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구마을-무지개길-쌍근마을-탑포마을(20210825)
걸은거리 : 10.87km
소요시간 : 2시간 35분
저구마을 매물도여객선터미널 버스정류장 앞에서 점심으로 마련해 온 충무김밥을 먹고 남파랑길 24코스를 출발한다. 비는 그쳤고 옅은 구름이 하늘을 가린 날씨지만 풍경 조망은 그런 대로 괜찮았다. 남파랑길은 저구해안길을 지나서 시도18호선인 남부해안로를 따라 이어진다. 시도18호선은 저구마을-쌍근마을을 잇는 시멘트 임도로서 왕조산 산기슭 둘레에 낸 도로이다. 거제시에서는 이 길을 포함하여 '저구 유람선선착장-쌍근 어촌체험마을' 구간을 '무지개길'이라 명명하였다. 그러니까 시도18호선, 남파랑길과 무지개길은 왕조산둘레길을 따라 함께하며, 남파랑길과 무지개길은 쌍근 어촌체험마을까지 함께가다가 무지개길이 끝나는 쌍근 어촌체험마을에서부터 남파랑길은 탑포마을로 이어진다. 인간이 낸 길에 의미를 붙인 결과에 따라 같은 길이라고 하더라도 명칭은 이렇게 다양해진다. 남파랑길, 무지개길, 시도18호선과 왕조산둘레길은 모두 '남부해안로'라는 큰 길에 속한다.
저구해안길을 지나 왕조산 둘레길 입구 언덕에 남파랑길 24코스 안내도가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뒤돌아보는 저구마을과 유람선선착장이 아름다우면서도 평화롭게 펼쳐져 있다. 그 풍경을 뒤로 하고 무지개길을 따라 무지개를 찾아 떠난다. 왕조산에서 들려오는가? "엄마가 맛있는 거 사줄게. 힘들지만 걸어서 가자." 엄마의 소리가 들려온다. 어린 시절 엄마와 함께 시장에 가는 모습이 어른거린다. 먼지를 부옇게 날리며 버스는 달린다. 어려운 살림살이에 버스를 타지 않고 버스비를 아껴 아들에게 군것질을 시킬 마음으로 먼 길을 걸어 시장에 가는 엄마, 그 옆에 아들의 모습이 눈 앞에 나타난다. 어느새 엄마는 내 곁에서 무지개길을 함께 걷는다.
그곳에서 편안하신가요? 마지막으로 뵌 지 벌써 3년의 세월이 흘렀네요. 그때나 지금이나 이기적인 저는 제 욕망의 포로가 되어 끝없이 욕망 채우기에 급급하고 있습니다. 물질적으로 봉양해 드리지도 못했고, 마음으로라도 편안히 지내시게 못 해 드려, 불효의 마음에 가끔씩, 아주 가끔씩, 가슴이 아픕니다. 어려운 시대를 견디시며 자식 교육에 육체적 고통은 말할 것도 없었고, 마음의 고통을 감당하기에도 벅차셨지요. 당신의 고통 덕분에 저는 무지개를 찾아 꿈을 키웠지만 당신의 바람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 무지개는 사라졌습니다. 그 무지개의 꿈을 이루지 못했어도 당신의 덕분으로 무지개길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나이에 새로운 무지개를 찾아 무지개길을 걷습니다. 당신이 함께하는 이 길을 멋지게 걸어가고 싶습니다.
왕조산 바위에서 소리가 들린다. 무지개길에서 엄마는 침묵한다. "엄마가 맛있는 거 사줄게. 힘들지만 걸어서 가자." 이 소리는 먼 곳으로 날아가 버렸다. "'걸어서 국토일주'를 시작하고 이틀 뒤 엄마는 돌아올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나셨지요. 제 걸어서 국토일주는 엄마와 함께 걸어가는 길입니다. 엄마, 힘내세요."
무지개를 찾아 엄마와 함께 걸어가는 무지개길,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전망대에서 조망하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섬들이 부연 희미함으로 떠오르다가 숨는다. 그 아름다움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듯 은방울옛터를 지날 때부터는 빗줄기가 굵게 퍼붓기 시작한다. 엄마의 한맺힌 눈물일까? 내 참회의 눈물인가? 수상가옥배가 퍼붓는 비 속에 미동도 하지 않는 듯 쌍근마을 입구 앞 바다에 떠있다. 그 배 지붕에 오색 무지개가 영롱하게 그려진다. 엄마의 무지개배, 어떤 고난도 감수하며 고해의 세상풍파에 홀로 떠서 자식들의 무지개를 찾아주고자 한 무지개배, 빗줄기를 뚫고 그 누추한 지붕 위에 오색의 무지개빛이 영롱하게 새겨졌다.
오른쪽 산허리의 무지개길(왕조산 둘레길)을 따라 남파랑길은 이어진다. 바다의 섬은 죽도와 그 뒤는 추봉도인 듯
남파랑길은 무지개길 2구간을 따라 쌍근어촌체험마을까지 이어진다.
다리를 건너면 시도18호선인 남부해안로를 따라 쌍근마을로 진행. 앞 언덕에 남파랑길 24코스 안내도가 있다.
저구마을, 저구유람선선착장, 그리고 맞은편 오른쪽 뒤는 명사해수욕장인 듯
왼쪽 뒤에 매물도와 소매물도가 흐릿하게 들어온다.
왼쪽 맨 뒤쪽 해안은 대포항인 듯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은방해변에 내려가 보았을텐데, 그대로 은방마을옛터를 지나간다.
은방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이 오른쪽에 있다. 이정목 옆에 주차한 자동차 때문에 여러 가지로 불편하였다.
자동차를 이정목 옆에 주차한 운전자는 길손의 위치 파악을 위해 오른쪽 풀밭 공간에 주차하여야 한다.
탑포재는 오른쪽으로, 남파랑길은 직진한다.
남파랑길은 오른쪽 길에서 올라와서 지금 있는 방향으로 진행
오른쪽 남부해안로를 따라 탑포마을로 이어진다.
남부해안로는 탑포마을로 이어진다. 남파랑길은 해안로가 위험하여 선착장 앞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진행
팽나무펜션 앞에서 산길과 남부해안로가 만난다. 남파랑길은 남부해안로를 걷는 게 위험하여 쌍포교회 앞 선착장 입구에서 산길로 들어가 산허리를 돌아 팽나무펜션 앞에서 남부해안로와 재회한다.
이곳이 남파랑길 24코스 종점이고, 25코스 시작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