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48년 전 오늘!
경남 마산고등학교에서 예비고사를 치렀다.
하루 전 날 오후 학교 운동장에 모여 선생님이 인솔하셔서 단체로 기차를 타고 마산엘 도착해 여관에서 여장을 풀고 휴식을 하며 예비고사에 임했다.
오늘이 전국 수능일이라 문득 그날이 생각이 난다.
내가 감히 예비고사를 치르다니 .............
상상도 못 한 일이 사실로 되기까진 담임선생님의 배려와 사랑이 뒷받침 되었다.
공부는 잘했지만 집안 형편이 에러버서 도저히 대학에 갈 처지가 안 되는 게 정설이다.
여름방학 기간에 학교에서 보충수업 시간에 담임 선생님께서 " 예비고사 원서 쓸 사람 손을 들어 " 하시길래 난 들지 못했다.
수업이 끝나고 종례시간에 선생님은 조용히 나를 교무실로 부르셨다.
" 너 공부도 잘하는데 대학을 가야하지 않겠어? " 하시는 말씀에 그만 눈에선 달구똥만한 눈물이 뚝뚝 떨어져 내리며 어깨가 들썩이도록 울었다.
너무나도 슬펐다.
가정형편이 안 되는 걸 아시는 선생님은 예비고사 원서대를 대신 내시고 접수해 주셨다.
이 사실을 아부지가 아시면 혼날 거 같애서 지금까지 스승과 제자만이 아는 비밀로 하기로 하고 예비고사를 치르러 간 것이다.
원서대와 차비, 숙박비까지 모두 선생님께서 대신 마련해 주셨으니 얼마나 멋진 감동인가?
여느 선생님들이 가난한 제자에게 그렇게 호주머니를 털어 베품을 실천하시기엔 별로 쉽지 않은 사랑이오 봉사가 아닐까?
선생님 덕분에 예비고사를 잘 치렀으며 돈이 없어서 대학 본고사는 치르질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건대 아버지가 절대 원망스러운 건 아니지만 그 시절 우리 집 형편은 하동 읍내에서 자취방(월세 2.300원)을 얻어 공부시키기에도 감히 무리였다.
고마우신 담임선생님은 훗날 내가 KBS에 근무하며 1985년 스승의 날을 맞아 부부동반으로 보은 하는 의미로 < 제주도 3박 4일 > 여행을 보내드렸다.ㅎㅎ
2024. 11. 14. 지리산다람쥐.
첫댓글 잘햇군 잘햇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