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길 - 강화도 마니산
(2023년 1월 8일)
瓦也 정유순
마니산(摩尼山, 472.1m)이 있는 화도면은 원래 강화도 서남쪽에 있던 고가도(古加島)라 불리던 섬이었다. 이 섬을 조선 숙종 때 1706년 여러 번의 간척사업으로 강화도 본도와 하나로 합쳐지게 되었다. 지금은 강화대교나 초지대교를 이용하면 곧장 다가갈 수 있는 마니산은 백두산 천지와 한라산 백록담의 중심에 있는 민족의 영산(靈山)이다. 마니산은 화강암 바위들이 많고 기암괴석들이 산꼭대기를 향해 치솟아 있어 마치 하늘로 통하는 관문인 것 같고 민족의 영화와 발전을 기원하는 참성단이 있는 산이다.
<강화도 지도>
2023년 1월 8일 금년 첫 산행을 민족의 성지 강화도 참성단을 찾았다. 마니산 초입에는 <마니산의 유래>를 알리는 입간판이 친절하게 맞아준다. 고려사, 세종실록지리지, 태종실록 등을 이용하여 “마니산의 원래의 이름은 우두머리라는 뜻의 <두악(頭嶽)>으로 마리는 머리를 뜻하며, 민족의 머리로 상징되어 민족의 영산으로 불러오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두악이나 마리산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지금은 마니산으로만 통용된다.
<마니산 초입>
그런데 마니는 뭐고 마리는 뭔가? 마니산의 마니(摩尼)는 ‘마니보주(摩尼寶珠)’의 줄임 말로 주(珠)ㆍ보(寶)ㆍ무구(無垢)ㆍ여의(如意)ㆍ보주(寶珠) 또는 여의주(如意珠)라 하며, 이 구슬은 용왕의 뇌(腦)속에서 나온 것으로 사람이 이 구슬을 가지면 독이 해칠 수 없고, 불에 들어가도 타지 않는 공덕이 있다고 한다.
<한겨레얼 조형물>
주차장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참성단 모형>과 <성화체화 모형>이 있는 <마니산한겨레얼체험공원>을 지난다. 마니산 정상은 가파른 918계단을 올라야만 참성단에 빨리 다다를 수 있는데, 정상으로 오를 때는 계단로를 피해 우측으로 가는 단군로를 택한다. 신단수 쉼터를 지나면 웅녀계단이 먼저 나온다. 아마 단군신화에 나오는 웅녀를 연상한 것 같은데, 혹시 실제로 있었던 단군역사를 신화로 착각하게 하는 요인이 아닌지 모르겠다.
<성화 채화 재현 조형물>
<참성단 재현 조형물>
웅녀계단을 오르고 바위에 올라 숨을 고르며 위를 바라보니 마니산 정상이 가깝게 보인다. 다시 힘을 내어 산으로 방향을 잡으니 <삼칠이계단>이 나온다. 계단이 372개가 된다 하여 <삼칠이계단>이라는데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상당히 가파르다. 멀리 보지 않고 한 계단 한 계단을 올라가니 끝이 보인다. 정상이 눈앞이다. 엊그제 내린 눈발로 음지쪽은 빙판으로 아이젠을 착용해야 했으나 양지쪽은 얼음이 녹아 질펀하다.
<마니산>
참성단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는 출입을 금지하는 팻말과 함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오르기 힘든 마니산에 제단을 만든 것은 땅의 기운과 하늘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氣)를 폭포수처럼 뿜어낸다는 참성단은 자연석으로 ‘둥글게 쌓은 하단이 하늘을 상징하고 네모나게 올린 상단은 땅’을 상징한다. 이는 우리 조상들의 우주관인 천원지방(天圓地方)을 나타낸 것이다.
<철조망에 갇힌 강화 참성단>
1972년 우주선 아폴로(Apollo) 16호가 달에 착륙하여 3명의 탑승자가 지구를 내려다보니 유난히 서기(瑞氣)가 뻗치는 곳이 보여 사진을 찍어 두었다가 지구에 귀환하여 그 곳을 알아 봤는데, 바로 한국(韓國)의 강화도 마니산(摩尼山) 일대였다고 한다. 이런 사실은 우리나라의 정기(精氣)가 세계에서 가장 영롱함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주는 것이어서 매우 흥미롭다.
<강화 참성단>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천제단인 참성단이 가리키는 정방향이 우리 민족의 창세신화가 전해져 오는 마고성이 있다는 파미르고원이라는 것이다. 파미르고원은 동북으로는 유인(有因), 환인(桓因)이 도읍을 열었던 천산산맥을 통해 단군이 도읍했다고 알려진 알타이 산맥으로 이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서남으로 술라이만 산맥과 이란고원을 통해 메소포타미아에 연결된다. 또 북쪽으로는 아랄해, 발라시호, 카스피해와 키르기스 초원에 닿아 있다.
<강화 참성단>
마니산 참성단에는 소사나무가 신단수(神檀樹)처럼 서있다. 흙 한 줌 없는 돌 틈에 뿌리 내리고 300년 이상을 살아온 이 나무는 높이 4.8m, 뿌리 부근 둘레 3m의 융융(融融)한 나무다. 사방으로 고르게 뻗은 나뭇가지는 동서 방향으로 7m, 남북 방향으로 6m를 펼쳤다. 우리나라에 살아 있는 소사나무 가운데에는 가장 큰 나무다. 참성단을 지켜온 나무일 뿐 아니라, 소사나무로서는 국내 유일한 천연기념물(2009년)로 지정되었다. 1717년(숙종 43)에 강화유수 최석항(崔錫恒)이 심은 것으로 추정한다.
<강화 참성단 소사나무>
강화도 마니산은 높은 산은 아니지만, 전국에서 기 에너지가 제일 강한 곳이기에 마리산으로도 불린 것 같다. 마니산은 백두산과 한라산처럼 정상의 참성단에서도 물이 솟아났었다. 지금은 소사나무 옆에 우물터만 남아 있으나 일제강점기 때도 참성단에 올라 물을 마셨다고 한다. 그러나 일제는 우리 민족혼을 말살하려고 백회 가루를 풀어 우물을 폐쇄하였다고 한다.
<마니산 정상>
참성단 입구를 지나 동쪽 맞은편에 있는 헬기장에는 먼저 온 일행들이 참성단 쪽으로 방향을 잡고 천제를 지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참성단(塹星壇)은 돌로 쌓아서 단의 높이가 10척이며, 단 위의 사면(四面)이 각기 6척 6촌이고, 아래의 너비가 각기 15척으로 “조선 단군(檀君)이 봄·가을로 하늘에 제사지내던 석단(石壇)”이다. 권근(權近)의 양촌집에 고려 태조 왕건 이전부터 이미 여기서 단군에 제사를 올렸다는 구절이 있다.
<천제제단 진설>
천제는 주관자와 좌·우봉수가 정해지고 천부경 3독과 본상광명 9독이 끝나면 주관자는 3배를 올려 시천(侍天)한다. 초(燭) 불을 밝히고 향을 분향(焚香)하여 하늘과 소통한 다음 주관자는 천지인(天地人) 3배를 올린다. 천(天)은 하늘과 통하는 절이고, 지(地)는 땅과 통하는 절이며, 인(人)은 국조 한배검과 통하는 절이다. 그리고 준비한 포도주로 3작(酌) 한 다음 천지인 각3배 씩 9배를 올린다.
<헌작(獻酌)>
9배가 끝나자 단체의 대표는 여기까지 오게 된 경과를 하늘에 보고하고, 이어 고천문(告天文)을 올린다. 그 다음에는 참여자들의 자발적으로 하늘에 1잔씩 헌작(獻酌) 3배를 올린다. 아울러 기도명상을 함께하며 앞으로의 포부를 하늘 앞에 맹세하는 의식으로 3배를 올린다. 이러한 일련의 의식이 끝나면 제물(祭物)로 올렸던 음식을 철상(撤床)하여 제천의식에 모였던 사람들과 음복(飮福)함으로써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하나 되었음을 서로 확인한다.
<마니산 연봉들>
‘88 세계 장애자 올림픽을 비롯하여 매년 전국체전에 사용할 성화를 채화 봉송하고 있는 마니산 참성단을 뒤로하고 918개의 돌계단 길을 따라 미끄러운 길을 아이젠에 의지하며 내려온다. 올라갈 때 지나쳤던 천부경을 새긴 비석이 한겨레얼체험공원 서편에 의연하게 서있는 것이 보인다. 천부경(天符經)은 하나에서 아홉까지의 숫자를 가지고 천지창조와 그 운행의 묘리를 만물의 생장 성쇠의 원리를 설파하고 있다.
<천부경비>
경전을 요약하면, “하나로 시작하되 시작이 아니고, 하나를 쪼개니 삼극이 되네. 천하의 근본은 다함이 없고, 하늘은 언제나 하나로 양이 되네, 땅은 하나에서 둘로 나눠 음이 되고, 사람은 하나에서 셋이 되어 양이라네. 사람이 하늘과 땅에 맞춰 하나 되니, 하나로 끝내되 끝이 아니네.” 전문 81자 중 1자가 11회 나올 만큼 ‘하나(一)’를 중시한 한사상과 삼신사상을 동시에 밝힌 것 같다.
<천부경>
오늘 마니산에서 본 천제(天祭)는 어느 종교의식도 아니고 우리가 조상으로 섬기는 단군에게 올리는 의식으로써 우리의 근본과 뿌리를 찾으려는 염원이 담긴 소박한 행사였다. 처음 겪어 보는 제천의식이지만, 세상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하늘에 제사를 올렸을 단군성조의 모습을 떠올리니 온 누리 모든 생명이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절로 든다. 홍익인간(弘益人間) 이화세계(理化世界)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계묘년 시작부터 출발이 예사롭지 않다.
<신단수 쉼터>
https://blog.naver.com/waya555/222986461395
첫댓글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