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메뉴는 바야흐로 몇 개월간 기회만 엿보던 망향 비빔 국수를 잡수러 고고씽~!
칼국수집 아들이라 그런지 면을 특히 사랑하는 나. 게중에서도 비빔면이라면 환장을 하신다. 천성이 정열적이진 않지만 붉디 붉은 비빔면의 양념장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뻥뚤리고 막힌 코가 뚫리는 듯 하다.
늘쌍 catv 지역광고 시간이면 나와주시는 망향 비빔국수. 그 노출 횟수로 따지자면 장한평 해산물 뷔페 레스토랑 '본다이' 뺨칠 정도로 광고에 열정을 쏟는다. 게다가 여기는 모델들도 아주 특이 하다. 건대 앞에가면 요상한 꼬라지를 하고 자전거 타고 다니며 전단 뿌리는 닭갈비집 아이들이 있는데 걔들이 모델이다.
그닥 먹는 모습이 정겹지는 않으나 주위의 호평으로 인해 발길을 돌리게 만드는데...
차를 몰아 집에서 10분. 애써 여기는 코스트코 바로 옆이니깐 쇼핑도 하고 집에 돌아가면 일석이조야. 그래야 효율적이지. 또 나의 짠돌이 게이지는 어김없이 계산기를 두들겨 주시고 리터당 몇킬로인데 택시를 타면 어쩌고 저쩌고 두번을 타고 걷고 왕복 얼마에...
그래 이건 탁월한 선택이다. 망향 비빔 국수를 먹으러 가는 것은...
벽면이 온통 유명연예인 싸인으로 가득하다. 대부분 코미디언 또는 한물간 탤런트 등이긴 하지만 어찌 이만큼 모았을까 싶기도 하고 복사해서 여러 지점이 나눠쓰는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어익후 이건 뭔가. 어렸을적 돈가스 집에서 부모님 겁내 졸라 꼭 한번씩 뽑아보곤 하던 운세뽑기가 아닌가. 영화 '신석기 블루스'에서 한 번 보고 난 이후로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20년이 넘게 지났는데도 요금은 여전히 100원이다. 그렇다면 20년 전에는... 초딩인 내 기준에서 보면 그닥 적지 않은 돈이 었던 것만은 확실하군.
100원짜리 하나로 자식의 호기심을 가득 채워준 부모님의 배려에 감사드린다.
이야기가 또 새는데 돌이켜 보면 당시 내 하루 용돈은 300원 정도였던 것 같다. 오락실이 50원 할 때이니 '원더보이' 나 '쌍용' 한 판 하며 끝판대장 넘기고 적당히 시간 때우고 50원짜리 쭈쭈바에 100원짜리 새우깡 한봉을 먹고도 50원을 이월할 수 있는 금액이니 적지 않은 돈이군.
지금 저대로 하려면 오락 2판 400원, 쭈쭈바 700원, 새우깡 700원. 올라도 너무 올랐다.
운세를 뽑아보니 뭐 별 다를거 없다. 추천 로또번호가 있는데 여친과 함께 이번에 로또나 한번 사보자 하고 주머니에 구겨 넣었으나 이미 찾을 수가 없다. 수많은 카드 영수증과 함께 로또의 단꿈도 사라져버렸겠지.
예전에는 만화나 재밌는 이야기가 적혀 있었던 것도 같은데 트렌드가 변하니 저것도 변하나 보다. 로또 번호와 운세 그리고 카드게임이 빼곡히 인쇄되어 있더군
드뎌 비빔 국수 도착, 이집 기본 선불에 물, 육수 셀프. 비빔국수 가격은 4000원으로 양호한 편 생각보다 양도 많아 보이고 일단은 먹음직 스러워 보인다.국물이 흥건한게 기본적으로 비벼져서 나온다. 뻑뻑하게 따로 비빌 필요가 없으니 그게 좋다.
만두가 좀 비싸다. 4개 3000원. 맛은 있었지만 가격책정이 글쎄올시다. 여튼 집앞 평양만두 보담 맛도 양도 못하다 그 집은 5개 천원에 맛은 짱좋다. 특히 김치만두. 북한 사투리 구사해 주시는 아주머니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전체적인 식감이 매우 좋은 비빔국수다. 얼음장 같은 찬물에서 힘껏 흔들어 주셨는지 소면 보다 굵은 면발이 아주 탱글탱글하다. 알이 제대로 찬 오렌지를 씹는 기분이랄까. 탄력있는 면발과 어우러진 양념이 매콤하다. 양도 적당히 많아 주시나 이건 어디까지나 지극히 위가 작은 내 기준이므로 염두에 둘 필요는 없음.
앞으로도 종종 상봉 코스트코를 찾을 때면 점심 한끼 때우기 위해 찾아 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큰길에 있어서 찾기도 좋고 발렛 파킹 해주므로 주차걱정도 없어서 좋다. 신내동 무슨 스포츠 센터 일층에 있는데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음. 근처 사시면 한번씩들 가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음.
참고로 이집은 프렌차이즈로 서울 구석구석에 여러군데가 있으니 굳이 여기까지 찾아 올 필요는 없음. 본점은 어디 군부대 앞이라고 하던데 알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고. 여튼 여기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