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07)
2007-05-15 11:00:32
140차 소백산 산행기
1. 일시 : 2007. 5. 12(토)
2. 곳 : 소백산
3. 참가 : 상국(대장), 인섭, 문수, 진운, 펭귄, 효용, 광용, 민영, 뱅욱, 덕영, 상호, 재일, 진홍,
32회 후배(총 14명)
4. 산행시간
죽령 (약 670 m) 10:15 0.0 Km
제2연화봉(중계소) (1,357 m)
연화봉(천문대) (1,383 m) 12:25 6.5 Km 휴식(식사)
제1연화봉 (1,394 m) 14:10
비로봉 (1,439 m) 15:00 4.5 Km 비로대피소 통과
국망봉 (1,421 m) 16:50 3.1 Km
초암사 ( 500 m) 18:40 4.4 Km
초암사주차장 19:20 3.5 Km
총 9:05 22.0 Km
소백산, 한 번도 가보지 않았는데
언제부터인지 내 마음 한 구석에 턱~하니 자리잡고 앉았던 묵직한 산.
글과 사진으로 내게 다가왔던 소백산은 이런 걸 품고 있었으니
너른 풀밭의 야생화
화려한 철쭉
주목 군락
겨울의 설화(雪花)
그리고 첨성대 대가리에 큰 공을 얹어놓은 것 같았던, 장난감처럼 생긴 천문대.
(미안하다, 대가리라 표현해서. 하지만 ‘첨성대 위’에 또는 ‘첨성대 머리’라는 말보다 더 친근감이 와 닿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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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을 당일치기로 다녀오려면 새벽부터 서둘러야하고, 기본으로 20Km는 걸어야하는 제법 빡센 산행, 몇 명이나 올지 걱정(?)아닌 걱정이 된다. 참가 인원에 따라 배차를 달리 해야 하는 산행대장은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다.
경기팀 친구들의 운전을 도맡아 해주던 문수가 일찌감치 “요번에는 나도 옆자리 한번 앉아가자.”며 블로그에 신고를 한다. 해서 진운이가 운전을 자청하고, 수서쪽엔 운전수가 자꾸 바뀐다. 본래는 일산에서 출발하는 재일이가 차를 몰고 오면서 수서에서 친구들을 쓸어담아(?) 오려고 했는데, 효용이가 9인승 차량을 준비한다하니 운짱으로 지목받았던 재일이랑 뱅욱이가 ‘후우~’하며 한시름 놓는 소리가 용인까지 들린다.
재작년에 죽령 코스를 올랐던 광용이가 있어 다행이고, 게다가 효용이까지 온다니 산행걱정은 씻은 듯 사라진다. 그야말로 이번 산행은 무늬만 대장으로 슬슬 놀면서 뒤를 졸졸 따라댕기면 되고, 대장 노릇 저절로 한 번 때우는 셈이니 이 아니 좋을까? 크크.
12일 오전 5시 30분부터 문자가 들어온다.
“비가 오는데도 가는 거 맞나? 초보는 우짜꼬? 전철에서 내리까? 이상호”
상호 집이 일산이라더니 디기도 일찍 나선 모양이다.
“간다.”
한참 있다가 또 문자가 온다.
“수서역 몇 번 출구라 캤노?”
“6”
매정하다 생각 안 했는지 모르겠다. 아침부터 바쁜데 떠뜸떠뜸 문자보내기에 서툰 내가 길게 답할 수가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이해하겠제?
정말 비가 온다.
7시, 보정역. 혹시나 펭귄이 겁먹고 안 나올까 전화를 해보았더니 지하철로 오고 있단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 펭귄표현에 의하면 ‘조식운기’하느라 술도 안 묵고 고기로 영양보충을 했다나? 덕분인지 몰라도 소백산 산행에 줄곧 선두로 나서서 혼자 봉우리에서 덜덜덜 떨고 있었다.
단양휴게소에서 수서팀과 합류. 미국에 출장갔다가 어제 밤 11시에 돌아와 아직 시차 적응도 안 된 민영이를 비롯, 뱅욱이를 따라온 32회 후배, 등등 친구들과 서로 악수를 나눈 후 세어보니 총 14명, 대군이다.
죽령으로 이동하여 10시 13분에 산행을 시작한다. 코스는 죽령에서 연화봉을 거쳐 비로봉까지는 무조건 앞으로 가야할 게고, 비로봉에서 몸 상태 및 날씨의 변화를 보고 하산코스를 정하기로 했다.
병효가 블로그에 “죽령에서 오르면 시멘트 길이 디기 더블낀데...”하고 걱정을 해주더니 정말 해가 쨍쨍했으면 이 길 참으로 짜증나는 길이겠다.
다행히 적당히 내리는 비에 덥지 않아 좋더니만 좀 있으니 비옷 때문에 덥다. 30분 정도 오르다가 비옷을 벗고 그냥 비를 맞고 갔다. 그런데 웬걸, 한 시간 정도 계속 비를 맞으니,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이젠 또 몸이 으실으실 춥다. 다시 비옷을 꺼내입는 변덕을 부리며 천천히 올라간다. 아까부터 왼쪽 사타구니에 가래톳이 서는 게 영 걷기 불편하다. 잘못하면 산행대장이 낙오하는 불상사가 생길까봐 내색도 못하고 조심조심 걸었다.
사진으로만 보던 천문대, 정말 장난감처럼 생겼다. 하룻밤 머물며 별자리를 구경할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천문대 바로 위, 연화봉. 산행시작한지 2시간 10분만에 점심먹을 자리를 깔았다. 모두들 배가 너무 고파선지 처음엔 술도 잘 안 먹는다.
눈치 빠른 뱅욱이는 저 아래서부터 누구누구가 술을 가지고 왔을 거라고 짐작을 하던데 정말 점쟁이가 따로 없다.
“보자, 인섭이캉 상국이는 막걸리 두 뱅씩 갖고 왔을끼고, 민영이가 미국에 출장갔다가 어젯밤에 왔다고? 음... 그러면 양주 하나 사들고 왔겠제?(이 대목에선 민영이가 어이가 없어서 입을 딱 벌리고 잠시 동작그만 상태 돌입), 광용이는 잘 들고 댕기는 그 이상하고 빨간 술. 그라고 문수가 요번에 운전 안한다 한 걸 보몬 무슨 술이라도 갖고 왔을끼란 말이야. 그라면 전부 다 몇 뱅이고? 이걸 우예 다 묵노? 쩝쩝.”
진홍이 입에 발동이 걸리니 식사시간이 더욱 즐겁다.
“내가 말이야, 요번에 상 났을 때 잘 나가다가 마지막에... 처갓집에 완전 찍힌 기라. 너그들 그거 아나?”
“뭔지 모르지만 해봐라.”(진홍이 이야기는 두 번 들어도 재밌다.)
“언~ 놈이 비아그라 묵고 바람피우다가 복상사로 죽은 기라. 근데 그거는 아직 안 죽어서 발딱 서가꼬 도저히 관 뚜껑이 안 닫기는 기라. 그래가꼬 골치가 아파 죽겠는데 스님이 지나가다가, 목탁을 톡톡 치면서 ‘본~처 왔네, 본~처 왔어!’ 그라자 바로 팍 까라 앉더라 안 카나?”
비로봉을 향해 가는 길, 경치가 참 좋다. 안내판에 사람들이 하도 많이 다녀 훼손된 길을 복원하느라 나무계단을 설치해두었단다. 사진으로 비교해보니 차이가 많이 난다. 사람 발이 그만큼 무섭다는 효용이의 설명,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고. 그러는 사이, 펭귄은 또 쓸데없이(?) 비로봉에 먼저 도착, 혼자서 떨고 있었다.
단체사진 한 장 찍고 하산 코스를 정한다. 전에 왔을 땐 막아뒀던 국망봉 코스를 지금 푼 모양, 국망봉까지 3.1Km, “언제 또 오겠노?” 이런 기회 놓칠 수 없다.
국망봉 가는 경치좋은 길, 다니는 사람들 거의 없어 우리가 전세낸 셈.
국망봉에서 잠시 노니다가 하산을 서둔다. ‘초암사’까지 4.4Km. 처음엔 아주 가파른 길, 나무계단으로 한 계단 한 계단 내려갈 때마다 고도가 팍팍 준다. 이 길을 거꾸로 올라온다면 거의 사람 잡을 판이다. 어느 정도 평탄한 길이 나왔을 때부터는 거의 환상적인 길이 계속된다. 눈을 아래로 두면 길바닥의 물기 머금은 낙엽들이 짙은 가을을 보여주고, 눈을 들면 푸른 신록이 녹음으로 변해가는 초여름의 풍광, 게다가 계곡의 물소리까지. 모두들 “좋다! 좋아!”를 연발한다.
아까 점심 먹을 때 뱅욱이가 눈독들이던 광용이의 모과주, 부산가서 혼자 묵을라꼬 자기 배낭에 넣어두었던 그 술을 꺼내라 했다. 아까워 죽겠다는 뱅욱이, ‘설마 이걸 다 묵겠나? 좀 남겨주겠지?’ 그런 심정인데 야속한 친구들은 한 방울도 안 남기고 해치운다. 빈 병을 나에게 던지며 한 마디. “Tv... 괜히 내가 무겁꼬로 이걸 넣어왔네.”
‘절에 내려오면 혹시라도 끝일까?’ 하던 막연한 기대도 ‘주차장까지 3.5Km’ 팻말을 보는 순간 여지없이 무너진다. 그래 좋다, 오늘 걷는 김에 끝까지 가보자.
절에서 만난 가족 나들이 팀에게 부탁하여 기사 둘을 먼저 내려 보낸다. 비가 제법 온다. 죽계계곡 길을 따라 내려오는데 먼저 내려간 팀에게서 연락이 온다. 음식점을 잡았고 차를 보낼 테니 타고 오란다. 터지는 환호성.
빗길을 뚫고 달려온 차, 큰 차도 아니고 코란도-밴이다. 조수석엔 산행대장 앉으라며 자리를 양보해주는데 짐칸에는 5명이 차 문이 제대로 안 닫힐 정도로 비좁다고 아우성을 친다. 뒤에서 엄청 꾸개진 진홍이가 한손으로 내 어깨를 잡고 연방 씨불거린다.
“야, 대장 그거 억수로 큰 배슬이네? 상국이 니는 좋겠다. 어이, 배슬! 자리 좀 바꾸몬 안되나? 구시렁 구시렁....”
저 앞에서 일산에서 온 재일이와 상호가 사이좋게 비를 맞으며 걸어간다. 더 탈 자리가 없다. 코란도는 우리를 음식점에 내려놓고 다시 그 둘을 태우러 갔다.
음식점에서 매운탕과 닭도리탕으로 하산주를 주고받는다. 기사 둘은 죽령까지 가는데 편도만 40분 걸리는 엄청나게 먼 거리. 1시간 30분 정도 있으니 그제야 돌아온다.
오늘 산행 총 9시간. 같이 보냈던 용사들 하나씩 이름을 짚어보면
1. 자기 개인 기록, (월악산 7시간, 이것은 순전히 자기 시계. 남들은 5시간 30분인데)을 갱신했다며, 앞으로 부종이를 만나면 큰 소리 칠 일이 생겼다고 기염을 토하는 진홍
2. 소백산, 그 알 수없는 매력에 자기도 모르게 끌려나와, 처음으로 나오자마자 1,400고지를 올랐으니 산행 평균고도 부문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대기록이라며 격려의 박수를 받은 상호
3. 써빙하는 아가씨를 자꾸만 아줌마라 부르는 실수를 해서 수제비가 좀 적게 나오는 해악을 끼친 뱅욱
4. 봉우리 3개 모두 선등하는 대기록을 세웠으나 마지막 내려올 때 좀 헤맸다고 ‘끝내기 잘하라’는 훈수를 받은 펭귄
5. 듬직한 체구의 32회 후배 그 친구는 매너도 좋더만, 근데 국망봉에서 내려오던 나무계단길에서 하체가 떨린다더니 정말 미끄러져 크게 다칠 뻔 했다.
바로 앞에 가던 뱅욱이를 보고
“욱이 형님, 그 지팡이 안 쓰몬 내 하나 빌리주소!” 애원했으나 뱅욱이한테 핀잔을 받았다.
“짜슥, 아까 내가 지팡이 사라 안 하더나? 와 말을 안 듣노?”
(뱅욱이는 한 번도 안 쓴 새 스틱을 두 개 배낭 뒤에 폼으로(?) 달고 다닌다. 그러다가 청계산에서 잊어먹기도 했고.)
6. 전날 밤에 미국에서 20시간을 비행기타고 와 친구들 주려고 양주 하나 보듬고 산행에 나온 의리의 사나이 민영,
7. 간만에 운짱에서 해방되어 느긋하게 마시던 듬직한 문수
8. 일산에서 오는 수고를 하고 다음 서리산 철쭉산행 대장을 맡게 된 재일
9. 산악용 GPS 잊어 묵었다고 쓰고 있던 우산을 팽개치고 자기 배낭을 이리저리 뒤지며 울상을 짓던 광용(결국 지 배낭 다른 곳에서 찾았다나? 밤 12시가 넘어 집으로 걸어가는데 뒤에서 자꾸 어느 여자가 "오늘도 수고 많았심다. 안녕히 가십시요"라 하더라네?
돌아보면 아무도 없고 귀신한테 홀린 듯 지가 미치고 돌아삐겠더라 카던데, 그 놈의 GPS가 배낭 안에서 흔들리는 통에 지대로 켜졌다 꺼졌다 하면서 광용이를 놀렸던 모양. 지독한 까마구. 저걸 대장이라고 믿고 따라 댕기는 우리 모두 문제 아니가? 그 참. 이걸 우째야 되노? 그놈이 그놈이고 다 똑같은 까마구들이니까, 이기 우리 팔자다, 마~)
10-11. 먼 길을 안전하게 운전해 준 효용이와 진운, 모두들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함.
12. 친구들이 배가 고파 밥만 먹는 바람에 지가 딴 막걸리, 지가 다 묵고 종일 취해서는 상호와 진홍이를 뒤에서 몰고 온 뒷심의 인섭
13. 왕년에 소백산에 한번 왔을 때 사람이 아무도 없어 아랫도리 아예 홀랑 벗고 이마에 수건을 두르고 만약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수건으로 앞을 가리려고 했다는 무식한 덕영
14. 무늬만 대장이었던 내.
모두 모두 수고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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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로
21 : 30 식당 출발 - 문막휴게소에서 합류, 잠시 쉬고
24 : 05 죽전 막걸리집 도착
02 : 05 펭귄, 인섭과 같이 막걸리 3통 반 비움.( 그 시각 서울에서는 뱅욱이가 기팔이랑 호프마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