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작 앙리 메이야크의 희곡 <대사관 무관>
대본 빅토르 레옹 & 레오 슈타인
초연 1905년 테아터 안 데어 빈
배경 근대의 파리
<2004 취리히 오페라하우스 공연 / 125분 / 한글자막>
취리히 오페라하우스 오케스트라 & 합창단 / 프란츠 벨저-뫼스트 지휘 / 헬무트 로너 연출
한나 글라바리..................도시국가 폰테베드로의 미망인.....다그마르 쉘렌버거(소프라노)
다닐로 다닐로비치 백작.....기병대 중위. 파리 대사관 무관.....로드니 길프리(바리톤)
미르코 제타 남작..............파리 주재 폰테베드로 대사..........루돌프 하르트만(베이스)
발렝시엥느......................대사의 아내..............................우테 그프레러(소프라노)
카뮤 데 로시용.................파리의 신사..............................표트르 베찰라(테너)
녜구스............................대사관 직원..............................헤르베르트 프리코파
---------------------------------------------------------------------------------------------------------------------
=== 줄거리 === <영상물 내지 해설 / 박종호 글>
이야기는 파리 주재 폰테베드로 대사관저에서 시작된다. 폰테베드로가 어디냐고? 나도 모른다. 모를 수밖에! 폰테베드로는 이 오페레타에서 만들어 낸 가상의 나라다. 그러니 뭐, 어디라도 상관없다. 그러나 오페레타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폰테베드로는 발칸 반도의 어디쯤에 있다. 그리고 아주 작은 공국이다. 아마 리히텐슈타인이나 산마리노 같은 나라를 떠올리면 될 것이다. 작으니 재정이나 국력은 보잘것없다.
그런데 이런 폰테베드로의 본국 정부에서 파리 주재 대사관에 긴급한 비밀 명령을 내린다. 그것은 바로 폰테베드로의 국민인 한나 글리바리라는 부인이 파리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한나는 원래 평범한 처녀였는데, 대은행가인 글리바리의 청혼을 받아들여서 글리바리 부인이 되었다. 그런데 결혼한 지 며칠 만에 글리바리가 갑자기 사망하여 한나는 미망인이 된다. 그리고 그녀에게 남겨진 유산은 현찰만 5천만 프랑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그 돈은 폰테베드로 국립은행의 전체 예탁고의 대부분,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약 97%에 달하는 돈이었다. 그렇게 돈 많은 그녀가 발칸 반도의 구석에 박혀서 지내는 것이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가 화려한 파리의 사교계에 등장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순서일지도 모른다.
한나가 파리에 오자 그녀 주위에 수많은 남자들이 모여들어 열렬히 구애했고, 그중에는 파리의 유명한 멋쟁이들과 귀족들이 즐비했다. 그런데 만일 그녀가 프랑스 신사 같은 외국인과 결혼을 하게 되면, 그녀의 국적은 남편을 따라 바뀔 수 있고 재산도 모두 외국의 것이 된다. 그리고 국립은행에 있는 그녀의 예금이 모두 다른 데로 빠져나간다면 국립은행은 물론 폰테베드로라는 국가 자체가 파산하게 될지도 모르는 크나큰 위기에 처할 것이다.
그리하여 폰테베드로 정부에서는 파리 주재 대사에게 공문을 보낸다. 어떤 일이 있어도 한나가 외국인과 결혼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이 중대한 임무에 파리 주재 대사는 큰 고민에 빠진다. 어떻게 하면 한나가 매력적인 파리의 멋쟁이들과 결혼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지금도 대사관을 방문한 한나에게는 남자들이 줄줄이 따라다니고 있는데……. 대사에게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 최근에 대사관에 1등 서기관으로 부임하여 근무하고 있는 잘생긴 다닐로 다닐로비치 백작이 생각난 것이다. 기병대 중위 출신인 그는 이곳에서 근무한 지난 3~4개월 동안 아무런 일도 없이 빈둥거리기만 하고, 퇴근하면 매일 고급식당 막심으로 달려가 와인과 무희들과 함께 환락의 나날을 보내고 있을 뿐이다. 그런 다닐로야말로 이런 일에는 적임자일지 모른다. 대사는 다닐로를 불러 마치 007에게 지령을 내리듯 그에게 처음으로 국가의 운명이 달린 임무를 준다.
그리하여 다닐로는 하는 수 없이 한나에게 접근한다. 하지만 다닐로는 막상 한나에게 구혼하지 못한다. 그는 사실 젊은 시절에 한나와 잠시 사귄 적이 있었던 것이다. 둘은 사랑했지만 우연한 일로 헤어지고 말았다. 아직도 그때의 소녀를 잊지 못하는 다닐로가 그녀에게 청혼하지 못하는 것은, 다른 남자들처럼 돈 때문에 접근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여러 가지 복선을 깔고 재미있게 진행된다. 대사와 대사 부인, 그리고 대사 부인이 숨겨 놓은 애인이 함께 벌이는 삼각관계는 한나와 다닐로 커플의 이야기와 대조적으로 흥미진진하게 흘러간다. 나중에 아내가 바람을 피웠다는 것을 알게 되자 대사도 한나에게 청혼하는 우스운 일까지 벌어진다.
결국에 한나와 다닐로는 서로 마음속으로 사랑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누구도 먼저 속마음을 고백하지 못한다. 바로 돈이란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가 만일 재혼을 한다면 전 남편의 유산을 받지 못한다는 유서의 내용이 알려진다. 그러자 그녀를 따르던 많은 남자들이 흩어져 버린다. 그때 다닐로가 그녀에게 구애한다. 그리고 한나는 다닐로를 선택한다. 한나는 진정한 사랑을 찾게 된 것이다. 그때 유서의 나머지 사항이 알려지는데...
=== 프로덕션 노트 === <영상물 내지 해설 / 박종호 글>
취리히 오페라의 힘을 보여주는 가슴 뭉클한 코미디
요한 슈트라우스와 함께 빈 오페레타 세계의 양대 거장이라고 할 수 있는 레하르의 대표적 명작이 <즐거운 미망인>이다. 이 작품은 즐거운 스토리, 흥미진진한 전개, 아름다운 음악, 배꼽 잡는 개그, 그리고 훌륭한 교훈과 가슴 뭉클한 감동 등 오페레타가 줄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잘 갖추고 있는 수작이다.
하지만 이렇게 독일어 대사가 많은 빈 오페레타의 묘미를 우리가 제대로 즐긴다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레치타티보도 아닌 대사로 진행되는 언어 장벽 때문이다. 이것을 타개할 가장 좋은 방법은 한글로 번역된 공연이 아니라, 완벽한 한글 자막의 지원이다. 독일어의 느낌과 뉘앙스를 그대로 전달받으면서도 그 내용을 잘 숙지할 수 있는 수준 있는 자막은 아마 우리 오페레타 시장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헬무트 로너의 프로덕션은 오페레타 특유의 매력을 잘 살리고 있다. 그는 작품 속 웃음의 포인트를 정확히 알고 효과적으로 터뜨리고 있으며, 더불어 중요한 음악적 포인트에서는 아름다운 음악이 관객을 지배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디자이너 롤프 랑겐파스는 백여 년 전 아르누보 시대의 파리 모습을 사실적이면서도 화려하고 환상적인 느낌이 들도록 무대 미술과 의상을 디자인하였다.
비록 오페레타이지만 두 명의 대형 오페라 남성 스타들이 투입되어 작품성을 높이고 있는데, 그들은 바로 바리톤 로드니 길프리와 테너 표트로 베찰라다. <돈 조반니>의 타이틀 롤이나 <피가로의 결혼>의 백작 등을 즐겨 노래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대형 바리톤 길프리는 이 역할에서 자신이 가진 성악적인 매력은 물론 신체적 매력도 동원하여 진정 멋진 다닐로를 연기한다. <리골레토>의 만토바 공작이나 <라 트라비아타>의 알프레도 같은 낭만적 주인공을 잘 부르는 베찰라는 여기서 비록 조연이지만 성악적으로 중요한 카뮤 역을 맡아서 특유의 미성을 유감없이 들려준다. 두 명의 남자가수에 밀리는 듯 하지만 한나 역의 다그마르 쉘렌버거는 지금까지의 흔하던 '나이 지긋한 한나'가 아닌 한창 여성성이 피어나는 젊은 미망인을 잘 소화한다. 발렝시엥느 역의 우테 그레페러 역시 인상적인 젊은 부인을 보여준다.
취리히 오페라하우스는 중부 유럽의 중요한 프로덕션을 올리는 세계 정상급의 오페라 극장이다. 이 프로덕션은 이곳의 대표적 레퍼토리일 뿐 아니라, 지금 유럽에서 올려지는 가장 주목할 <즐거운 미망인>이다. 빈 국립 오페라 극장의 차기 음악감독으로 내정된 프란츠 벨저-뫼스트는 열정적이고 정확한 지휘로 무대를 이끌며, 마지막 앙코르에서는 춤까지 보여주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 작품 해설 === <영상물 내지 해설 / 박종호 글>
즐거운 미망인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유쾌한 이야기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잘 알려진 오페레타 <박쥐>와 함께 오페레타의 쌍두(雙頭) 마차라고 할 만한 빅 오페레타가 또 하나 있으니, 바로 레하르의 <즐거운 미망인>이다.
빅 오페레타란 다른 뜻이 아니다. 비록 오페라의 하위 장르라고 하는 오페레타이지만 인기도에서 유명 오페라에 못지 않으며, 명작 오페라에 버금가는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즉 이 두 작품 <박쥐>와 <즐거운 미망인>만은 오페레타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유수한 오페라하우스에서도 당당히 상연되고 있는 인기작품들이며 동시에 그 작품성에 대해서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프란츠 레하르(1870~1948)는 지금은 헝가리 땅인 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서 태어난 작곡가이다. 그는 우연히 쓴 <즐거운 미망인>으로 크게 성공하여, 오페레타 작곡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를 계승하는 빈 오페레타의 대표적인 음악가가 되었다.
그의 최대의 성공작 <즐거운 미망인>의 이야기를 알아보자.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메리 위도우>라고 불러왔는데, 엄연히 독어로 된 작품이니 영어보다는 우리말인 '즐거운 미망인' 내지는 '유쾌한 과부' 등으로 부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극에는 물론 미망인이 나오는데, 제목처럼 그녀는 정말 즐겁게 지낸다.
레하르는 빈 오페레타의 왕이라고 불리고 있을 만큼 많은 오페레타들을 작곡하였다. <즐거운 미망인>을 비롯하여 <미소의 나라>, <주디타>, <집시의 사랑>, <룩셈부르크 공작> 등의 작품들을 남겼다. 그의 고향에서 가까운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접경 부근에 뫼르비슈라는 아름다운 휴양지가 있다. 이곳에서는 매년 여름 오페레타만 공연하는 오페레타 전문 페스티벌이 열리는데, 공연장 입구 한 가운데에는 레하르의 흉상이 있어 오페레타에 관한 그의 영향력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이야기는 파리 주재(駐在) 폰테베드로 대사관저에서 시작된다. 폰테베드로가 어디냐고? 나도 모른다. 모를 수밖에! 이 폰테베드로라는 나라는 이 오페레타에서 만들어낸 가상의 나라이다. 그러니 뭐 어디라도 상관없다. 그러나 오페레타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폰테베드로는 발칸반도의 어디쯤에 있다. 그리고 아주 작은 공국(公國)이다. 아마 리히텐슈타인이나 산마리노 같은 나라를 떠올리면 될 것이다. 작으니 재정이나 국력은 보잘 것 없다.
그런데 이런 폰테베드로의 본국 정부에서 주(駐) 파리 대사관에 긴급한 비밀 명령이 하나 내려온다. 그것은 바로 폰테베드로의 국민인 한나 글라바리라는 부인이 파리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한나는 원래 평범한 처녀였는데, 대 은행가 글라바리의 청혼을 받아들여서 그와 결혼하였었다. 그런데 결혼 첫 날 밤에 글라바리가 갑자기 사망하여 한나는 미망인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남겨진 유산은 현찰만 5억 프랑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그 돈은 폰테베드로 국립은행의 전체 예탁고의 대부분, 정확히 말하자면 약 97%에 달하는 돈이었다. 그렇게 돈 많은 그녀가 발칸 반도의 구석에 박혀서 지내는 것이 어쩌면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가 화려한 파리의 사교계에 등장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순서일지도 모른다.
그녀가 파리에 오자 그녀 주위에는 수많은 남자들이 모여들어 열렬히 구애했고, 그중에는 파리의 유명한 멋쟁이들과 귀족들이 즐비했다. 그런데 만일 그녀가 프랑스 신사 같은 외국인과 결혼을 하게 되면, 그녀의 국적은 남편을 따라 바뀔 수 있고 재산도 모두 외국의 것이 된다. 그리고 국립은행에 있는 그녀의 예금이 모두 다른 데로 빠져나간다면 국립은행은 물론 폰테베드로 국가 자체가 파산하게 될지도 모르는 크나큰 위기에 처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폰테베드로 정부에서는 파리 주재 대사에게 공문을 보낸다. 어떤 일이 있어도 한나가 외국인과 결혼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이 중대한 임무에 파리 주재 대사는 큰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글라바리 부인이 그 매력적인 파리의 멋쟁이들과 결혼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지금도 대사관을 방문한 글라바리 부인에게는 남자들이 줄줄이 따라다니고 있는데......
대사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최근에 대사관에 1등 서기관으로 부임하여 근무하고 있는 잘 생긴 다닐로 다닐로비치 백작이 생각난 것이다. 기병대 중위 출신인 그는 이곳에서 근무한 지난 3~4개월 동안 아무런 일도 없이 빈둥거리기만 하고, 퇴근하면 매일 고급식당 막심으로 달려가 와인과 여급(女給)들로 환락의 나날을 보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다닐로야말로 이런 일에는 적임자일지 모른다. 대사는 다닐로를 불러 마치 007에게 하듯이 그에게 처음으로 국가의 운명이 달린 임무를 준다.
그리하여 다닐로는 하는 수 없이 한나에게 접근한다. 하지만 다닐로는 막상 한나에게 구혼하지 못한다. 그는 사실 젊은 시절에 한나와 잠시 사귀었던 적이 있었던 것이다. 둘은 사랑했지만 다닐로비치 백작 집안의 반대로 헤어지고 말았다. 아직도 그때의 소녀를 잊지 못하는 다닐로가 그녀에게 청혼하지 못하는 것은, 다른 남자들처럼 돈 때문에 접근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여러 가지 복선을 깔고 재미있게 진행된다. 한나와 다닐로 커플 뿐만이 아니라 대사의 부인이 그의 숨겨놓은 연인과 그리고 대사와 함께 벌이는 3각 관계는 한나와 다닐로 커플의 이야기와 대조적으로 흥미진진하게 흘러간다. 나중에 아내가 바람을 피웠다는 것을 알게 되자 대사도 한나에게 청혼하는 우스운 일도 벌어진다.
결국에 한나와 다닐로는 서로 마음속으로 사랑하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그 누구도 먼저 자신들의 속마음을 고백하지 못한다. 바로 돈이란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가 만일 재혼을 한다면 전 남편의 유산은 그녀가 받지 못한다는 유서의 내용이 알려진다. 그러자 그녀를 따르던 그 많은 남자들이 흩어져버린다. 그러자 그때 다닐로가 그녀에게 구애한다. 그리고 한나는 다닐로를 선택한다. 돈 때문이 아니라 사랑 때문에 한나는 진정한 사랑을 찾게 되는 것이다. 그때 유서의 나머지 사항이 알려진다. 재산은 한나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바로 새 남편의 명의로 된다고...... 신랑도 신부도 모두 행복하고 조국도 재산을 다 지켰으며 모두가 행복한 가운데에 막이 내린다.
이 즐거운 오페레타에는 '메리 위도우 왈츠'로 널리 알려진 2중창 '입술은 침묵을 지키고'가 대단히 아름답고 감동적인 부분을 장식한다. 또한 한나의 아리아 '빌랴의 노래' 등이 아주 유명하다. 그 외에도 '사랑의 2중창', '여자, 여자, 여자', '바보 기병대' 등 아름다운 명곡들이 즐비하다.
<즐거운 미망인>은 정말 즐겁고 유쾌하며 시종 배꼽을 잡는 코미디지만, 진정한 사랑은 돈이 없을 때에 찾을 수 있다는 감동적인 진리를 일깨워준다.
=== 작품 해설 === <다음 클래식 백과 / 정이은 글>
유쾌한 미망인
프란츠 레하르(1870~1948)
〈유쾌한 미망인〉은 레하르에게 국제적인 명성과 부를 안겨준 오페레타이다. 많은 오페레타를 남긴 작곡가의 대표작으로 오늘날에도 자주 상연되고 있다.
작곡가에게 명성과 부를 안겨준 작품
작곡가 레하르는 헝가리에서 태어나 헝가리인과 결혼을 했다. 그로 인해 그의 음악에서는 동유럽 음악의 색채가 매우 강하다. 그는 프라하에서 공부하며 자신의 작품을 체코 출신의 거장 안토닌 드보르작에게 보여준 경험이 있었고, 그 이후 군대에 입대하여 거의 10년 이상을 군악대의 연주자로, 지휘자로 일했다. 1902년 군대를 떠난 뒤에 그는 비엔나의 무도회에서 왈츠 〈금과 은〉로 큰 성공을 거두며 비엔나에 정착하게 된다. 이 성공을 통해 그는 비엔나의 유명한 놀이공원인 프라터의 여름 극장의 지휘자 자리를 얻었고, 오페레타의 중심지였던 비엔나 극장의 지휘자로도 일하게 된다. 이 극장을 위해 작곡한 작품이 그가 1905년 작곡한 〈유쾌한 미망인〉이다. 이 작품에서 그는 동유럽 음악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악보에 그대로 녹여냈다.
오페레타에 대한 감각이 일궈낸 성공
레하르는 〈유쾌한 미망인〉으로 백만장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우연을 통한 성공이 아니라, 오페레타에 대한 그의 감각이 만들어낸 성공이었다. 즐거움에 넘치는 선율로 가득하고 비엔나의 정취로 가득한 노래들은 20세기의 전환기의 비엔나와 파리를 하나의 작품 안에 녹여냈다. 〈유쾌한 미망인〉은 비엔나 극장에서 1905년 12월 30일에 초연되었다. 당시 레하르는 이미 기반을 확고히 다진 작곡가였지만, 오페레타로 성공을 거둔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앙리 메이약(Henri Meilhac, 1831~1897)의 〈대사관의 관리〉를 바탕으로 빅터 레옹과 레오 슈타인이 리브레토를 쓴 이 작품은 한나 글로바리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녀는 부유한 미망인으로 그녀의 조국 폰테베드로가 그녀의 재산을 노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야기의 배경은 프랑스 주재 폰테베드로의 대사관으로 하고 있다.
사랑의 진심을 확인하기까지의 긴 과정
〈즐거운 미망인〉은 발칸 반도의 가상의 국가인 폰테베드로의 파리 대사관에서 벌어지는 파티를 배경으로 시작한다. 폰테베드로는 가상의 국가이긴 하지만 몬테네그로를 모델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파리의 폰테베드로 대사관에서 벌어지는 파티에서 모든 남자들의 관심은 어마어마한 유산을 상속받은 미망인인 한나 글라바리에게 쏠려있다. 한나는 젊고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부유한 은행가였던 남편이 남긴 유산으로 모든 남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하지만 한나는 그를 알고 남자들의 구애를 비꼬면서 거절한다. 게다가 작은 나라인 폰테베드로는 한나가 파리에서 파리남자와 결혼하여 그녀의 재산이 해외로 유출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녀의 옛 애인 다닐로를 이용하여 그녀의 재산을 폰테베드로에 두려고 한다. 과거에 다닐로는 한나에게 사랑을 고백했다가 거절당한 아픈 기억이 있지만, 그의 마음에는 아직 한나가 남아있다. 한나도 그의 마음을 알고 있고 이야기는 둘 간의 소위 ‘밀고 당기는’ 사랑이야기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한나의 재산과 관련된 정치적 계략과 한나와의 사랑을 통해 그녀의 재산을 챙기려는 남자들의 속물근성과, 일편단심 한나를 향한 사랑하는 다닐로의 마음은 날카로운 대비를 이루며 이야기의 큰 축을 이루고 있다.
서곡
원래 1905년의 프로덕션에서는 서곡을 포함하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몇 년 뒤 〈유쾌한 미망인〉의 400회 공연을 기념하기 위해서 레하르는 서곡을 추가했다. 이 시대의 오페레타 서곡이 그러하듯이 이 곡은 전체 오페레타에 등장하는 여러 곡들을 조합해서 만든 곡이다. 가장 유명한 선율인 ‘유쾌한 미망인 왈츠’가 등장할 때 즈음에는 관객들이 몸을 들썩이게 된다. 이 서곡에서 레하르는 코미디, 로망스, 가벼운 슬픔 등을 한 곡에 뭉뚱그려 전달하고 있다. 이것은 곧 당시 비엔나풍의 전형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나의 아리아, ‘빌야의 노래’(Viljalied)
‘빌야의 노래’에서 작품의 주인공 한나는 사냥꾼에 대한 민담을 들려준다. 이 이야기에서 사냥꾼은 빌야라는 신비스러운 나무의 요정과 사랑에 빠진다. 레하르는 이 아리아에 이국적이면서도 숲의 느낌을 주는 음악을 입히고 있다. 성악의 선율선은 솔로 바이올린과 현악기의 피치카토, 그리고 발칸 반도의 크로아티아 지방에서 쓰이는 악기인 탐부리카(현을 뜯어서 소리를 내는 일종의 류트와 같은 기타 족의 악기)의 반주를 타고 신비스러운 발야의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그려낸다.
한나와 다닐로 2중창, ‘입술은 침묵하고’(Lippen Schweigen)
비엔나 왈츠의 전성기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듯 이 곡은 우아하게 움직이는 선율선과 기억하기 쉬운 리듬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그 분위기는 단순히 즐겁기만 한 것이 아니라 달콤쌉싸름한 무엇인가가 들어있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이 사랑의 이중창은 한나와 다닐로가 마침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에 부르는 곡이다. 이 오페레타가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해주는 이 결말에서 둘은 왈츠 선율에 춤을 추며 “입술은 침묵해도 바이올린은 나를 사랑해달라고 속삭인다”는 사랑고백을 노래한다.
---------------------------------------------------------------------------------------------------------------------
=== 작품 해설 === <2010년 4월 1일 네이버캐스트 / 고 안동림 교수 글>
내 마음의 아리아
빌랴의 노래
레하르 <즐거운 미망인>
우아하고 달콤한 선율, 색채미 넘치는 매력적인 오페레타
빈 정서와 관능적인 감각의 사랑 이야기이다. 영원한 신선함을 간직한, 우아하고 달콤한 선율과 색채미(色彩美)가 넘치는 관현악의 매력적인 오페레타(operetta=오페라 붓화보다 약간 가벼운 음악을 동반한 작품)의 걸작이다. 20세기 초, 빠리(파리, Paris)이다. 발칸 반도의 조그만 나라 폰테베드로 공국(公國)의 빠리 주재 공사 쩨타 남작은 ‘막대한 재산을 상속 받은 미망인 한나 글라바리가 불란서 인과 재혼하면 재산 유출로 나라가 경제 위기를 맞을 처지니, 필사적으로 막으라’는 본국 훈령에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공사관 서기관인 다닐로 다닐로비취(다닐로비치, Danilo Danilovitsch) 백작에게 조국을 위해 그녀와 결혼하라고 지시한다.
다닐로는 지난 날 한나를 사랑했으나 돈 많은 부자 노인에게 빼앗겼다. 이번에는 재산을 목표로 구혼(求婚)하라니 자존심이 상한다. 빠리의 나이트클럽에만 파묻혀 허송세월 하던 다닐로는 그러나 막상 한나를 만나니까 마음이 달라진다. 결국 한나의 술수에 넘어가 결혼하게 된다. ‘빌랴의 노래’는 제2막 초 공사관의 환영회에 대한 보답으로 한나가 자기 저택에서 파티를 열고 인사로 노래하는 ‘요정 빌랴의 사랑 이야기’이다. 대본은 레온(Victor Leon)과 스타인(Leo Stein)이 썼다.
'빌랴의 노래'
빌랴는 요정, 숲의 아가씨,
바위 위에 있는 사냥꾼이
만나서 혼을 빼앗겼다.
숲의 아가씨를
뚫어지게 쳐다본 끝에
본 적도 없는 숭고함에 사로잡혀
젊은 사냥꾼은 가슴이 떨렸다.
그 뒤론 그리운 나머지 한숨만 쉴 뿐!
빌랴, 오 빌랴, 숲의 아가씨여,
나를 사로잡아 네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다오!
빌랴, 오 빌랴, 나를 왜 이렇게 괴롭히느냐?
사랑에 병든 사나이는 속절없이 호소한다!
...(중략)...
숲의 아가씨가
손길을 내뻗어
바위 굴 속에 유인한다.
이미 정신이 나간 젊은이를
사람이 아닌 아가씨가 아주 사랑스럽게 입을 맞춘다.
한껏 입을 맞추고 나면
아가씨는 재빨리 모습을 감추고,
불쌍한 젊은이는 한 번만 더 하고 헛되이 부른다.
빌랴, 오 빌랴, 숲의 아가씨여,
나를 사로잡아 네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다오!
빌랴, 오 빌랴, 나를 왜 이렇게 괴롭히느냐?
사랑에 병든 사나이는 속절없이 호소한다.
...(이하생략)...
초기 미국 뮤지컬에 불을 지핀 레하르의 걸작
‘빌랴’란 독일의 시인 하이네가 오스트리아의 어느 지방 전설을 소개한 글로서, 그의 [정령(精靈) 이야기]속에 나오는 귀신 이름이다.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죽은 새 색시들의 유령이며 살아서 만족하지 못한 즐거움을 맛보기 위해 밤중에 무덤에서 나와 춤을 추며 우연히 만난 남자를 죽을 때까지 춤추게 한다는 것이다.
레하르(Frnz Lehar, 1870-1948)의 이 오페레타는 1905년 빈에서 초연되었으나 베를린, 런던, 빠리에서의 성공이 그 뒤를 잇는다. 특히 뉴욕에서는 52주 동안, 통산 416회나 연속 연주를 한 장기 공연이 요람기(搖籃期)의 미국 뮤지컬에 유럽 출신 빈 오페레타의 붐을 일으켰다. 그래서 보통은 독일어가 아니라 영어식 제목(The Merry Widow)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제2차 대전 후는 클래식계의 명지휘자나 오페라 가수들이 이 작품을 기꺼이 연주하게 되었다. 웬만한 오페라에 비해 내용이 좋고 남녀 주역의 춤과 노래로 드라마의 핵심에 도달하는 등 흔한 오페라나 뮤지컬 코메디에서 볼 수 없는 참신한 점이 새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들을 만한 음반과 DVD
[CD] 마타치치 지휘, 휠하모니아 관현악단/합창단(1962) 슈바르츠코프(S) EMI
20세기 초 중부 유럽의 조그만 왕국 수사크(지금의 유고슬라비아의 류이카)에서 상류사회의 분위기를 몸소 겪으며 자란 지휘자 마타치치(Lovro von Lovro von Matačić)를 도와 명 프로듀서 월터 레그가 협력하여 만든 기념비적 연주이다. 그의 지휘는 빠른 템포의 리드미컬한 부분이나 감상적(感傷的)인 부분을 모두 구김살 없이 활달하고 품위 있게 유지하여 빈 특유의 분위기를 한껏 발휘하고 있다. 지금은 좀처럼 맛보기 어려운, 유열(愉悅)로 가득 찬 세기말적인 분위기를 몸소 누리게 해준다. 슈바르츠코프는 이 보다 9년 전에 녹음한 아커만 지휘 반에서 아주 싱싱한 노래를 들려주었으나 그 목소리는 이번에도 전혀 쇠퇴하지 않고 오히려 한층 교묘한 노래 솜씨와 연가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노래의 감칠맛이 일품일 뿐 아니라 그 색깔 있는 대사는 한숨이 폭 나올 정도이다. 비록 배히터(Eberhard Wächter)의 다닐로가 아커만 지휘에서의 쿤쯔 만큼 경쾌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남 다른 연기력으로 활달하고 여유 있는 면모를 보여준다. 그리고 겟다의 까미유와 슈테훼크(Hanny Steffek)의 발랑시엔느도 나무랄 데 없이 알맞은 역이다. 제1막의 까미유와 발랑시엔느의 2중창, 제3막 서두의 무곡이 한곡 생략되어 있다.
[CD] 카라얀 지휘, 베를린 휠하모니(필하모니) 관현악단/독일 오페라단 합창단(1972-73) 엘리자베스 하우드(S) DG
가볍고 품위 있는 꿈과 같은 음악을 격조 높게 연주하는 카라얀의 솜씨는 과연 높이 평가 할만하다. 꼴로(René Kollo)의 목소리를 카라얀 미학(美學)이 세련되게 조련하여 다닐로 역을 훌륭히 노래하는 것도 반갑다. 까미유 역의 홀베그(Werner Holweg)와의 대비도 뛰어 나다. 영국 출신의 소프라노 하우드(Elizabeth Harwood)는 카라얀이 지휘하는 잘쯔부르크(잘츠브루크) 오페라에 자주 출연했으며 그가 좋아한 점은 비단결 같은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특히 한나 역에서의 뛰어난 매력이었다.
[DVD] 컨젤 지휘, 샌 후란시스코(샌프란시스코) 가극장 관현악단/합창단/발레단(1996) 케니(S) 만수리 연출 Opus Arte
미국판 [메리 위도우 The Merry Widow]이다. 전곡을 영어로 부르는 경쾌하고 생기 넘치는 무대이다. 뮤지컬을 보듯 가벼운 기분으로 보고 듣는 편이 났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좋아할 오페레타이다. 흥겨운 발레와 제2막 서두의 “빌랴, 오 빌랴”하고 한나의 노래가 나오면 합창이 따라서 응창(應唱)하는 장면은 저절로 따라서 흥얼거리게 될 정도이다. 성장한 미녀들이 무대 가득히 넘치고 시종 흥겨운 낯설지 않은 노래와 대화 장면은 그대로 드라마에 몰입하게 만든다. 주역인 다닐로 역의 스코휴스(Bo Skovhus, Br)와 한나 역의 케니(Yvonne Kenny, S)의 노래며 연기는 그녀의 빼어난 미모와 더불어 뛰어 나다. 미국의 중견 지휘자 컨젤(Erich Kunzel)의 지휘는 견고한 음악 만들기로 곡 전체를 유연하며 클래시컬하게 펼치고 있다. 이상하게도 이 음반이나 DVD는 애호가들이 환영할 만 한 데 국내에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좀 더 음반 회사가 신경을 쓰면 좋겠다.
[네이버 지식백과] 빌랴의 노래 - 레하르, [즐거운 미망인] (내 마음의 아리아)
첫댓글 <불멸의오페라3 / 박종호> ★★★
뛰어난 <미망인>의 하나다. 두 명의 여성주역인 한나와 발렌시엔 역에는 유럽에서 날리는 명오페레타 여가수들을 기용하고 있으며, 대신에 두 명의 남성 주역에는 정상의 두 오페라 스타를 배치했다. 다그마르 셸렌버거(한나 역)와 우테 그프레러(발렌시엔 역)는 매력이 넘치며 오페레타란 이런 것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반면 로드니 길프리(다닐로 역)와 표트르 베찰라(카미유 역)는 정통 오페라 가수의 위용이 넘친다. 화려한 무대와 의상, 춤 등 볼거리도 많다. 지휘자 프란츠 벨저뫼스트도 커튼콜에서는 함께 춤을 추는 등 즐거운 저녁이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02.12 10:56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02.12 10:57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02.12 10:58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02.12 10:59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02.12 11:01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02.12 11:02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02.21 11:23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7.03.02 11:39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10.17 15:29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10.22 12:31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12.01 14:36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9.05.09 11:26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9.08.21 10:45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2.03.31 18:42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2.03.31 1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