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하제일 객잔》
# 제3부 ― 오늘도 영업합니다
## 제42화 ― 은하의 마지막 선택
은빛 기둥이 밤하늘을 가르며 솟아올랐다.
객잔 안.
비아의 손에 들린 기억방울은 마치 살아 있는 심장처럼 천천히 뛰고 있었다.
띠링...
맑은 방울 소리가 울리자 객잔 안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해졌다.
묘묘가 숨을 삼켰다.
"...세 번째 기억."
"드디어 시작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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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잔 밖.
검은 괴물은 은빛 기둥을 바라보며 거칠게 몸부림쳤다.
수백 개의 붉은 눈동자가 일제히 기억방울을 향했다.
"막아라."
"그 기억만은..."
연우와 봉인의 수호자가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푸른 검광과 은빛 검광이 밤하늘을 교차하며 검은 안개를 갈랐다.
쾅!
거대한 충격으로 숲이 흔들렸다.
하지만 괴물은 쓰러지지 않았다.
봉인의 수호자가 이를 악물었다.
"기억이 모두 열리기 전까지는."
"저것도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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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잔 안.
비아는 눈을 감았다.
은빛 빛살이 그녀를 감싸며 또 하나의 기억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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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 전.
요계 왕궁.
붉은 달이 떠오른 밤.
왕궁은 이미 전쟁의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멀리서 함성과 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은하는 어린 비아와 무명을 비밀의 방으로 데려왔다.
그녀의 품에는 작은 나무 상자가 안겨 있었다.
상자 안에는 은빛 기억방울이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비아가 울먹이며 물었다.
"언니."
"무서워..."
은하는 두 아이를 품에 안았다.
"괜찮아."
"내가 끝까지 지켜 줄게."
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맺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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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비밀의 방 문이 열렸다.
천검성군이 천천히 들어왔다.
갑옷은 피로 물들어 있었고,
손에 쥔 천명검에도 전투의 흔적이 선명했다.
그러나 그의 눈빛만은 흔들리지 않았다.
은하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오셨군요."
천검성군은 기억방울을 바라보며 말했다.
"시간이 없다."
그는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비아."
"무명."
"앞으로 너희는 서로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어린 무명이 놀라 고개를 들었다.
"왜요?"
천검성군은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기억하는 순간."
"두 사람 모두 죽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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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는 눈물을 흘렸다.
"싫어요."
"잊기 싫어요."
무명도 은하의 옷자락을 꼭 붙잡았다.
"같이 있을래."
은하는 두 아이를 꼭 안았다.
"그래서."
"내가 기억을 대신 지킬 거야."
그녀는 기억방울을 품에 안았다.
은빛 빛이 방 안을 가득 메웠다.
천검성군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말 후회하지 않겠나."
은하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아이들이 다시 웃을 수 있다면."
"제 기억쯤은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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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검성군은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은하."
"마지막 부탁이 있다."
은하는 고개를 들었다.
"말씀하십시오."
천검성군은 두 아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언젠가."
"내 환생과 이 아이들이 다시 만나면."
"기억을 돌려주게."
"하지만."
"그전까지는 절대로."
"기억방울을 열어서는 안 된다."
은하는 두 손으로 기억방울을 감싸 안았다.
"목숨을 걸고 지키겠습니다."
천검성군은 마지막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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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은하는 홀로 남아 기억방울 앞에 섰다.
그녀는 자신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내 기억."
"내 이름."
"내 웃음."
"모두 이 안에 봉인합니다."
은빛 빛살이 그녀의 몸에서 하나둘 빠져나와 기억방울 속으로 스며들었다.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렸다.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비아."
"무명."
"다음에 다시 만날 때는..."
"...꼭 행복해야 해."
그것이 은하가 남긴 마지막 기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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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아는 눈을 번쩍 떴다.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은하 언니..."
"모든 기억을..."
"...우리를 위해."
묘묘도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천 년 동안 아무도 그녀를 기억하지 못했던 것이구나."
무명은 떨리는 손으로 가슴을 눌렀다.
"은하..."
"난..."
"...당신을 잊고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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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잔 밖.
검은 괴물의 몸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
몸을 이루던 검은 안개가 조금씩 벗겨졌다.
그 안에서 드러난 것은,
갑옷을 입은 수많은 영혼들이었다.
봉인의 수호자가 충격에 휩싸였다.
"...설마."
"저것은..."
연우가 물었다.
"아십니까?"
수호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천 년 전."
"귀문을 막기 위해 스스로 봉인이 된 수호병들이다."
"저 괴물은."
"...증오가 아니다."
"...돌아가지 못한 영혼들의 집합체였다."
검은 괴물은 슬픈 울음소리를 내며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기억해..."
"우리를..."
그 울음은 적의 포효가 아니라,
천 년 동안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못한 자들의 절규였다.
연우는 천명검을 천천히 내렸다.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번 싸움은 단순히 검으로 끝낼 수 있는 전투가 아니었다.
잊힌 기억과,
잊힌 영혼을 구하는 싸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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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화 예고
## 제43화 ― 잊힌 수호자들
검은 괴물의 정체는 천 년 전 귀문을 막다 봉인된 수호병들의 혼이었다.
연우는 검을 내려놓고 또 다른 선택을 한다.
국수 한 그릇으로 시작된 객잔의 기적이,
이번에는 천 년 동안 떠돌던 영혼들에게도 닿을 수 있을까.
그리고 기억방울 속 마지막 봉인이 마침내 열리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