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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5만평 은빛 향연 하산길 '층층폭포' 지친 다리 달래줘. 단풍이 화려하다면 억새는 수수하다. 붉거나 노란 원색을 뽐내는 단풍에 비해 억새는 살색에 가깝다. 단풍과 비슷한 시기에 제철을 맞는데도 억새가 다소 밀리는 것도 소박함 때문일 것이다. 이 즈음 억새밭은 햇빛의 향연을 연다. 은색빛을 머금은 벌판에 바람이 몰아쳐도 억새는 하늘거릴뿐 꺾이지 않는다. 소박하면서도 강한 힘을 가진 민초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그래서 더욱 정이 간다.
전국에서 가장 억새의 규모가 크다는 경남 밀양시 사자평. 임진왜란때 이순신장군과 함께 구국의 대열에 앞장선 명승 사명대사의 유적이 있는 표충사가 있는 곳이다. 산행은 이 사찰에서 시작된다. 절에 들면 고즈넉한 산사의 분위기가 그대로 전달된다. 숙연해진다. 대광전과 팔상전에 달아놓은 풍경소리는 한편의 실내악을 듣는 느낌이다. 절을 끼고 왼쪽 길을 택한다. 대밭 부도뒷편으로 나 있는 길이 제일 먼저 들어온다. 옥류동천이라고 불리는 계곡 왼쪽으로 올라가 오른쪽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가장 빠르고 보편적인 산행길이다. 억새를 보려는 성급한 마음에 이 코스를 택했다. 내원암을 거쳐 고사리분교, 사자평으로 연결되는 코스다. 사자평까지는 2시간거리. 험하지도 않지만 만만하게 볼 수도 없다. 1시간 정도는 산행길이 숲으로 이뤄져 조금 지루하다. 하지만 산정상에서부터 숨가쁘?내려오고 있는 단풍에 몸과 마음이 물들면 지루할 겨를도 없다. 1시간이 지나면서 계곡과 함께 건너편 등산로가 눈에 들어온다. 계곡은 아찔하다. 건너편 등산로에 언뜻언뜻 보이는 기암괴석이 신비롭다.
경북 청도군 운문산, 가지산에서 경남 밀양시 천황산, 재약산을 거쳐 울산 울주구 간월산, 신불산, 취서산을 이어지는 코스는 흔히들 ‘영남 알프스’라고 불린다. 산높이가 모두 1,000㎙를 웃돌거니와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경치가 알프스산 못지않다고 해서 붙여졌다. 계곡 건너편 경치에 취해 산을 오르다 보면 어느새 고사리분교터와 만난다. 해발 850㎙다. 정확한 명칭은 산동초등학교 사자평분교다. 몇몇 가구가 등산객을 상대로 민박을 치며 생계를 이어갔으나 1997년 모두 철거됐다. 학교 역시 마을의 운명에 따라 사라지고 터만 남았다. 이전의 낭만을 잊지 못하는 등산객들의 꾸준한 요구에 따라 밀양시가 이 곳에 대피소와 매점 등을 짓기로 했다. 반가운 소식이다. 고사리분교부터가 사자평이다. 면적만 125만평이다. 끝에서 끝을 가는 데 1시간30분이 걸린다. 드넓은 억새밭이지만 군락을 이루고 있지 않고 있어 장엄한 맛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햇살을 받고 낭창거리는 억새를 볼량 치면 천지가 은빛으로 감돈다. 억새가 절정에 달하는 10월말이면 은색의 눈부심은 더욱 강도를 높이게 될 것이다.
사자평의 억새산행은 표충사에서 시작된다. 억새밭 위로 산정상이 보인다. 재약산 수미봉(1,018㎙)이다. 수미봉에서 능선을 따라 계속 오르면 천황산 사자봉(1,189㎙)에 닿는다. 사자평은 수미봉 자락이니 재약산 사자평으로 부르는 것이 정답. 그러나 한때 수미봉을 천황산 자락으로 간주해 지금도 천황산 사자평, 재약산 사자평이 혼용된다. 수미봉으로 오르는 길은 억새와 함께 해서 더욱 좋은 코스. 차를 가지고 오지 않았거나 시간이 많다면 천황산을 지나 얼음골로 내려오는 코스를 선택하면 더욱 색다른 등반경험을 얻을 수 있다. 사자평을 거쳐 간월산, 신불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억새의 장관을 제대로 볼 수 있지만 시간이 너무 걸린다는 것이 흠이다. 사자평에서 수미봉까지는 30분 남짓. 산정상에서 발아래 펼쳐지는 억새의 물결. 아직 시기가 이른데다 태풍 매미의 탓으로 옆으로 누워버린 억새도 적지 않지만 감동을 주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사자평 억절벽끝에 2단으로 나있는 층층폭포. 보기만 해도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찔하다.
고사리분교터 근처에 3~4군데의 간이 음식점이 마련돼있다. 도토리묵과 동동주는 7,000원, 컵라면은 2,000원이다. 표충사 아래 마을에서 오토바이로 실어 나른 인건비가 포함된 것이란다. 지친 몸을 식힐 겸 도토리묵을 시킨 뒤 미리 준비해간 컵라면에 물을 부었다. 옆 자리에 앉은 등산객 일행에게 한잔 받은 동동주와 함께 하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다.
내려가는 길은 영남알프스의 명성을 확인하는 코스다. 사자평에서 5분가량 내려가면 층층폭포를 만난다. 계곡 아래로 낙하하는 2층짜리 폭포가 자아내는 경관은 눈을 휘둥그레하게 만든다. 심산유곡을 따라 난 시멘트길을 내려가는 것이라 다리는 아프지만 끝없이 추락할 것 같은 계곡과 계곡너머로 펼쳐지는 바위들의 향연에 눈이 한없이 즐겁다. 한풀 기세가 꺾인 가을 햇살이 얼굴에 닿는다. 콧노래가 절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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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로 동대구 IC에서 나와 25번 국도를 따라 밀양까지 내려간 뒤 24번 국도로 진입, 1044번 지방도로 갈아타고 표충사입구까지 가면 된다. 남부지방에서 올 경우 남해고속도로 진영IC에서 빠져 나와 25번 국도를 타고 밀양에서 빠져나와 24번 국도, 1044번 지방도를 타면 된다.
고속버스로 마산, 혹은 창원까지 가서 표충사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도 된다. 시외버스는 20분 간격으로 하루 38회 운행되며 1시간 가량 걸린다. 대구에서도 표충사까지 하루 20차례 운행하지만 길이 좋지 않아 2시간은 잡아야 한다.
기차를 이용하려면 경부선 밀양역에 내린 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표충사행 시외버스를 탄다. 40분 간격으로 하루 24회 운행.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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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충사가 큰 관광지여서 민박이나 장급 여관이 많다. 알프스산장(055-352-3424), 표충사자연풍경(352-1103), 청산장여관(352-1079) 등. 먹거리도 다양한 편. 단장숲양어장횟집(055-353-5857)의 은어, 약산가든(352-7786)의 흑염소 등이 지역이 자랑하는 먹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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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충사 층층폭포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