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회 야유회 - 그날의 기억을 반추하며 >
그날 하늘은 빛바랜 하얀 비단 드리운 듯 을씨년스러웠으나 햇빛만은 그런대로 따가웠지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올 첫 53회 야유회. 가만있어도 폴폴 지적인 아우라 풍기는 할배들이 옹기종기 손잡고 흔들며 웃음 나눕니다. 아, 그래서 옛 친구를 헌신처럼 편하다고 한 모양입니다.
‘서울이 천릿길’이라 밤늦게 귀가 못할까 두려워 두문불출 모임에 발 끊듯 하던 이한웅도 천병만도 웃음 활짝.
그러고 보니 졸업 후 처음 모임에 나온 ‘미국사람’ 김광한도 옛 모습 잘 안보여도 스스럼없이 연상 싱글벙글.
그것이 ‘동창’이란 이름의 큰 힘 아니겠는지요? 함께 하지 못한 친구들 있어 아쉬웠지만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인 철원 한탄강주상절리길. 출렁다리를 걸을 때의 아찔함과 절벽 곳곳에서 떨어지는 웅장한 물줄기 소리 들으며 깎아지른 절벽 사이에 마련된 단층교를 걷는 아찔함은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벼랑길에 만들어진 다리 13개를 걸으며 하늘이 만들어준 자연을 이처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건 틀림없는 발품판 보상이겠습니다.
출렁다리는 출렁거림이 없었으나 허공에 떠있는 다리에서 내려다보면 아찔한 현기증에 저절로 눈이 감기고....
스릴 속에 3.6km, 약 10길을 걷는 동안 느끼는 고통은 이곳만의 독특한 풍광과 눈 호강으로 보상받은 셈 치겠습니다.
어허, 그런데 1,000개가 된다는 계단을 오를 땐 숨 가쁘고 다리 뻐근해 공연히 왔다는 후회가 밀려왔습니다만 ‘낙오는 남에게 피해’를 준다는 생각에 안간힘쓰며 겨우겨우 대열에 합류. 휴우~
한우불고기 리필 양껏 먹고 게르마늄 온천에 몸을 맡기자 피곤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스르르 눈이 감깁니다. 이럴 때 한잠 잘 자는 것이 좋은 보약이련만....
그날, 고석정에서 본 임꺽정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이날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온 집행부의 애쓴 보람 있어 우리가 즐거운 시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집행부 여러분, 고맙습니다. 늘 건강하소서.
박동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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