저는 강아지를 키우다 때가 되어 제곁을 떠날 때 남자인데도 속울음을 많이 했습니다. 작품을 읽으면서 정말 지혜롭게 재미있게 삶을 엮어가시는 모습이 참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