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동락(同居同樂)
글/해남 민다선
2007년에 개봉된 김태희감독의 동거동락이라는 영화가 있다. 23세 된 딸의 연애담과 48세 된 엄마의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이에서 성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남녀 간의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하는 약간 코믹한(?) 작품이다. 이혼녀인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딸 유진이의 연애 이야기를 통해 그리고 48세 된 이혼녀 유진엄마의 연애 이야기를 통해 서로 다른 세대의 서로 다른 방식의 연애와 성생활을 통해 사랑이 무엇인가를 간접적으로 묻고 있는 영화다.
사실 성이란 가장 보편적인 인간의 본능이면서도 입으로 꺼내면 상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성생활이 주로 밤에 이루어지는 은밀한 일이서일까. 아무튼 엄마와 딸 사이에서도 넘기 어려운 대화가 바로 성생활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이러한 약간 위험한 경계를 모녀가 드나들고 있다. 어찌되었든 결론은 성의 문란이 극심해지고 있는 세대에 “누구랑 자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자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닌가”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 동거동락 외에도 2000년 11월부터 2002년 5월까지 방영되었던 MBC 예능 프로그램 스타 서바이벌 동거동락도 있고 또 역시 같은 MBC에서 방영 된 무한도전 동거동락도 있다.
동거동락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장황하게 이야기를 늘어놓은 이유는 동거동락의 의미 때문이다. 동거동락은 뜻을 그대로 풀어쓰면 함께 살면서 기쁨을 함께 나눈다는 뜻이다. 위에서 열거한 영화나 프로그램에서는 어떤 뜻으로 동거동락이라는 타이틀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함께 살면서 또는 함께 게임을 하면서 즐거움을 함께 나눈다는 뜻으로 그러한 타이틀을 사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서바이벌 게임의 경우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면서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면 상대방의 탈락이 나의 행복이라는 공식이 성립되면서 그렇게 즐거움을 함께 나눌만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사실 동거동락이라는 말은 잘못된 사자성어이다. 동고동락(同苦同樂)이 바른 표현이다. 물론 위에서 말한 영화나 프로그램의 기획자가 이런 사실을 몰라서 동거동락이라고 했을 리는 없다. 그런데 실제로 동거동락이 옳은 표현인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영화나 예능프로그램의 영향도 조금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나는 그러한 문제점을 여기서 말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프로그램의 이름처럼 많은 사람들이 동거동락 하기를 원하고 있는 세태에 대하여 말하고 싶은 것이다.
얼마 전 지인의 아들 결혼식에 참석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주례가 주례사를 하는 가운데 "앞으로 두 분이 함께 살면서 기쁨을 함께 나누는 동거동락하는 부부가 되기를 빕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주례자의 정확한 의도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동고동락을 동거동락으로 잠시 착각한 것인지, 아니면 정말 기쁨만 함께 나누기를 원해서 그렇게 말을 했는지 말이다.
사실 우리 인생은 동거동락 만을 할 수는 없다. 특히 부부생활에서는 동거동락 보다는 오히려 동거동고(同居同苦)해야 하는, 정말 가슴을 아리게 하는 고통을 함께 나누어야 하는 일이 더 많은지도 모른다. 그런데 많은 부부들이 기쁨과 아픔을 함께 나누기보다는 기쁨만을 함께 나누려하기 때문에 사회적인 문제가 많이 발생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함께 살면서 기쁜 일이 있을 때는 서로 그 기쁨을 더 누리려고 하다가도 고통을 함께 나누어야 할 때는 애써 외면해 버리는 아내나 남편이 있다면 그들은 동거동락하는 부부이지 동고동락하는 부부라고는 할 수 없다.
진부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혼인서약에 보면‘기쁠 때나 슬플 때나 언제나 함께하기를 맹세합니까’라는 구절이 있다. 신랑신부는 씩씩하게 ‘네'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곧 이어 성혼성언문이 낭독되면 실질적인 혼인절차는 끝나는 셈이다. 나는 제자들의 주례를 할 때마다 이 구절에 특히 힘을 주어 묻는다. 진지하게 말이다. 그리고 물을 때마다 대답하는 신랑신부가 정말 진지하게 대답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래서 제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대답을 하는지 늘 궁금하다. 그저 식순에 있는 요식행위이니까 건성으로 대답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하면서 진지하게 대답을 하는지 말이다.
나는 부부가 함께 살면서 기쁠 때만 함께하려고 하는 동거동락 지향적인 부부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 이혼율이 높아지고 사회문제가 발생되는 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만일 혼인서약을 할 때 맹세했던 대로 동고동락하려고 하는 마음만이라도 그대로 간직하고 살아간다면 부부 간의 갈등은 대부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더욱 아름다운 사랑을 위해 그리고 행복한 미래를 위해 오늘 밤엔 부부가 서로 얼굴을 맞대고 동거동락이 아닌, 동고동락의 의미에 대해서 혼인서약을 하던 그 날을 추억하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4/25/2012/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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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흔한 말로 기쁨은 나누면 두배가 되고, 슬픈은 반이 된다고 하잖아요. 정말 슬픔일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난 것에 너무도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정말 좋은 글을 올려 주셔서 감동!!! 우리에겐 동거동고 할 사람이 필요한데 많은 사람들은 상대방만 동거동고하길 바라고 자신은 동거동락을 바라죠... .세상이 다 그래요...... 아픔은 오직 내 것일 뿐이죠...
좋지 않은일 상처가 되는일을 같이 나누다보면 그 만큼 정도 깊어지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다선님말씀처럼 요즘사람들은 상황에 따라서 자신의 이익을 찾는 사람이 많이지는 것 같습니다. 진정한 신의를 아는 사람들고 함께있다는 것이 너무도 행복합니다~!^^
동거동락이 아닌 동고동락하는 부부 그것이 진정한 부부의 의미인듯합니다. 기쁨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만 나의 슬픔을 진심으로 함께해주는 사람이야말로 세상에 하나뿐인 내 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