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말씀드렸듯이 [어떻게 써야 잘 썼다고 소문이 날까요?]의 세 번째 이야기인 '구성'에 대해 적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알아두셔야 할 것! 이 글은 만화 스토리를 쓰는 법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만화 스토리를 '잘' 쓰는 법에 대한 얘기입니다. 제가 이리저리 잔뜩 주절댄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제 견해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는 제가 적은 사항들에 얽매일 생각을 하시면 절대 안됩니다. 특히 이번의 구성이 그렇습니다. 전 제가 가진 지식만으로 구성에 대해 얘기하겠지만, 그밖에도 구성이라는 존재는 까마득하게 다양한 모습으로 산재해 있습니다. 그것을 찾는 것이 바로 독자분들께서 밟아야할 계단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 목적은 이것을 통하여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고서 드높게 성장하시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저도 수많은 경쟁자들의 존재를 즐겁게 느끼면서 작품에 열중할 수 있겠죠? (오오! 내게 이런 거대한 뜻이? 미처 몰랐군. --;;)
자아, 자. 형식을 알았으니 쓸 줄은 알 테고, 반전을 알았으니 국어사전을 쓰지는 않을 테고, 캐릭터를 알았으니 죽도 밥도 아닌 스토리는 안 나옵니다.(전에도 말했듯이 캐릭터만 잘 표현해도 재미있는 작품은 충분히 만들 수 있어요. ^^) 하지만 위험요소가 남아 있네요. 이른바 '중구난방의 카오스 스토리'입니다. 아버지가 딸 낳다가 전설의 신검인 일급판정검으로 외계인을 초청하지 않으려면 구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 두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전 복잡한 게 싫습니다.(충분히 복잡했었어!) 다른 것은 다 필요 없고 [서론-본론-절정-결론]의 4중 구조를 중심으로 구성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3. 구성
①서론
말 그대로 시작의 스토리입니다. 서론도 그렇고 본론도 그렇고 절정, 결론 모두가 다 중요한 것들이지만(세상에 자신이 쓰는 스토리에 소홀히 대해야 할 부분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한국 만화계의 현실은 서론에 80%이상의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모르시는 분들을 위하여 이유를 간단하게 설명하겠습니다.
첫째! 처음부터 재미없으면 80%의 독자분들이 안·봅·니·다. T_T
둘째! 어지간히 재미있는 시놉시스(작품 전체의 줄거리 및 설정들을 간략하게 적은 글)가 아니면 출판사가 안받아줍니다.
셋째! 자신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출판사의 기자 및 담당 편집자들이 멋대로 뜯어고치거나 네가 알아서 고쳐놓으라고 방긋 웃습니다.
넷째! 놀랍도록 마음이 맞는 작화가분께서 맡게되지 않으면 미움받는 스토리가 됩니다. 때로는 작화가분께서 요리살짝 고쳐주십니다.
다섯째! 첫째와 관련된 얘기가 되겠지만 아무리 출판사가 밀어줘도 서론을 마치기도 전에 댕겅 짤리는 운명에 접하게될 가능성이 과반수를 넘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오히려 득이될 수도 있습니다. 다른 스토리 작가분들이 분노하시게될 말이 될 수도 있겠으나, 이런 제약상의 핸디캡을 안고서 스토리를 쓸 경우, 대중적인 스토리에 대한 감각을 제일 먼저 익히게 될 것입니다. 대중적인 스토리는 모든 스토리의 기본입니다. 이러한 기본을 충실히 다져놓은 뒤에, 인디계열과 고차원적인 감각스토리로 발전하는 것이 제 견해에서는 바람직한 과정이라고 여겨지네요. 어차피 저희들은 세계로 진출해야 합니다. 기본을 충실히 다져놓은 상태에서 좀 더 비약적인 모습으로 세계에 도전한다면 그만큼 성공의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세계적인 스토리와 문화의 감각에도 꾸준하게 지식을 접목시켜야 가능한 얘기죠.
네에. 변함없이 잡설로 빠졌습니다. --;; 서론에 대해서 본격적인 진행에 들어갑죠.
가. 단편형 서론
가장 대표적이고도 대중적인 형태를 서두에 두기로 하겠습니다. 이것은 하나의 짤막한 단편 스토리를 서론으로 제시하는 겁니다. 즉, 서론 내에서도 서론-본론-절정-결말의 구조가 이루어지는 것을 말하죠. 이것은 스토리 전체가 점층법(점점 큰물에 가서 노는 방법)으로 이루어져 있을 때 많이 사용됩니다.
간단한 예시를 들겠습니다.
[철수는 연약해서 늘 얻어맞았다. 그런 나날의 과정 중에 철수는 우연히 자신의 엄마가 20년전 이 동네를 풍미하신 쌍-_-년파의 여두목이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철수는 엄마의 일기장 1페이지에 적혀있는 기술을 응용하여 항상 자신을 괴롭히던 경석이를 조지는데 성공한다.]
이것이 작품의 서론입니다. 일이 시작되는 발단의 과정이죠. 하지만 그 속에서 [철수가 연약하여 얻어맞는다]라는 또 하나의 서론이 있고 경석이와의 대결이라는 본론이 있으며, 그 싸움 과정에서의 절정과 승리의 결말이 따로 있습니다.
[다음날 경석이가 처참하게 작살나서 동네의 헌옷수거함에 담겨져 있었다. 경석이가 속해있는 조직의 보스가 철수에게도 져버린 경석이를 벌준 것. 몰랐는데 경석이는 사실 철수를 사랑하는 게이다. 보스의 명령에 따라서 어쩔 수 없이 괴롭힌 것. 뒤늦게 경석이를 사랑하게된 철수는 복수를 위하여 본격적으로 엄마 일기장을 뽀리치고 그 속에 담겨진 기술로 보스를 작살냈다.]
이것이 일종의 점진적 구조입니다. 좀 더 강한 상대가 나타나고, 주인공 역시 좀 더 강하게 레벨 업이 되는 거죠. 이런 형식의 스토리는 ★마음만 먹으면! 무척 쉽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그것을 악용하는 허접작가(아쉽게도 존재합니다.)들이 있죠.
개인적으로 경고하건대 위 형식의 이점만 믿고서 얼토당토않은 소재들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스토리를 쓰려거든 관두십시오. 창작의 즐거움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쉽다는 것]은 아무나 다 한다는 얘기도 됩니다. 그리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거쳐갔다는 의미도 될 겁니다. 남이 이미 해버린 스토리를 소재만 딸가랑 바꿔서 쓰는 걸 즐기고 싶습니까? ^^
[알고 보니 엄마가 속했던 조직 쌍-_-년파는 두목이 두 명이었더라. 철수엄마에게 콤플렉스가 있었던 또 한 명의 엄마가 키운 자식이 철수에게 도전을 했다. 그 가공할 힘! 철수엄마도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고 철수를 본격적으로 깡패의 길에 인도해준다. 자! 대결!]
이렇게 쓰고 싶습디까? --;;
그렇기 때문에 이 단편형 서론이 제일 쓰기 어려운 형식입니다. 그만큼 고심하여 독창성을 부여해야하기 때문이죠. 독창성이 뒤떨어지는 대표적 작품은 '드래곤 볼'이나 '럭키 짱'입니다. 그리고 이 단편형 서론의 형식으로 대단히 뛰어난 작품이 된 예를 들자면 '몬스터'와 '무한의 주인' '슬램덩크' '열혈강호'와 '아스팔트 사나이'등을 들 수 있겠네요.)
나. 충격형 서론.
절정을 능가하는 엄청난 매력을 초반에 보여주는 형식입니다. 이것 역시 출판사가 환장을 하며 좋아하는 형식입니다. 이유야 뭐 별 것 없습니다. 너는 오늘 최고여야 한다. 내일은 너 죽이고 딴 놈의 최고를 써먹으면 된다. 가 출판사의 기본방침이니까요.
이 형식도 물론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바로 위에 언급된 출판사의 방침을 토대로 하여 작가 스스로가 '그것이 옳은 말씀이시야.'라며 이룬 형식이라면 문제가 있습니다. 이 좋은 형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그 뒷부분이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즉, 이 형식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 뒤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뒷받침되어 있어야 합니다. 능력이 안되면 하지 마세요. 실력이 늘면 언젠가는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참고작품의 예를 들자면 영화 '분노의 역류(백 드래프트)'가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써놓은 오컬트라는 글(아아, 이런. 저는 실력이 된다는 얘기? 흠하하! 뒤편이 언제 나올지 기다려 보십시오. --;;)이 이런 형식을 사용했습니다. 머리가 굳어서 그런지 참고작이 잘 생각나지 않네요. ^^;;
또 충격형 서론의 형식에는 다른 표현도 있습니다. '강백호가 여자들에게 채이는 기록달성!'의 서론을 두었던 슬램덩크도 일종의 충격형 서론입니다. 독자의 구미를 당기는 의외의 요소를 집어넣는 것이 '하나의 충격'이라고 표현될 수 있습니다. 이것도 염두에 두시길.
다. 의문형 서론.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서론입니다. 앞서의 두 형식만큼은 아니지만, 이것 역시 출판사가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것만 늘어놓다니! 너 출판사 앞잡이냐? 라고 물으신다면 전 독자 앞잡이라고 말씀을 드리렵니다. ^^ 셋 다 독자분들이 좋아하는 서론이기도 하니까요.
의문형 서론의 형식은 처음부터 복선을 깔면서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으로 진행하는 스토리입니다. 용비불패나 프리스트, 몬스터가 그 좋은 예입니다. 다만 이것은 작가 자신이 서론에 들어가기 전부터 그 해답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작가 스스로도 모르는 멋진 문제의 제시를 해봤자 결국은 진행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해답을 알고 있다면 차후에 그것을 토대로 좀 더 새롭고 멋진 해답을 만들 수도 있으며, 진행 자체도 작가가 처음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더 좋은 진행'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라. 진행형 서론.
가장 일반적인 서론의 형식입니다. 굳이 서론 자체에 매력을 두지 않고 자연스럽게 본론과 이어지도록 진행하는 형식입니다. 이것이 평이하다고 생각하실 분들도 많겠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작품의 중요한 포인트를 서론-본론-절정-결론의 이곳 저곳에 꼭꼭 심어놓을 수 있는 대단히 좋은 형식입니다. 한때는 감성만화들이 이런 형식을 즐겨 사용했는데 지금은 감성만화들도 여타의 코믹스처럼 서론에 힘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 천편일률적인 모습이 다소 아쉽네요. ^^;;
다만 대중에게 외면을 당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수준 높은 독자들에게는 대단히 높은 평점을 받을 수 있겠으나, 출판사가 얌전히 계실지 걱정이네요. 일단 장편연재가 성공하면 꾸준한 사랑을 받게되는 것은 확실합니다. 언제 어느 때라도 복선과 절정을 심을 수 있으며, 통일된 분위기의 지속이 용이하기 때문에 창작하기 쉬운 스토리입니다.
※ 소형식 종류를 목록으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혹여 시작의 형식이 잘 떠오르지 않으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참고하시길.
1. 대화형으로 시작. (그 얘기 들었어? 그 놈이 또 누굴 조졌대…)
2. 설정형으로 시작. (아아. 때는 바야흐로…)
3. 전투형으로 시작. (덤벼 씨바!)
4. 과거형으로 시작. (얘야. 난 뒤져도 넌 살아서 복수를…)
5. 결말형으로 시작. (천지색마! 천 명의 미녀를 낚았다는 그녀(?)의 파란만장한 일생은 이렇게 시작된…)
6. 만났네형으로 시작. (아아. 저 남자… 꽃미남이야. 근데 깡팰세?)
7. 주인공 오셨네형으로 시작. (음하하! 다들 안녕? 내가 그 유명한 전학생이라는 거야.)
8. 내가 주인공일세형으로 시작. (오늘도 무의미한 하루가 시작됐다… 1인칭--;;)
9. 주인공 잘났네형으로 시작. (제발 살려주세요. 어머? 누구셔? 앗! 주먹 한 방에 깡패가 모두 다? 저 놈 누구냐! 게다가 미남일세?)
10. 일 벌어지네형으로 시작. (크아악! 울 아빠가 옆집 가문 할머니에게 강간당했다! 미국에 편지해서 우리의 주인공인 막내를 불러!)
★ 서론은 중요합니다. 출판사가 중히 여겨서 중요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창작을 두고 하는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분들이 창작에 소요하는 시간중에서 절반은 컴이나 노트를 앞에 두고 헤벌레하는 시간에 투자합니다. 일단 시작만 하면 즐거운 창작의 바다에 푹 빠져들 수 있지만, 그 시작이라는 것이 꽤 어렵죠. ^^ 서론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본론을 즐겁게 이끌 수 있고, 결론에 이를 때까지 즐거움을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서론에 많은 비중을 두고 신중하게 쓰셔야 합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서론은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대표적인 서론은 하나의 단편을 서론으로 제시하는 형식이다. 이것의 뒤를 이을 때 반드시 독창성을 염두에 둬야한다. 독창성이 없으면 뒤를 잇기는 쉽지만 욕먹는다. --;;]
[충격형 서론은 뒷부분을 감당할 자신이 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형식이며 성공시에 크게 효과적인 작품이 된다. 뒤로 갈수록 쓰기가 힘들다.]
[의문형 서론은 결말을 구상한 상태에서 써야한다. 뒤로 갈수록 쓰기가 쉽다.]
[진행형 서론은 서론 자체에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작품 전체에 중요도를 배분하는 경우다. 장편연재를 성공만 하면 미친 짓을 하지 않는 한 절대 독자들에게 외면 받지 않는다.]
[서론 잘못 쓰면 개고생한다.]
②본론.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음핫하하!
본론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본격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마시고 [절정을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즉,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절정을 구상해둬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주먹구구식의 본론에 급급하다가 결국은 창작의 흥미마저 잃을 지도 모릅니다.
본론은 재미없습니다(창작자의 입장에서는 ^^). 빨랑빨랑 절정에 다다르고 결말을 봤으면 좋겠는데 그걸 만들기 위해서 개고생을 하게되는 것이 본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창작자들은 편법을 사용합니다. 본론 속에 소규모의 (서론-본론-절정-결론)을 따로 만드는 것이죠. 이것을 이벤트라고 부르겠습니다. 이 이벤트 속의 본론도 물론 지겹습니다. 때문에 이벤트 속의 본론은 가급적 압축하는 방식이 좋습니다.
무슨 애매한 헛소리냐? 라고 하실 것 같네요. ^^ 자세한 사항은 다음 편에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힛히히히히.
첫댓글 음.... 잘 봤습니다 ^^ 공감이 가는군요
위에 글 쓰신 분이 만화 스토리와 소설을 함께 겸업하시는 작가분이신데, 글을 아주 맛깔나게 잘 쓰신답니다. 어떤 장르의 글을 쓰시든지 도움이 되실 것 같아 퍼왔는데 공감이 간다니 제가 기분이 좋네요. 건필하세요.
윗 글보구 넘넘 감동 입니다~! 명강의네여, 명강의!!! 눈에 쏙 쏙 들어와여~ ^^ 감사, 감사!!!
스크랩해갈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