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9.
건축학 개론
내가 살 집은 내가 짓고 싶다. 그렇게 생각했었고 지금도 여전히 꿈으로 남아 있다. 무작정 시작할 수는 없으니, 교육시설에 의탁하여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인터넷을 검색하다 깜짝 놀랐었다. 영암, 광주, 청도, 안동, 세종, 화천, 평창 등지에 한옥 학교가 있었다. 한옥 건축 목공 소목수와 대목수 양성 과정을 포함해서 국가유산 수리 기능자에 대한 새로운 세상을 접하게 되었던 기억이 난다. 솔깃해서 며칠 동안 기웃거렸지만, 선택이나 결정을 위한 더 이상의 노력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벌써 수년이 지난 일이다.
집은 사람을 위한 것이다. 안전하고 편한 잠을 잘 수 있어야 한다. 안락한 휴식이 보장되어야 한다. 하긴 벽이 있고 천장과 바닥이 있으면 되는 것이지만 기본적으로 전기, 급수, 배수, 냉난방 설비가 필수다. 문제는 이런 것들에 얼마나 많은 고뇌와 세세한 배려와 피드백을 반영했느냐에 있다. 늘 지적하는 것이지만 제공자 중심이 아니라 사용자의 처지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더군다나 제공자가 관(官)이나 공(公)이면 사후 발생할 자질한 문제에 대한 책임 여부를 따지기 위해서라도 실명제를 고집하고 싶다.
집은 사람 살기에 편해야 한다. 지극히 당연한 명제지만 살다 보면 불편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베란다를 선호한다. 집으로 들어오는 햇볕의 양을 조절하여 냉난방 및 단열 효과와 소음을 차단하는 측면에서 큰 효과가 있다. 예쁜 화분 서너 개를 둘 수도 있고 빨래를 널어 말리는 용도로도 아주 유용하다. 때로는 창고의 기능도 있을 수 있으니 베란다는 다용도실 이상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 아파트 분양의 추세에서는 확장형이라 하여 거실을 넓히고 베란다는 사라지고 있으니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자칫 잘못하면 두고두고 불편한 게 화장실이다. 우선 무엇보다 위생이 중심이 되어야 하고 개인의 독립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화장실은 샤워로 인해 물 튀김을 막을 수 있는 칸막이가 설치되고 세면대 물이 바닥으로 쏟아지지 않게 설계하는 것이 상식이다. 젖지 않아야 할 바닥이 젖으면 불편하기 때문이다. 또한 환풍기와 방충망이 설치되고, 여닫기가 편리한 창문이 있으면 환기에 효과적이어서 곰팡이 발생을 줄일 수 있으니 이 또한 중요 포인트다. 습한 곳이지만 지네나 돈벌레(그리마) 등의 곤충이 보이면 여자들은 식겁한다. 이런 건 기밀성의 문제다. 타일의 균열이나 모르타르의 깨짐과 같은 시공상의 결함이 발생하면 즉시 보수 공사를 하면 되는 일인데 살아보니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았던 것 같다.
어디 그뿐일까. 전등과 스위치의 배치와 콘센트의 위치도 중요하다. 현관과 거실을 가르는 중문의 유무도 개인에 따라 중요도가 다를 법하다. 약한 바람에도 덜컹거리는 창문과 시공상의 잘못이 뭔지는 모르지만, 온갖 벌레와 청개구리의 출몰은 당황스럽다. 창문 레일에 쌓인 벌레들의 검은 주검 또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덧대어진 창문틀이나 방안을 허리 높이에 이유 없이 두른 몰딩용 테두리목의 뒤처리가 매끄럽지 못하다면 누구를 탓해야 하나. 그 날카로움에 손등이 베이면 짜증스러워진다. 이런 것들에 맞닥뜨리면 내가 시공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굳어진다.
내가 살 집이라면 뭐가 달라도 달라진다. 그러니 인간은 참으로 묘한 동물인 셈이다. 공정과 공평을 그렇게도 주장하지만, 늘 차별이 존재한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으니 신뢰하지 못하고 항상 의심하는 버릇이 생기게 된다. 그런 내가 밉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하소연할 곳도 마땅하지 않다. 제일 좋은 것은 내가 내 집을 지으면 된다. 얼마 전 친구가 소개해 준 국비 지원 ‘귀농 귀촌 흙집 짓기 준비 과정’ 교육 일정을 살펴본다. 마음은 항상 그렇다. 내 손으로 해 보겠다는 것이 무모한 욕심인지도 모르겠지만 이루고 싶은 꿈이라 생각하니 미소가 번진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집 한 채 짓고 싶다. 도시 근처의 조용한 시골이면 좋겠다. 17평 정도의 작은 집과 50평 남짓 창고면 과한 욕심일까.
첫댓글 욕심아니다 건강한 노년을 위해 지금부터 준비하자
마음이 그렇다는 이야기인데.... 흙이랑 가까이 지내야 건강해 질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