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와 효용
價値──效用
economic value and utility
어떤 대상이 인간과의 관계에서 지니는 유의미성을 의미하는 개념.
가치란 원래 인간 사회의 제반 영역에서 진·선·미 등을 비롯한 여러 가지 표현으로 설명되어왔다. 특히 벤담의 공리주의 등에서는 가치를 현실생활에 종합 적용해 실리·복지 등의 개념을 제시되기도 했는데, 이를 개인에게 적용하면 경제학에서의 효용(utility)과 거의 동일한 의미가 된다. 효용이란 재화를 소비해서 얻는 주관적 만족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경제학에서는 효용을 사람들이 자신의 행위를 평정(評定)하는 평가원리이자 평가결과·평가치라고 규정한다. 즉, 인간은 어떤 것이 더 큰 효용을 가져올 것인가를 기준으로 자신의 행위나
의사를 계획·결정·실행하는 행동양식을 나타낸다고 보는 것이다.
사용가치
경제학에서는 인간행위의 개념을 재화·용역을 사용·소비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재화나 용역을 사용하면 일정한 효용을 얻게 되므로 그 당사자는 당연히 그 사물을 '효용있는 것', '가치있는 것'이라고
여긴다. 경제학 초창기에는 재화나 용역이 원래부터 객관적 효용 또는 가치를 지닌 것으로 생각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가치의 개념을 '사용가치'(value in use)라 표현한다. 사용가치는 애덤 스미스이래 많은
학자들에게 핵심논제로 다루어져왔다.
어떤 재화·용역을 통해 효용을 얻는다면, 그것을 사용·소비하기 이전에는 그 효용의 크기를 곧 불만족의 지표로 볼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생각을 토대로 해서 재화·용역에는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기능이 있으며 그 기능의 크기나 강도가 곧 사용가치라고 주장되었다.
대부분 재화나 용역의 사용량은 측정해서 수치로 나타낼 수 있다. 따라서 효용의 크기도 수량으로 명시할 수만 있다면, 재화·용역 1단위당 얻어지는 효용의 평균치를 사용가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교환가치와 생산비
경제학에서는 가치있는 재화·용역을 획득하는 방법으로 ' 교환'과 '
생산' 2가지만을 상정한다. 왜냐하면 바라는 것을 뜻대로 얻을 수 있는 낙원이거나, 혹은 강탈·증여로 재화를 얻는 사회라면 경제학이라는 지식체계가 불필요하고 또 일반적인 분석·연구도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교환과 생산은 중요한 공통점을 지닌다. A재(財)를 얻고자 B재를 처분하는 것이 교환이고, 이와 달리 X재·Y용역 등을 생산요소로 사용해서 A재를 얻는 것이 생산인데, 이때 처분된 B재나 생산에 투입된 X재·Y용역은 모두가 본래의 사용가치를 지닌다. 따라서 교환이든 생산이든 어느 정도의 사용가치를 상실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또한 교환과 생산은 서로 얽혀서 이루어지는 과정으로, 각기 형식적인 차이만을 나타낼 뿐이다. 한편 교환과 생산과정을 통해 또 다른 가치의 개념을 생각할 수 있다. 교환이나 생산이 사람들의 자의로 행해지는 한, 결과로서 획득되는 사용가치가 그 과정에서 상실된 사용가치와 동등한 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점이다. 그럴 경우 상실된 가치와
획득된 가치는 서로 각각에 대한 다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A재 1단위를 얻고자 할 때 교환을 통해 처분되는 B재의 사용가치는 A재의 '교환가치'(value in exchange)라 할 수 있고, 생산에 투입되는
X재·Y용역의 사용가치는 A재의 '생산비'라 할 수 있다. 또한 A재의
교환가치를 사용가치 개념으로 나타내는 대신 A재 1단위와 교환된 B재의 수량으로 표현하면 숫자상으로 더 명확하다. 즉, 교환가치는 '상대가격'(relative price) 또는 '교환비율' 개념으로 대체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어떤 공통의 재화 또는 용역을 기준으로 해서 모든 재화·용역의 상대가격을 구하고 그것으로 교환가치를 대체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럴 경우 생산비 역시 생산물 1단위에 투입된 재화·용역의 교환가치총액으로 나타낼 수 있으며 똑같이 동일기준으로 삼은 재화나 용역의 수량으로 표시할 수 있다.
사용가치·교환가치·생산비 간의 괴리
사람은 가능한 큰 효용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한다. 따라서 교환이나 생산의 결과로 얻는 재화의 총사용가치는 그 대가로
포기한 총교환가치 또는 총생산비용을 초과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교환과 생산 가운데 어느 한 방법을 선택한다는 것도 그편이 반대의 경우보다 가치손실이 적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로부터 교환가치와 생산비의 괴리도 생각할 수 있다.
이처럼 사용가치·교환가치·생산비 간에는 괴리가 존재하며 그 크기는 일반적으로 사람마다 다르다. 이에 대한 분석은 스미스 이래, 특히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의 주요 관심사였으며, 더 나아가 이것이 초기 경제학의 발전을 촉진시켰다고도 할 수 있다. D. 리카도의 '차액지대설'(差額地代說) 등은 그 대표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
가치기준으로서의 노동
노동은 생산과정에 반드시 투입되는 가장 기본적인 생산요소이다. 따라서 모든 생산물을 그것에 투입된 노동의 집적으로 보아, 노동을 가치측정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이러한 근거에서 전개된 ' 노동가치설'연구는 카를 마르크스에 의해 그 체계가 완성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져왔다. 노동가치론은 가치가 사람들의 주관적 평가로 결정된다는
견해를 거부하고 가치를 '객관화'한다.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의와
평가가 있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