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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작년 연말에 있었던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 사건으로 인해 남북관계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중이다. 이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은 마치 전쟁이라도 불사할 것 같이 매일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라 9.19 군사합의 파기, 9월 평양선언 파기 등도 검토 중이라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 이룩했던 남북관계 개선 성과들이 하나씩 부정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모습을 목도할 때마다 정권의 연속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다시금 깨닫게 된다. 우리나라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정권교체가 되면 아무리 정당이 다르더라도 전 정부에서도 배울 점이 있으면 그걸 계승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무조건 전 정부에서 했던 것들은 다 나쁜 것이므로 무조건 없애야 한다는 게 대한민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하긴 이런 모습은 비단 현대 대한민국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일찍이 단재 신채호도 본인의 역작인 『조선상고사』에서 지적했던 바다. 단재는 신라가 일어나자 고구려, 백제의 역사가 볼품 없게 되었고 고려가 일어나자 신라의 역사가 볼품 없어졌으며 조선이 일어나자 고려의 역사가 볼품 없어졌다고 했다. 그 이유는 새로 일어난 왕조가 전 왕조를 늘 시기하여 전 왕조의 역사서를 모두 말살하고 자신들의 구미에 맞게 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단재가 비판했던 그 못된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문재인 정부의 남북정책 성과까지 부정하면서 남북관계를 파탄내고 있는 윤석열 정부는 과연 안보에 대해 어떤 복안이 있고 어떤 대책이 있는지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필자가 보기엔 어떤 복안이나 대책은 없고 그냥 목청만 크게 지르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필자가 이렇게 지적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단순히 필자가 윤석열 정부를 싫어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29일에 육군 대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합참이 보고한 비행궤적을 토대로 남산, 은평구, 종로, 동대문구, 광진구까지 무인기의 침범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병주 의원이 열거한 이 지역들은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구와 인접한 지역들이다.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한 것도 모자라 대통령실 주변까지 내려와서 그 일대를 정찰하고 갔다면 엄청난 안보 참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군은 김병주 의원이 제기한 의혹을 일절 부인하며 펄펄 뛰었다. 하지만 결국 5일에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 인근 상공에 일부 진입한 사실이 있었음을 뒤늦게 시인했다. 이것이 사건 발발 후 무려 열흘만에 내놓은 분석 결과였다. 5일 군에 따르면 국방부 장관 이종섭과 합참의장 김승겸 등 군 수뇌부는 지난 4일 윤석열대통령 에게 북한 무인기 대응책을 보고한 자리에서 북한 무인기 1대가 비행금지구역(P-73)에 진입한 바 있다고 보고했다.
P-73은 용산 대통령실과 국방부 청사를 중심으로 하는 반경 3.7㎞ 구역으로, 용산뿐 아니라 서초·동작·중구 일부를 포함한다. 지난달 26일 김포와 파주 사이 한강 중립수역을 통해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 1대는 한강을 따라 서울로 들어온 뒤 1시간가량 서울 상공을 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대통령 경호를 위해 설정된 서울 중심부 핵심지역까지 들어온 것이다.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은 북한 무인기의 서울 진입 당시 상황을 초 단위로 재분석한 결과 P-73 침범을 확인했다고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다만 P-73을 스치듯 지나간 수준이고, 용산이나 대통령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분석됐다”고 전했다.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 주변까지 침투했다는 분석은 사태 초기부터 제기됐으나, 군은 무인기가 ‘서울 북부’ 지역에서만 비행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합참은 P-73 진입도 부인한 바 있다. 지난달 29일 출입기자단 문자 메시지 공지로 “적 무인기는 비행금지구역(P-73)을 침범하지 않았다.”고 명시했고 이어진 정례브리핑에서는 이와 관련해 “사실이 아닌 근거 없는 이야기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무인기가 P-73을 통과했을 확률이 높다는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 주장에 대한 정면 반박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완전히 빗나가 군 입장에선 속된 말로 개망신을 당하게 되었다.
이런 한심한 군대를 어떻게 믿고 함부로 전쟁을 떠들고 9.19 군사합의며 9월 평양선언까지 파기하겠다고 강수를 두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전부터 말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전형적인 치킨 호크인것 같다. 표면상 명분은 북한의 상습적인 합의 위반이라고는 하지만 속내는 문재인 정부의 업적을 부정하는 것에 있다고 본다. 북한이 어떤 합의 사항을 지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다 못해 휴전협정까지 위반한 나라가 북한이다.
대표적인 휴전협정 위반 예시가 바로 비무장지대에 있는 GP(Guard Post)이다. 본래 비무장지대는 말 그대로 무장한 군인이 주둔해선 안 되는 지역이다. 따라서 그 어떤 군사시설도 주둔하면 안 된다. 하지만 북한은 남한을 보다 용이하게 정찰할 목적으로 비무장지대에 GP를 설치하고 군대를 주둔시켰다. 물론 겉으로는 휴전협정 위반이 아니라는 티를 내기 위해 거기 주둔한 부대는 ‘민경대대’라 하여 군대가 아니라 경찰이라고 우기고 있다.
북한이 이렇게 하자 우리도 질 수 없다는 뜻으로 똑같이 비무장지대에 GP를 설치했고 거기에 군대를 주둔시켰다. 물론 우리도 휴전협정 위반이 아니라는 티를 내야 하기에 거기에 주둔한 부대원들에게는 ‘민정경찰’이라는 표찰을 부착하게 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은 군인이 아니라 경찰이라고 우기기 위해서 꼼수를 부린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1953년에 체결한 휴전협정도 파기하고 전쟁을 벌이지 그런가? 윤석열 대통령은 과연 왜 국군이 휴전선 부근에 주둔해 있는 것인지 알고는 있는 것인가? 국군이 휴전선 일대를 철통 방어하고 있는 이유는 전쟁을 일으키기 위함이 아니라 억제하기 위함이다.
언론들은 또 왜 비판을 제대로 하지 않는가?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 사건이 발생하고 열흘이 지나서야 용산 대통령실 주변까지 북한이 정찰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사건이 문재인 정부 시절에 발생했다면 아마 난리가 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언론은 비판 수위를 애써 낮추고 있다. 제발 공정한 척이라도 좀 해 봐라.
더 어이 없는 것은 대통령실의 행태다. 김병주 의원이 용산 주변까지 북한 무인기가 침투했을 가능성을 먼저 지적한 것을 두고 “자료 출처에 당국이 의문을 품고 있다.”고 했단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건 발생 이후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뤄진 보고 경위를 상세히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대통령실의 이같은 지적은 ‘북한 무인기의 P-73 진입이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군 당국에 대한 ‘안보 공백’ 비판이 커지는 상황에서, 도리어 야당 의원에 논란의 화살을 돌리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28일 국회에 제출한 그 자료로는 비행금지구역 안쪽 얘기를 할 수 없다. 야당 의원이 주장한 당시 시점으로 하면 국방부도 합참도 모르는 것”이라며 “만약에 근거가 있다면 어디서 받으신 건가”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설마 김병주 의원이 북한 인민군과 내통이라도 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인가?
본인들 잘못은 되돌아볼 줄 모르고 어디서 야당 탓을 하고 있으며 또 어디서 물타기를 하고 있는 것인가?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야당 탄압, 언론 탄압, 노동자 탄압밖에 없는 게 이 한심하기 짝이 없는 윤석열 정부인것 같다. 도대체 언제까지 전 정부 탓, 야당 탓으로만 일관하면서 본인들의 무능함을 감추려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치킨 호크들의 위험성에 대해선 이미 여러 차례 말한 바 있지만 다시 한 번 강조할 필요가 있다. 치킨 호크들은 자신들은 항상 안전한 요새 안에 있으면서 입으로만 전쟁을 떠드는 자들이다. 안전한 요새 안에 숨어 있는 자들이 과연 전쟁에 대해서 제대로 알겠는가? 말만 요란하게 할 뿐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전혀 책임을 지지 않기에 위험한 것이다. 어차피 전쟁이 일어나도 군인들이 죽지 본인들이 죽는 것은 아니니까.
만약 남북 간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남한의 승리가 거의 확실하다. 하지만 이전에 필자가 지적했듯이 우리는 북한에 비해서 잃을 것이 많다. 북한은 이미 파탄 국가이기에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지만 우리는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경제 대국이 아닌가? 이미 우리가 국력 면에서 북한을 압도하고 있으면 좀 강자로서 여유를 보일 줄도 알아야 한다.
지금 북한이 계속해서 대남 무력 도발을 하고 있는 것은 일종의 최후의 발악과도 같은 것이다. 현재 북한은 다시 1990년대 고난의 행군에 이어 제 2차 고난의 행군을 선포한 상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자 북한은 방역을 이유로 국경을 봉쇄하여 스스로 폐쇄와 고립의 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생명줄을 연장해주고 있었던 중국과의 교역이 급감해버렸다.
중국의 지원 덕에 겨우 숨줄만 붙어서 허덕거리고 있었는데 국경 봉쇄로 인해 교역이 단절되었으니 이제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대내적으로는 공포정치를 단행하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정권에 대한 불만을 외부로 돌리려 하고 있다. 그래서 잇단 미사일 발사와 대남 무력도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저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남한과 전쟁을 하면 무조건 진다는 것 정도는 잘 안다. 북한 인민군은 숫자만 많은 오합지졸일 뿐이고 무기와 탄약은 커녕 기본적인 식량 조달 자체도 못하고 있다. 오히려 그나마 갖고 있던 장비들도 싹싹 빼돌려서 식량으로 바꿔먹고 있는 게 인민군이다.
더군다나 북한 인구는 남한의 절반도 안 되는데 군사 규모는 2배가 넘으니 왜소한 체격의 약골들까지도 모조리 긁어모으고 있는 판이다. 실제로 북한 인민군 병사들 평균신장은 남한 여성 평균신장보다도 최소 5cm 이상 더 작다. 명색이 한 국가의 정규군 병사 키가 적국 일반인 여성 키보다 작다면 그게 말이 되겠는가? 무슨 소설 『걸리버 여행기』도 아니고 말이다.
또 120만 명에 달하는 인민군 중에서 30만 이상은 건설부대인데 이들은 말이 군인이지 그냥 북한 정권의 국책사업에 동원되는 건설 노동자들이다. 총 한 번 제대로 쏴본 적도 없고 아파트 건설, 도로 건설 등 여러 건설 현장에 끌려다니기 바쁜 자들이다. 즉, 인민군의 숫자가 120만에 달하긴 하지만 실체를 하나하나 들여다 보면 그만큼 허수(虛數)가 많다는 것이다. 실질적인 전투 병력 숫자는 우리 국군과 큰 차이가 없다는 의미다.
인민군의 현실이 이러하니 북한 정권 수뇌부들도 남한과 전쟁을 하면 승산이 없다는 것 정도는 자신들이 더 잘 안다. 지금 자행하고 있는 대남 무력도발은 자신들 정권 유지를 위한 자구책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시절에 체결했던 군사합의와 평양선언 등을 모두 파기하겠다고 하는 건 말 그대로 견문발검(見蚊拔劍)에 불과하다.
말만 요란하게 떠들지 말고 국민들이 믿고 안심할 수 있는 진짜 안보 태세를 갖추고 전쟁을 떠들어도 떠들어라. 북한 무인기가 영공을 침범하고 열흘이 지나도록 용산 대통령실 주변이 정찰 당했는지 안 당했는지 모르면서 뭘 선제 타격을 떠들고 전쟁을 떠들고 있는가? 자신들의 무능으로 인해 이 사건이 터졌으면서 전 정부 탓, 야당 탓으로 일관하는 지금 정부의 태도는 정말 비겁하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