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백공/정광일
바람소리 스산한 들녘
남루한 차림의 그는 철저히 혼자였다
누굴 위해,
무얼 위해 서있어야 하는지
이유를 물어보지만 앙다문 입은 대답이 없다
먼 지평선엔 먼지만 이는데
그가 바라보는
저곳엔 누가 사는 걸까?
너른 들녘에 동그마한 고독
언제는 혼자가 아니었더냐마는
그래도 한 때는 그들의 웃음을 먹고
그들의 성장을 먹고
날것들의 집적거림을 경계하느라
외로울 시간도 없었더란다
성장통 사라진 자리를 지키는 그
무기력한 어깨너머엔 노을빛만 번지는데
어쩌니!
어쩌니!
가엾은 저 허수아비
노을에 뿌려지는 외기러기의 염려
동병상련(同病相憐)이겠지
오늘따라 유난스러운 이 몹쓸 놈의 외로움
대지의 씨앗들을 지켜야 한다는
오직 그 의무 하나로 탄생하여
서릿발이 날을 세운 벌판에 이젠 혼자인데
탱탱하던 청춘 다 빠져버린 몸으로
아무런 명분도 없고
해명도 할 길 없는 시간과의 싸움은
왜? 인가.........
카페 게시글
박사모 고성속초지부
허수아비
달마봉
추천 0
조회 74
13.10.14 11:23
댓글 1
다음검색
첫댓글 시간이라는 거대한 친구이자 적은 이세상 누구도 이길수가 없는지라....
좋은글 공감글입니다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