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투자 육성 시급하다
- 이 승 국 -
주식투자의 목적이 주가상승을 통한 이익실현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사족을 달 필요가 없습니다. 주가예측을 위해 시장참여자가 다각도의 연구를 하는 것 또한 당연한 일입니다. 주가결정요인으로는 먼저 기업 수익성 분석 등 경제적 요인과 경제외적 요인, 그리고 시장수급상황 등 복잡다기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내 투자자들로부터 주식투자와 관련해서 받는 질문 중 가장 많은 것은 기업 펀더멘털이나 시장/경제지표 보다는 단순한 외국인 동향이 월등하게 많습니다. 해당기업의 펀더멘털을 의논하기 보다 요즘 외국인이 매수하는 분위기인지 아닌지, 그리고 어떤 종목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등을 더욱 궁금해 합니다. 국내기관이나 개인이 뚜렷한 매수주체가 되지 못한 상황이 시장참여자의 관심을 외국인 동향으로 몰고 가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글로벌펀드의 매수자금이 우리 시장에 활력을 주고 있는 것이나, 투자의사결정과정이 해당종목에 대한 철저한 분석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면, 우리 시장은 앞으로도 자금력 부족과 분석능력 미비 등을 탓하며 외국인의 투자동향 만을 바라보고 이를 따라하는 것에 머물 수 밖에 없을까요? 시중부동자금을 증시로 유인해 풍부한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이나 펀더멘털 분석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보다 주식투자기간의 차이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평가된 주식을 발굴해 ‘매수 후 보유(Buy & Hold)’전략을 구사하는 일반적인 외국계 투자가의 주식보유기간은 최소 3~5년이며, 해당종목에 대한 투자여부판단 또한 3~5년의 영업전망에 의해 결정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외국계 자금이 장기투자가 가능한 자금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절대수익률을 추구하는 헤지펀드가 점점 그 비중을 넓혀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주식에 투자하는 헤지펀드의 투자행태가 장기가치투자접근방식과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대표적 기관인 투신권 자금의 성격은 어떻습니까? 자금의 대부분이 3개월 단위 개인투자용 수익증권에 의해 조성된 것은 외국계 자금의 투자기간과 비교하면 턱없이 짧습니다. 국내기관이 소신있게 저평가된 주식을 발굴해 매수/보유전략을 구사하지 못한다는 것은 국내자금운용기법이 외국계에 비해 현저하게 뒤지기 때문이 아닙니다. 주어진 자금이 단기로 운용되어야 하는 경우 어떤 천재적인 펀드매니저도 주도적인 투자운용주체가 될 수 없으며, 주어진 투자기간 내에 시황과 매수주체세력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자금을 위탁한 고객의 사고방식도 한 몫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시황에 따라 수시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상황에서는 단기운용수익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성과측정기준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주식투자는 한 기업의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며, 그 성과는 일확천금 식으로 오는 복권이나 도박과는 절대 그 성격이 다른, 과학적 접근방식에 의한 것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연기금이 주식투자비중을 늘리지 않는 것은 기업성과로 평가되는 한국의 미래에 스스로 의구심이 많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연기금의 주식투자를 위험성 증대로만 바라보는 시각은 주식투자의 성격을 왜곡해 이해하는 데서 나오는 결과일 뿐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적어도 3~5년의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이 주식시장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 이승국 BNP파리바증권 서울지점 대표는 국제금융센터 시장상황팀장과 한누리증권 리서치센터장, ABN-AMRO 증권 리서치센터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BNP파리바증권 서울지점 대표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