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연강판 원재료 자급자족위해 7000억 투입
현대제철등 경계비상…구도변화 후폭풍 예고
동부제강이 7000억원을 투자해 충남 당진에 열연공장 신설을 추진 중이다. 냉연강판 원재료인 열연강판을 자급자족하기 위해서다.
냉연업계 구조조정, 열연 수급, 전기로업계 고철 수급 등 철강업계 전반에 적잖은 영향이 예상되고, 향후 동부그룹의 진로와도 무관치 않아 추이가 주목된다.
동부제강 관계자는 3일 "충남 당진에 전기로를 이용한 열연공장을 짓기로 하고, 최근 신사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또 "TF를 이끌 임원급 외부 전문인력으로 이광선 전 현대INI스틸(현 현대제철) 당진공장장과 박대철 전 현대INI스틸 당진공장 생산본부장을 각각 부사장과 상무로 영입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1일자로 발령이 났다.
동부제강 당진 부지는 총 30만평으로, 이 가운데 13만평에는 냉연공장(아산만공장)이 가동 중이다. 열연공장은 나머지 17만평 부지에 들어선다. 동부제강 냉연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이 250만t가량임을 고려하면, 열연공장도 비슷한 규모로 지어질 전망이다. 투자금액은 7000억원으로 알려졌다.
새로 지을 열연공장은 전기로에 고철을 넣어 쇳물을 만들고, 이어 열연강판을 만드는 방식을 적용할 예정이다. 동부제강은 고철 확보를 위해 이미 미국 거래선을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4월 아산만에 5만t급 1선석 부두를 개장해 물류기반을 갖췄고, 오는 2011년까지 5만t급 2선석과 3만t급 2선석 등 4개 선석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동부제강 열연공장 건립은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우선 냉연업계 구조조정의 큰 그림이 바뀌게 됐다. 국내 냉연업계는 공급이 수요의 1.5배에 달해 동부제강 현대하이스코 유니온스틸 포항강판 등 냉연업체 간 인수ㆍ합병(M&A), 감산 등 구조조정 필요성이 논의돼 왔다. 동부제강이 열연공장을 세운다는 건 이런 구조조정 판에서 빠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동부제강에 열연강판을 공급하고 있는 일본 철강업체들과 포스코도 문제다. 연간 200만~250만t가량의 판로를 잃기 때문이다. 특히 포스코는 현대제철 일관제철소(지난달 말 착공), 동국제강 브라질 세아라 제철공장(지난해 말 착공) 등이 완공되면 추가로 판로가 막히게 된다.
전기로업체인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동부제강이 가세함으로써 원료인 고철 확보에 비상이 걸릴 전망이다. 고철 가격 급등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한편 동부그룹은 열연공장 건립 결정으로 철강 부문(동부제강)을 더 키우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동부일렉트로닉스)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동부제강을 팔 것이란 일부의 전망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