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서울ㆍ수도권에서 아파트를 분양하는 민간 주택건설업체들은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하고,
분양가상한제가 전국의 모든 민간 아파트로 확대 실시된다.
국회 건설교통위원회는 2월 28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민간 아파트에 대한 분양원가 공개 및 분양가
상한제를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우선 ‘분양원가 공개’ 대신 ‘분양가 거래 내역 공시제도’라는 표현을 쓰기로 했다.
대상 지역은 ‘서울ㆍ수도권 및 분양가 상승우려가 있는 지역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지역’으로 한정됐다.
지방은 사실상 빠진 것이다.
그러나 분양가상한제는 전국이 대상이다. 또 택지비는 감정가를 기준으로 하되 경ㆍ공매나 공공기관
으로부터 땅을 산 경우 등은 실제 매입가를 인정해 주기로 했다.
분양가상한제란
분양가상한제는 아파트 분양가를 건설교통부 장관이 정하는 표준 건축비에 땅값(택지비)을 더해 산정
하는 제도를 말한다. 정부가 직접 분양가에 개입하는 것이다.
택지비는 땅 구입비에 택지 조성비 등 아파트를 짓는 데 필요한 땅을 마련하는 데 드는 비용이고,
건축비는 자제ㆍ공사비 등으로 아파트 건축과 관련된 각종 비용이다.
특히 택지비 중 땅 구입비는 공신력 있는 평가기관이 감정 평가한 감정가액으로 분양가를 산정해야
한다. 따라서 업체들의 땅값 부풀리기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해진다.
분양가상한제는 아파트 분양가가 건축비와 택지비 등의 건설 원가와 연동되기 때문에 원가연동제라
부르기도 한다.
이 제도는 1989년 처음 실시됐다가 1999년 분양가 전면 자율화 조치에 따라 사라졌다. 그러나 2005년
8ㆍ31 부동산 대책의 후속 조치로 판교신도시의 분양가 과열을 막기 위해 공공택지에 한해 다시 도입
됐다.
분양권 전매 제한도 강화돼
정부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분양가가 이 제도 적용 전보다 최고 20-30%가량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건설교통부가 최근 낸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표준 건축비에 택지비를 감정가로 적용하고,
가산비를 판교ㆍ동탄신도시(평당 140만~150만원) 수준으로 할 경우 서울과 경기도 광명ㆍ안양시의
재건축 단지 아파트 분양가가 최대 25%가량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서초구 33평형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가는 6억1050만원에서 4억5870만원으로 24.9% 정도 낮아
졌다. 1억5180만원이나 떨어진 것이다. 경기 광명시의 한 재건축 단지 33평형도 분양가가 4억1580만원
에서 3억3660만원으로 7920만원(19.0%) 인하됐다.<표 참조>
그동안 건설업체들이 분양가를 건설 원가가 아니라 주변 시세에 맞춰 왔기 때문에 이 제도가 적용되면
결국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해진다.
때문에 분양가상한제 아파트가 자칫 투기꾼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상당한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래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분양권 전매제한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 분양가상한제
가 적용되고 있는 공공택지의 경우 전용 25.7평 이하 중소형은 10년(서울ㆍ수도권)과 5년(지방), 전용
25.7평 초과 중대형은 5년(서울ㆍ수도권)과 3년(지방)간 분양권을 팔 수 없다(계약일 기준).
그러나 9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서울ㆍ수도권 공공택지 내 중소형은 10년, 중대형은 7년으로
전매제한이 강화된다. 지방은 변화가 없다.
민간 아파트의 경우 서울ㆍ수도권 내 중소형은 7년, 중대형은 5년간 분양권을 팔 수 없게 된다. 지방은
향후 분양가 추이를 봐가며 결정할 계획이다.
분양원가 공개 항목은
분양원가 공개는 말 그대로 민간 업체들이 아파트를 짓는 데 드는 순수비용(원가)을 국민들에게 공개
하는 것이다. 민간 아파트의 공개 항목은 ▶택지비 ▶직접공사비 ▶간접공사비 ▶설계비 ▶감리비 ▶
부대비 ▶가산비 등 총 7개다.
택지비의 경우 공인감정기관이 평가한 감정평가액(경ㆍ공매로 산 경우 등은 매입가액)을, 가산비는
구체적인 가산내역과 산출근거를 각 시ㆍ군ㆍ구에 설치된 분양가심사위원회가 검증해 사업장별로
공개하게 된다.
가산비는 지하주차장 건축비, 기준 초과 복리시설 설치비 등을 말한다.
직접공사비와 간접공사비, 설계비, 감리비, 부대비 등 5개 항목은 ‘기본형 건축비’로 묶여 분양가심사
위원회가 지역별 특성을 감안해 산출한 구체적인 내역을 항목별로 지자체장(분양승인권자)이 공개한다.
따라서 기본형 건축비의 경우 사업장별 상세 내역은 공개하지 않는다. 기본형 건축비 항목 중 직접
공사비는 재료ㆍ인건ㆍ기계경비 등이고 간접공사비는 산재ㆍ고용보험료 등이다.
정부는 이 같은 분양원가 공개로 민간 주택건설업체들의 현실적인 분양가 책정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분양가 상승을 억제하고 집값을 안정화 시킨다는 복안이다.
당장은 떨어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분양가상한제나 분양원가 공개가 실시되면 기본적으로 분양가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두 제도로 인해 아파트 품질은 크게 떨어지는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건축비 절감을 위해
업체들이 마감재 수준을 떨어뜨리고 각종 생활편의시설을 축소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한 주택건설업체 관계자는 “소비자가 원하는 주택을 짓기 위해 노력해야 할 건설사들이 분양가상한제
등이 도입되면 건축비 절감을 최우선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결국 아파트 품질 저하돼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란 주장이다.
당장은 집값을 안정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란 주장도 있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와 원가가 공개되면 민간 업체들의 주택건설 사업이 크게 위축될
것이 뻔하다”며 “결국 공급이 줄어드는 3~4년 뒤 수급불균형으로 집값 급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
다.
정부는 그러나 과거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을 때 오히려 주택 공급이 크게 증가한 사례를 들며 이 같은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던 1989년~1998년 당시 연평균 주택 공급 실적은 58만
3294가구로 분양가 자율화 때인 1999년~2005년의 50만6774가구보다 오히려 15.1% 많다는 것.
정부의 한 관계자는 “시대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이 같은 통계는 분양가상한제 등 분양가 규제가 공급
감소의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