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이야기..
지난주는 처제네 결혼기념일 바람에 산행이 아닌
소매물도 여행을 했으므로 이번주는 어떡하든지 산에
가고 싶은데 난데없이 불청객인 태풍 '산산'이란 놈이
올라온다고 하니 참으로 난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리산 같은 큰 산은 엄두도 못내겠고 가까운 근교산이나
다녀와야 겠다 싶어 국제신문 근교산을 뒤적거리니
가까운 고성 구절산이 눈에 띈다. 구절산은 산행기를
쓰지 않을 때인 2002년 어느날 다녀왔는데 어디서 올랐는지
기억 조차 나지 않는다. (산행기 안 쓰면 이렇게 됩니다. ^^)
국제신문에서 보니 5시간 30분~6시간 코스라 하여
부친과 함께 아침을 느긋하게 먹은 후 9시 50분에 집을 나선다.
태풍때문에 니콘7900 똑딱이 카메라 하나 달랑 들고 나서는데
엘레베이트에서 아내를 쳐다보니 표정이 너무도 밝아
심심풀이 땅콩격으로 한 컷 찍었는데 내 마음에 쏙 들어
휴지통에 버릴 수가 없다. (엿장수 마음대로니껜) ^^
▷기분좋은 표정을 짓는 아내 <09:48>
오늘은 태풍때문에 산행을 많이 망설였는데 결국 이렇게 산에 가는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결정적으로 아내 때문이다. 아내 역시 나 이상으로 스릴(?)있고 짜릿한 산행을 즐기기 때문이다.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동고성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좌측 안정쪽은 버리고 우측 고성, 거류 방향으로 달리면
잠시 후 사거리길이 나타나는데 우회전한다. (1009호 지방도 동해 거류방향으로)
이 길로 조금 달리다 보면 방금전 우리가 빠져 나왔던 동고성톨게이트가 좌측 11시 방향으로 보이고
잠시 후 거류산 등산로 초입 (엄홍길 전시관)이 좌측으로 나타난다. (거류산 초입)
엄홍길 전시관에서 계속 달리면 곧 당동리에 도착하고 당동리에서 1010호 지방도로 좌회전하여
조금올라가면 동광초등학교가 나타난다. 동광초교에서 약 100m 진행 하면 철성이공 효열문 앞에 도착한다. (외곡리 도착) ^^
▷ 졸지에 산행초입이 되어 버린 철성이공 효열문 (鐵城李公 孝烈門) <10:41>
▷ 다시 걸어서 올라온 많은 차량이 주차하고 있는 정자나무 주변. <10:51>
정자나무 지점으로 올라오니 차량이 많이 주차되어 있어 나중에 차돌리기 힘들것 같아
아내만 남겨두고 도로 내려가 철성이공 효열문 옆에 화이트를 세워두고 다시 정자나무로 올라온다.
그런데 이곳을 지나자 길이 넓어진다. 그냥 밀고 올라왔으면 폭포암까지 차로 올라왔을 것인데
지레 겁먹은 것이 나의 실수였다. 시간적으로 많이 손해 봄. 곧 태풍도 올라 온다는데 헐~~
▷ 폭포암 올라가는 아스팔트 도로와 용문저수지 <11:03>
▷ 폭포암 올라가는 아스팔트 도로가에 열려있는 요상하게 생긴 목련의 열매 <11:06>
조금 올라가니 젊은 아낙이 콩밭에서 콩을 따고 있었고
건너편 거류산은 고성의 마터호른 답게 뾰족한 첨봉이 무척 인상적이다.
도로 좌측에는 공동묘지가 이어지는데 이미 벌초를 끝내 깨끗히 정돈된 모습이다.
정자나무에서 한 20분 올라오니 주차장과 등산안내도가 나타난다. (11시 13분.) 억울하다.
등산안내도에는 폭포암(백호굴)~구절산 3.3km, 구절산~철마산 1.8km, 철마산~응암산 2.3km
응암산~시루봉 1.8km, 시루봉~우두포 2.7km로 되어있어 폭포암에서 우두포까지는 11.9km이다.
▷ 멀리서 바라본 구절폭포 <11:27>
▷ 폭포암으로 올라가는 백팔계단 <11:27>
▷ 폭포암의 명물 흔들바위 <11:31>
폭포암 계단(108계단)을 올라가면 흔들바위 가는 길과 백호굴 가는 길이 나뉘지는데
일단 흔들바위를 구경한 후 백호굴로 가기로 한다. (아내는 도로 내려간다고 하니 올라오지 않는다.)
흔들바위는 절 중앙계단을 지나 천불전 뒤편 등산로 입구에 있다.
어른 키의 1.5배 정도로 그리 크지 않은 둥근모양의 바위지만 한사람이 밀어도 흔들,
다섯 사람이 밀어도 역시 흔들거릴 뿐이다. 주지 스님은 “절벽 끄트머리에 위치,
몇 해전 인부 20명을 불러 지렛대를 이용해 제거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며 “
그 때 이후론 폭포암의 명물로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신문에서-
▷ 구절폭포 <11:35>
흔들바위 사진 한 컷만 찍고 (비가 와서 흔들어 보지 못했음.)
다시 내려와 부처님 입상이 모셔진 황토선원을 지나 구절폭포를 가로지른다.
구절폭포는 비가 오는 데도 불구하고 수량이 그리 풍부해 보이지 않지만
그 길이가 무척 길어 한 번에 찍을 수 없을 만큼 길어 제법 장관이다.
그러나 폭포아래 고인물은 깨끗하지 않고 뿌옇게 흐려있다.
▷ 산신각 (이곳이 백호굴인가?) <11:42>
▷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뾰족한 거류산 <11:48>
구절 폭포를 가로질러 조금 올라오면 좌측으로 산신각이 나타난다.
부처님을 모셔 놓았는지 안에는 초가 타고 있다.
문을 열고 보려고 하니 아내가 만류한다. (비가와서 그런지 좀 으시시했다.)
산신각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샘터도 있다. 이곳도 예사 샘터가 아니라 불공을 드리는 장소 처럼 보인다.
이 이후로는 동굴을 보지 못했으므로 이 산신각이 바로 백호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밀양박씨묘소 옆 수풀에서 비를 피해 피신해 있는 물결나비 <11:57>
▷ 밀양박씨묘소 옆에 피어있는 유난히 색깔이 붉은 등골나물 <12:00>
▷ 전주 최씨묘 지나 오름길 등로에 피어있는 삽주 <12:09>
▷ 구절산 오름길 등로에 피어있는 참꿩의다리 <12:12>
▷ 구절산 오름길 등로에 피어있는 개회향 (잎이 코스모스잎처럼 생겼다.) <12:19>
▷ 태풍이 거세게 불어대는 능선에서 바라본 가야할 능선 (철마산~응암산) <12:22>
오늘은 태풍에 대비하여 디카를 아예 디카펙에 넣고 사진을 찍었는데
결론은 별로 신통치 않다. 왜냐하면 수시로 모드 다이얼을 돌려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디카펙에 든 디카는 자유자재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
또한 비를 맞은 디카펙으로 그냥 사진을 찍었더니 사진에 빗방울이 나온다.
결국 찍을 때 마다 렌즈를 닦아야 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하니 비는 오지요. 바람은 불지요. 이짓도 못할 짓이다.
결국 디카를 디카팩에서 빼내 판쵸의에 달린 호주머니 속에 디카를 집어 넣고 사진 찍을 때마다
우산을 신속하게 펼쳐 사진을 찍으니 그래도 이것이 제일 편하다.
하지만 강풍때문에 이또한 결코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 능선에 천지빼가리로 피어있는 아름다운 '층꽃풀' <12:28>
이 곳은 '층꽃풀' 천국이다.
마타리, 등골나물, 삽주, 꿩의다리, 개회향, 며느리밑씻개, 무릇, 이싹여뀌 등
많은 야생화가 경염을 뽐내고 있었지만 이 '층꽃풀'이 단연 눈에 들어온다.
▷ 능선 오름길에 마치 여인의 젖가슴처럼 생긴 버섯 <12:35>
▷ 능선 오름길에 피어있는 도둑놈의지팡이처럼 생긴 야생화 <12:41>
어떻습니까? 마치 여인의 젖가슴처럼 이쁘지 않습니까? ^^
여인의 젖가슴을 훔치려는 도둑놈의지팡이처럼 생긴 야생화를 찍으려고 하니 밧데리가 앵꼬다. 헉!
평소에는 한 컷 찍고나면 이내 껐지만 오늘은 디카펙 때문에
저절로 꺼질때까지 내버려 두었더니 이렇게 일찍 방전되었나 보다.
얼릉 여벌 밧데리로 교체한다.
▷ 능선 오름길에 천지빼가리로 피어있는 아름다운 '층꽃풀' <12:49>
층꽃풀
풀 같은 나무가 있고 나무같은 풀이 있는데 층꽃풀은 나무같은 풀이다.
식물 이름 가운데에는 꽃 모양에서 따온것이 흔한데, 층꽃풀도 그런 경우다,
잎에는 하얀 털이 나 있고, 잎 겨드랑이에서 수 십송이의 작은 꽃이 줄기를 중심으로
마디마디 빙둘러 피는데 그 모습이 층층이 층을 이룬다고 해 층꽃풀이란 멋진 이름이 붙어졌다.
대개 10~20층 정도로 핀다. 특히 산 길가 바위 틈에서 남보라색으로 피어 흔들리는 모습은 가는 이의
발길을 멈추게 할 정도로 매혹적이다.
가을에 꽃이 피고 나면 그 뿌리에서 다시 싹이 나는 여러해살이 풀이라서 흔히 '층꽃나무'로 도 불려진다.
키는 50cm정도로 자라고, 잎은 긴 타원형으로 마주 나는데 직접 만져보면 아기 피부처럼 보송보송한 감촉이
그만이다. 어린 순은 먹기도 하고, 한방에서는 '난향초'라 하여 해열.신경통.종기 등의 약재로 쓰인다.
이와 비슷한 모양으로 '층층이꽃'이 있다. 하지만 꽃색깔이 붉은 보랏빛이고 한여름에 피는 것이 층꽃풀과 다르다.
또 '박하꽃'과도 생김새가 똑같은데, 꽃 색이 엷은 분홍이고 잎에서 박하향이 나는 것으로 구분한다.
층꽃풀의 꽃말은 '가을의 여인' 이다.
▷ 사진을 찍을 수 없을 만큼 세찬 강풍이 불어대는 구절산 정상 <13:23>
▷ 구절산정상의 이정목 <13:23>
13시 05분. 산행 후 처음으로 만난 이정표 (백호동굴/흔들바위 갈림 삼거리)를 지나
한 5분정도 진행하면 빠알간 물봉선이 군락으로 피어있는 임도 삼거리가 나타난다. (상장2km/구절산0.2km)
이곳에서 다시 한 5분정도 올라가니 너덜지역이 나타나고 곧 집채만한 바위가 나타난다.
바위의 우측에 설치 되어있는 철계단으로 오르면 잠시 후 구절산 정상이다. ^^
정상에는 어찌나 강풍이 불어대는지 잠시도 서있기 힘든 형편이다. 산불감시초소는 언제 넘어졌는지 발랑 넘어져 있다.
여기서 갈등이 일어난다. 계획대로 계속 진행할 것인가? 아니면 북촌(4.1km)으로 하산할 것인가?
그것도 저것도 아니면 왔던 길로 도로 왕복산행 할 것인가? (다시 빽할 마음까지 생긴다.)
잠시 망설이다가 일단 철마산까지 가보기로 한다. 내려오면서 너무 배가 고파 우산을 펴고
쪼그려 앉아 빵과 커피 과자로 얼요기를 한다. (13시25분~13시 40분.)
▷ 구절산 정상에서 바라본 가야할 암봉 <13:41>
▷ 암릉길 트래버스 (우측은 절벽) <13:55>
구절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암릉길이다. 암릉의 우측으로 트래버스해야 하는데
그리 위험하지는 않지만 우측은 절벽이라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릿지화를 신고 왔음.)
아내가 암릉을 트래버스하는데 사진을 찍기 위해 잠시 멈추라고 하니
본인의 생명을 담보로 사진을 찍는다고 원성이 대단하다. ^^;
▷ 암봉에서 바라본 당항포 앞바다 (시계가 열렸을때 얼른 찍었다.) <13:57>
태풍의 때문인지 시계가 열렸다가 사라졌다가를 반복한다.
이곳은 일망무제의 조망이 펼쳐지는데 특히 북쪽의 당항포 앞바다가 시야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연록빛의 전답과 마을 그리고 바다풍경은 무척 아름답다.
시계가 맑았다면 마산의 무학산, 대산, 서북산 등을 조망할 수 있을 것을..
이곳 또한 강풍이 불어대 잠시 서있기 조차 힘들다.
▷ 철마령(상장고개)내림길에서 바라본 철마산 (맨 좌측 산) 가운데 입술모양의 산은 수양산 <14:17>
철마령으로 내려가는 길은 끝없이 내려간다. (고도 250M이상 하강)
이제는 아까 정상에서 있었던 두려운 마음은 사라지고 내려가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하다. ^^
▷ 자동차가 지나다 니는 철마령(상장고개) <14:27>
갑자기 시멘트 도로가 나타나고 흰색 승용차 한 대가 쑥 지나간다. 김이 샌다. 헐~~
이곳이 철마령이고 이 도로는 동해면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길인 셈이다.
아내는 내려오다가 미꾸라지를 잡아 왼쪽 바지가 엉망이다. 철마령에는 작은 쉼터가 있고
다시 오름길이지만 그리 힘들지 않고 비교적 쉽게 철마산 정상에 도착한다. (18분 소요.)
▷ 철마산 정상 (鐵馬山城 안내판을 읽고 있는 아내) <14:46>
철마산 정상에는 이정표와 삼각점(함안465라 찍혀있음.) 그리고 철마산성 안내판이 서 있다.
철마산성은 철마산의 8부능선을 따라 축조된 가야시대 성으로 임란때 등 왜구방비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메치니코프 한 병씩 마시고 다시 출발이다. 메치니코프 맛이 꿀맛이다. ^^
▷ 철마산 지나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구절산 <14:55>
쓸데없는 일이지만 구절산의 한자명을 찾기 위해 근 1시간 인터넷을 헤맸다.
강원도 춘천의 구절산은(九折山) 인데 이곳은 아무리 찾아도 한자명이 없다.
4년전 구절산에 들렀을때 동네 어느분께서 말씀하신 것이 기억나는데
아마 九節山이 아닌가 싶다. 혹시 아시면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한자명을 알아야 그 산이 의미하는 뜻을 알 수 있기에.. ^^
▷ 철마산 지나 전망바위 부근에 피어있는 아름다운 '가을의 여인'들 (층꽃풀) <14:59>
층꽃풀을 처음 보았던 산은 전라남도 제암산이었다.
그날도 오늘처럼 비가 내렸고 산행기 제목은 '수상한 날에 오른 이상한 산행' 이었다.
오늘 역시 수상한 날(태풍부는 날)이고 이제부터 이상한 산행이 시작된다.
▷ 쓰러진 나무도 많고 잡풀이 등로를 가려 희미한 등로를 뚫는다. <15:13>
▷ 전방에 보이는 응암산 (이 묘지를 지나면 잠시 후 산판길이 나타난다.) <15:20>
15시 10분. 잡풀이 자라 등로가 점점 희미해지고 등로엔 쓰러진 나무가 진로를 방해한다.
하지만 길을 잃을 정도는 아니니 오히려 재미가 있다. 4년전 올랐던 구절산은 대체 어디서 오르고
어디로 하산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으니 얼마나 엉터리로 산을 탔는지 알 수 있다.
아내 역시 생전처음 오는 산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그리고 보니 철마산 이후 응암산 시루봉까지의 코스는 고성군이 새로 산행로를 개척한 것이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구간은 등로가 다소 부실하다. 하지만 완만한 능선길은 너무 좋아 정말 권하고 싶은 코스다.
잠시 후 묘지가 있는 넓은 들판을 지나면 산판길이 나타나고
길은 이상하게 좌측 내림길로 향하는지라 능선을 고수하기 위해
여기서 쓸데없이 오르락거리며 시간을 소모한다. (능선에 길 없음.)
결국 그냥 산판길로 내려가면 되는 것을 ..
▷ 쉼터와 이정표 (응암산 0.6km지점) <15:38>
산판길로 그냥 내려오니 정등로다. 내 머릿속 GPS가 잘못 되었나보다.
묘지에서 능선으로 연결되는 능선은 지능선인가 보다. (너무 예습을 많이해도 탈이다.)
응암산 0.6km 이정표가 나타나고 우측 길은 철문으로 봉쇄 되어있다. 좌측은 임도 하산길
직진하여 다시 산길로 오른다. 20분 후 응암산 정상이다.
▷ 응암산 정상에서 바라본 뾰족한 거류산 <16:00>
응암산 정상에는 동남북으로 조망이 열리는데 동쪽으로 보이는 둥그스럼한 봉우리가 시루봉인가 보다.
이곳에서 마지막 남은 밀감을 각자 세 개씩 나누어 까먹으면서 걸어가는데 맛이 꿀맛이다.
이정표에는 시루봉까지 1.8km라 적혀 있지만 아무래도 잘못된 것 같다.
응암산에서 시루봉까지는 30분 밖에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km정도?
물론 시루봉 도착하기 전에 원각사 갈림길을 먼저 지난다.
(좌측으로 원각사 0.5km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 드뎌 도착한 시루봉 (408M) <16:33>
▷ 시루봉에도 층꽃풀이 많이 피어있다. <16:37>
시루봉 정상에 도착하니 또다시 바람이 거세게 불어댄다.
우두포까지 2.7km라 빽하여 원각사로 하산하자고 하니 아내가 우두포로 가자고 한다.
우두포로 내려가는 등로는 너무나 좋아 이리로 하산한 것이 참 잘한 결정이라 희희낙낙인데..
▷ 이 묘지에서 길이 없어진다. (진주 산꾼화가 조규환님 리본은 조금전까지 있었는데..) <16:56>
▷ 다시 올라온 시루봉 정상 (40여분 알바) <17:16>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한 15분 내려가니 능선이 아닌 좌측 사면길로 빠지는데
아무래도 아닌것 같아 다시 올라가 확인해 봐도 능선으로의 길은 없어 할 수 없이 사면길로 내려가는데
어느 묘지에 달하자 갑자기 길이 없어진다. 진주 산꾼화가 조규환님의 리본이 걸려 있어 안심하고 내려왔건만
정작 필요할 때는 보이지 않는 자기 과시용 리본은 좀 달지 말았으면 한다. "....."
다시 올라가도 능선엔 다른 길이 없고 진퇴유곡이라 빽을 결정한다.
결국 40분 후 다시 시루봉 정상이다. 오늘따라 근교산이라 업수이여기고
헤드렌턴도 가지고 오지 않았는데..슬슬 불안해 진다.
▷ 임도에 설치되어 있는 안내판 <17:29> ▷ 임도의 우측 길을 걸어가는 아내 <17:35>
▷ 석운암 (사람이 살지않는 폐가) <18:02> ▷ 시멘트길이 나타나고 좌측으로 원각사 나온다. <18:11>
원각산갈림길에서 원각사로 내려가는 길은 아까 우두포 하산길에 비해 무척 급경사길이다.
한 10분 쏟아져 내려오니 임도가 나타난다. 여기서 오늘의 두 번째 헤프닝이 벌어진다.
임도에 설치되어 있는 안내판을 보니 어디로 가야 원각사로 가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우측은 내림길이고 좌측은 오름길이라 우측 내림길로 내려간다.
원각사 0.5km라더니 가도가도 끝이 없는 임도길이고 원각사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아
아차! 알바구나 싶어 다시 안내판으로 도로 올라오니 20분 알바다. 흐미, 안 그래도 시간이 없는데..
그런데 유심히 살펴보니 안내판 바로 뒤로 등로가 숨어 있는 것이 아닌가! 시상에 이럴 수가!
그래서 이 길을 따라 내려오는데 이 길 역시 얼마나 사람이 다니지 않았는지
잠시 후 길이 없어져 겨우 헤쳐 내려오니 웬 집이(석운암) 나타난다. (웬지 분위기가 으시시하다.)
석운암을 지나면 길은 더욱 희미해지고 아내는 입이 쓰다며 사탕을 하나 꺼내 달라고 하지만
길 찾는 일이 화급을 다투는 일이라 그냥 내려 간다.(헤드렌턴이 없으니 이렇게 불안하다.)
하지만 불행중 다행으로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아 시멘트길이 나타난다. 아! 살았다! ^^
좌측으로 원각사가 보여 올라가 보니 임도가 원각사에서 끝난다. 아까 임도에서 좌측 오름길은
원각사로 가는 길이 아니라 철마령까지 연결되는 길이었던 것이다.
▷ 어둠이 내리는 대가룡포 마을 <18:25>
이제 배낭에서 사탕을 꺼내어 둘이서 오물거리며 대가룡포로 하산한다. ^^
외곡리에서 시작 폭포암거쳐 구절산 찍고 철마령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철마산 찍고
응암산 시루봉 코스는 정말 권할만한 코스였으나 임도에서 원각사 내림길은 초보자들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열악하다. 우두포으로의 하산길은 참 좋았는데 묘지에서 길이 없어 졌으니
참으로 황당하다. 지금 생각하니 묘지에서 조금 더 신경을 써서 길을 찾았어야 했다.
만약 길을 찾았다면 훨씬 빨리 내려왔을 것이고 택시비도 거의 들지 않았을 것이다. (히치 가능)
순간의 오판이 그만 고생길로 들어선 셈이다. 하지만 오늘 산행에 만족한다.
이 태풍부는 날에 우리 만큼 많이 산행한 사람 있을까?
만보계를 보니 31,657보를 가리킨다.
^^
<끝>
유리상자-사랑해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