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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의 계절이다. 냉면에 제철이 있다고 하는 건 맞지 않는 이야기지만,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시기가 여름인 관계로 여름은 냉면의 계절이라 할 수 있다. 꼬리뼈 끝까지 시원해지는 평양냉면의 차가운 육수나 매콤새콤한 함흥냉면의 오묘한 양념은 더위로 잃기 쉬운 여름철 입맛을 살려준다. 그래서 면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여름이 오면 냉면 한 그릇 정도는 의례적으로 먹게 된다.
메밀로 만들어 면이 뚝뚝 끊기는 평양냉면은 시원한 육수가 맛을 좌우하고, 고구마 전분으로 만들어 면이 질긴 함흥냉면은 매콤새콤한 양념이 맛을 좌우한다. 평양냉면이 시원하고 깔끔한 육수와 메밀의 구수한 맛으로 먹는 반면, 함흥냉면은 새콤달콤한 양념맛으로 먹는다. 그래서 평양냉면은 물냉면, 함흥냉면은 비빔냉면(또는 회냉면)이란 공식이 성립된 것이다. 반대로 먹으면 냉면의 깊은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고깃집에서 후식으로 먹는 일반적인 냉면 말고, 냉면 자체가 명품으로 대접받는 서울의 냉면 명가를 소개한다. 예술의 경지에 이른 것으로 평가 받는 명품냉면으로 더위를 이겨내자.
평양냉면
메밀로 만든 평양냉면은 고구마 전분으로 만드는 함흥냉면과 달리 뚝뚝 잘 끊어지기 때문에 가위로 자르지 않고 그냥 먹는 것이 좋다. 면과 고명을 잘 저은 후 냉면 국물을 한 모금 들이켜 입안을 헹군다. 그 다음에 취향에 따라 겨자와 식초를 알맞게 넣고 먹는데, 한 입 가득 냉면을 넣고 육수를 들이키면서 먹는 것이 맛있게 먹는 비결이다.
강남 평양면옥
`평양면옥`은 자타가 공인하는 서울의 평양냉면 명가다. 평양 대동문 앞에서 시아버지와 함께 대동면옥을 경영했던 변정숙 할머니가 6.25때 월남해 창업했다고 하는데, 중구 장충동과 성남시 분당구에서도 같은 이름의 식당을 가족들이 운영하고 있다.
식당 내에 설치된 제분기로 매일매일 쓸 만큼의 메밀을 직접 빻아서 만드는 면은 메밀 함량이 높아 뚝뚝 잘 끊어지면서 구수한 향이 난다. 너무 맑아서 물을 부은 게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인 육수는 사태와 양지를 넣고 끓이는데 짭조름하면서도 시원한 것이 면과 잘 조화를 이룬다. 고명으로 쇠고기 편육과 돼지고기 제육이 한 첨씩 올려지는데 육질이 좋아 냉면과 찰떡궁합이다. 제육, 편육을 비롯해 만두와 어복쟁반 등의 메뉴가 있다.
◎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66-2 강남을지병원 뒤, 02-549-5500 [자세히 보기]
강남 강서면옥
강서면옥은 1948년 평안남도 강서지방에서 시작해 6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평양냉면 명가다. 담백하면서도 정갈한 맛이 일품인 육수는 한우고기를 푹 고은 물에 동치미국물을 넣고 1주일 정도 숙성시켜서 만든다고 한다. 오늘 마주한 육수는 일일 판매량에 맞춰 일주일 전에 만들어진 것이란 얘기다. 얼음이 얼기 직전의 차가운 상태로 나오는데 맛이 확실히 깊다.
강원도 봉평 메밀과 전분을 섞어서 만든 면은 가늘면서도 부드럽고, 몸에 좋다는 메밀껍데기가 점점이 박혀 있어 구수한 메밀의 향을 후각은 물론 시각으로도 느낄 수 있다. 고명은 삶은 달걀, 오이, 배, 편육, 동치미 무 등을 단출하게 얹어서 낸다. 반찬은 무김치 없이 동치미가 나온다.
오랜 기간 청와대에 냉면을 공급했고, 남북적십자회담 때에는 북측 대표단에게 냉면을 선보였다고 한다. 강남점은 분점이고 본점(02-752-1945)은 중구 서소문동 120-15번지에 있다.
◎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45-30, 02-3445-0092 [자세히 보기]
강남 남포면옥
남포면옥은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평양음식 전문점이다. 양지머리와 사태를 푹 고아서 만든 육수에 동치미 국물을 반반씩 섞어서 만드는 냉면 육수는 조금 강한 편으로 새콤하면서도 감칠맛이 있다. 좋은 육수를 위한 핵심요소인 동치미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 적당량을 매일매일 담그는데, 손님상에 올리기까지 3일정도 숙성기간을 둔다고 한다. 강원도 봉평의 메밀 90%에 감자전분 10%를 넣어 만드는 면은 다른 냉면집에 비해 찰진 느낌이 조금 더 강하다.
냉면과 함께 먹기 좋은 빈대떡은 감자채와 숙주나물이 들어가 고소하면서도 식감이 뛰어나다.
평양냉면을 비롯해 한우생등심, 불고기 등의 고기류, 어복쟁반, 냉면, 온면, 갈비탕, 육개장, 만두국, 해파리냉채, 해물파전, 모듬전, 빈대떡 등등 다양한 음식을 낸다. 강남점은 분점이고 본점(02-777-3131)은 서울시 중구 다동 125번지에 있다.
◎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89-10, 02-540-2596 [자세히 보기]
강남 우래옥
우래옥은 1946년 11월에 개업해 3대, 60여 년을 이어온 평양냉면 명가다. 미식가들 사이에서 우리나라 최고의 평양냉면 집으로 늘 첫 손에 꼽힌다.
평양냉면의 맛을 좌우하는 육수는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은은히 배어 있는데, 한우 암소의 엉덩이살과 다리살을 덩어리째 넣어 4~5시간 이상 끓여서 만든다고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육수를 냉면 용으로 식히면서 기름기를 제거할 뿐 다른 성분을 일체 넣지 않는다. 다른 유명 평양냉면집에 비해 약간 더 무거운 편이다.
메밀가루와 감자 녹말가루를 적당한 비율로 섞어서 만든다는 면은 메밀의 구수한 향이 진하게 살아 있어 메밀의 깊은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다른 냉면집에 비해 가장 큰 차이점은 고명이다. 일단 계란 반 쪽이 없다. 고기를 갈아 알처럼 만든 고명도 특이하다. 매주 월요일은 쉰다.
강남점은 분점이고 본점(02-2265-0151)은 서울시 중구 주교동 118-1번지에 있다.
◎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983-13, 02-561-6121 [자세히 보기]
서초 벽제봉피양
벽제봉피양의 평양냉면은 여든에 가까운 연세에도 현역에서 일하고 있는 냉면 장인 김태원 선생의 비법이 녹아 있는 집이다.
한우 육수에 동치미 국물을 넣은 육수는 담백하면서도 깔끔한 맛을 낸다. 메밀과 전분을 8대2의 비율로 섞은 면은 부드러우면서도 메밀 특유의 구수한 향이 온전히 살아 있다. 고명으로 무, 배추절임, 오이, 배, 계란, 한우 수육을 얹어 묵직하고 두툼한 놋그릇에 담아내는데, 먹는 내내 시원함이 유지되는 비결이 이 놋그릇에 있다고 한다. 냉면과 함께 먹을 수 있는 개성만두는 기름지면서도 감칠맛이 난다.
◎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330 코아텔 1층, 02-587-7018 [자세히 보기]
중구 필동면옥
필동면옥은 평양냉면 명가다. 을지면옥과 함께 의정부 `평양면옥`에서 분가했는데 의정부는 어머니가 운영하다 아들에게, 필동면옥은 큰딸이, 을지면옥은 작은딸이 운영한다고 한다.
평양냉면의 특성을 제대로 살려낸 밍밍한 육수는 한우와 돼지를 푹 고아서 만들어내는데 구수한 뒷맛이 좋다. 옅은 갈색의 면은 다른 냉면 명가에 지해 조금 더 차진 편으로 일반적인 평양냉면 면발처럼 툭툭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 쫄깃한 기운이 남아 있다. 미미하긴 하지만 씹는 맛을 좀 더 느낄 수 있다는 얘기.
고명으로 쇠고기와 돼지고기 편육이 함께 들어 있고, 빨간 고춧가루가 뿌려져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고소하면서도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제육은 돼지고기 삼겹살을 얇게 썰어서 내는 것으로 냉면과 함께 먹기 좋다. 둘째 넷째 주 일요일은 쉰다.
◎ 서울시 중구 필동3가 1-5, 02-2266-2611 [자세히 보기]
중구 을지면옥
을지면옥은 평양냉면 명가다. 인근의 필동면옥과 함께 의정부 `평양면옥`에서 분가했는데 의정부는 어머니가 운영하다 아들에게, 필동면옥은 큰딸이, 을지면옥은 작은딸이 운영한다고 한다. 같은 뿌리의 명가 세 곳 중 을지면옥, 필동면옥, 평양면옥의 순으로 맛이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평양냉면의 특성을 제대로 살려낸 밍밍한 육수는 한우와 돼지를 푹 고아서 만들어내는데 구수한 뒷맛이 좋다. 옅은 갈색의 면은 다른 냉면 명가에 지해 조금 더 차진 편으로 일반적인 평양냉면 면발처럼 툭툭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 쫄깃한 기운이 남아 있다. 미미하긴 하지만 씹는 맛을 좀 더 느낄 수 있다는 얘기.
고명으로 쇠고기 수육과 돼지고기 편육이 함께 들어 있고, 빨간 고춧가루가 뿌려져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고소하면서도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 편육(돼지고기)과 수육(쇠고기)은 얇게 썰어서 내는 것으로 냉면과 함께 먹기 좋다. 첫째, 셋째 주 일요일은 쉰다.
◎ 서울시 중구 입정동 161, 02-2266-7052 [자세히 보기]
마포구 을밀대
1971년 문을 연 `을밀대`는 평양냉면 명가다. 강서면옥, 우래옥, 평양면옥, 을지면옥 등등 다른 명가와 비교해 확실하게 차별된 면발이 특징이다. 메밀껍질이 점점이 박힌 회색에 가까운 면은 일반적인 평양냉면에 비해 두툼하고 꺼끌꺼끌하기까지 하다. 쫄깃하게 씹히는 감이 아주 좋다.
소 뼈와 양지 등을 넣고 10시간 이상 끓여낸 육수는 고소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일품이다. 이 역시 다른 명가들에 비해 자극적인 맛이 좀 더 강하다. 그래서 젊은 층 손님이 많다. 물냉면을 주문하면 살얼음이 들어간 시원한 육수에 두툼하고 회색에 가까운 면을 넣고 계란 반쪽, 편육 2점, 무김치, 오이 등을 올려서 내온다. 이 집에는 메뉴판에 없는 메뉴가 하나 있다. 바로 `양많이`. 일반적인 양보다 많은 양을 주는데 가격은 같다. 개인적으로는 `얼음 빼고 양많이`를 선호한다.
돼지고기를 넣고, 노릇노릇 구워낸 녹두전이 냉면과 함께 먹기 좋다. 함께 내오는 김치로 전을 싸서 먹으면 더 좋다. `강남구 역삼1동 826-17 쌍용플래티넘빌딩 지하`에 강남점이 있다.
◎ 서울시 마포구 염리동 147-6, 02-717-1922 [자세히 보기]
함흥냉면
함흥냉면은 함흥에는 없다. 정확히 말하면 함경도에서 즐겨먹던 `가자미 회국수`를 변형해 중구 오장동에서 만든 냉면이 우리가 알고 있는 함흥냉면의 시작이다. 함흥냉면의 원조인 오장동에는오장동흥남집, 오장동함흥냉면, 오장동신창면옥 등이 있다. 육수로 입을 헹군 다음 양념이 골고루 섞이도록 잘 저은 후 먹는다. 냉면이 조금 남았을 때 육수를 붓고 후루룩 마시는 것이 맛있게 먹는 비결이다.
중구 오장동흥남집
Since 1953,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오장동흥남집의 육수는 마늘과 생강 맛이 자극적이면서도 진하게 느껴진다. 색은 식혜와 비슷하다. 먼저 비빔냉면으로 할지 회냉면으로 할지 결정한 다음 냉면에 곁들이는 음식을 하나 추가하면 좋다. 비빔냉면에는 홍어무침이, 회냉면에는 수육이 좋다. 오장동흥남집은 따로 내주는 무김치가 없다. 그냥 달랑 냉면 한 그릇뿐이다. 오장동이 본점이고, 신림동(영등포구 신림본동 1637-11, 02-879-1437)에 분점이 있다. 주문과 동시에 돈을 내야 하는 선불이다. 매월 둘째, 넷째 수요일에 쉰다.
◎ 서울시 중구 오장동 101-7, 02-2266-0735 [자세히 보기]
중구 오장동함흥냉면
오장동함흥냉면의 육수는 진한 우동국물 같다. 맛도 간장 맛이 진하게 나는 편으로 뒷맛은 달짝지근한 편이다. 함흥냉면에서 육수가 중요한 이유는 냉면 먹기 전에 입맛을 돋우고, 냉면을 먹는 중간중간에 매운맛을 중화시켜주기 때문이다.
먼저 비빔냉면으로 할지 회냉면으로 할지 결정한 다음 냉면에 곁들이는 음식을 하나 추가하면 좋다. 비빔냉면에는 홍어무침이, 회냉면에는 수육이 좋다. 오장동함흥냉면은 따로 내주는 무김치가 없다. 그냥 달랑 냉면 한 그릇뿐이다. 매월 첫째, 셋째 화요일에 쉰다.
◎ 서울시 중구 오장동 90-10, 02-2267-9500 [자세히 보기]
중구 오장동신창면옥
오장동신창면옥의 육수는 진하고 고소한 것이 특징이다. 이 집에서 얘기하는 함흥냉면 맛있게 먹는 법은 먼저 육수로 입을 헹구면서 입맛을 돋군 다음 냉면에 양념장, 겨자, 설탕을 각각 반 스푼씩 넣고 식초를 약간 친 다음에 먹는 것이다. 냉면을 먹는 중간중간에도 육수를 마셔주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그릇에 육수를 부어 후루룩 마시는 것이 함흥냉면을 먹는 정석이라고 한다.
담백한 맛의 왕만두는 매콤한 냉면으로 인해 얼얼해진 입을 중화시켜주는 매력이 있다.
◎ 서울시 중구 오장동 90-8, 02-2273-4889 [자세히 보기]
영등포 함흥냉면
함경도 갑산이 고향인 이태로 선생이 1967년 문을 연 이래 대를 이어 40여 년을 이어온 냉면 명가다. 맛이나 전통면에서 함흥냉면의 대명사 격으로 알려진 오장동에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 깊은 내공을 갖추고 있다.
100%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면은 쫄깃하고 탄탄한 함흥냉면 특유의 식감이 잘 살아 있고, 사골과 마늘을 넣고 24시간 푹 고아서 만드는 육수는 매콤하면서도 구수하다. 회냉면에 들어간 회는 간재미 선어로 만든다는데, 새콤달콤하면서도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냉면과 함께 먹기 좋은 김치만두는 가히 예술이다. 잘 익은 김치를 넣어 두툼하게 만들어내는데 웬만한 만두전문점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깊은 맛을 자랑한다.
◎ 서울시 영등포구 영등포동3가 7-32, 02-2678-2722 [자세히 보기]
강남 대치함흥면옥
대치함흥면옥은 20여 년 전통의 함흥냉면 전문점이다. 쇠고기 편육이 얹어지는 비빔냉면이나 간재미가 얹어지는 회냉면 모두 매콤하면서도 새콤한 함흥냉면 특유의 맛이 제대로 살아 있다. 유백색에 가까운 면은 질긴 듯 하면서도 부드럽고, 짙게 우려낸 구수한 육수는 입맛을 돋구는 감칠맛이 좋아 자꾸 손이 가게 만든다. 냉면과 곁들이기 좋은 고기만두는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전통명가로 알려진 오장동이나 영등포의 함흥냉면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 서울시 강남구 대치1동 1023-2, 02-562-3989 [자세히 보기]
강남 강남면옥
강남면옥은 강남 일대에서 손꼽히는 함흥냉면 명가다. 함흥냉면은 매콤한 양념으로 맛을 내는 회냉면과 비빔냉면이 주력인데, 이 집에서는 회와 편육을 같이 넣은 `섞어냉면`이란 메뉴도 있다. 회로 할지 비빔으로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
흰빛이 도는 회색의 면은 고구마 전분으로 가늘게 뽑아내는데, 투명해 보일 정도로 얇은 편이라 가위로 자르지 않아도 먹는데 불편함이 없다. 간장 맛이 살짝 도는 육수는 고소하면서도 담백해 냉면을 먹는 내내 홀짝홀짝 마시기 좋다. 만두피가 얇아 속이 반쯤 들여다 보이는 고기만두도 깔끔한 편이다.
대치동점은 분점으로 본점은 신사동(강남구 신사동 588-9, 02-3446-5539)에 있고, 분당(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77-6, 031-781-3790)에도 분점이 있다.
◎ 서울시 강남구 대치1동 1023-4, 02-539-6393 [자세히 보기]
출처 : 리예또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