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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86년부터 러시아태생의 기타리스트 지망생이었던 DJ 디미트리(DJ Dmitri)와 오하이오에서 건너온 레이디 미스 키어(Lady Miss Kier)와 뉴욕의 클럽가를 전전하며 활동을 해왔던 이들은 일렉트라(Elektra)레코드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1집[World Clique](1990)를 내놓았다. [World Clique]라는 앨범 타이틀 만큼이나 잡식성을 가진 이들의 음악은 그 어떠한 이질적이며 배타적인 요소를 가진 장르간이라도 뭉뚱그려 섭취할 수 있는 소화력을 갖추고 있었다. 랩(Rap), 테크노(Techno), 하우스(House), 펑크(Funk), 엠비언트(Ambient)에 재지(Jazzy)한 면까지...
이들의 다양한 국적만큼이나 불분명한 국적의 퓨전양식은 물론이고 복고와 현대, 과거를 동시에 교차하는 극단적인 원색계열의 의상감각과 악서세리마저도'정의'라는 단어가 무색하리만큼 원칙이라는 바운더리를 철저히 파괴했다. 인종과 문화의 용광로라는 미국, 그 가운데서도 뉴욕이라는 다중문화의 도시가 양산하는, 고전과 현대 그리고 미래적인 테크놀로지까지 아우르며 형식과 비형식이 난무하는 가운데 벌어지는 자유로운 융합과 변태의 과정은 디 라이트가 'Groove is in the Heart'의 스매쉬 히트를 안고 창조적인 월드비트 메이커로서의 존재를 알리게끔 견인차 역할을 하였다.
[World Clique] 앨범에 참여한 아티스트들만 해도 쟁쟁하였다. 전설적인 밴드 팔리아먼트(Parliament)와 펑커델릭(Funkadelic)에서 베이스를 쳤던 붓시 콜린스(Bootsy Collins)와 섹소포니스트 마세오 파커(Maceo Parker), 프레드 웨슬리(Fred Wesley)가 트럼본을 연주해주며 이들의 장기인 펑키함을 앨범에 불어넣어주기도 했다. 또한 이스트 코스트의 재즈 랩을 대표하는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의 큐 팁(Q-Tip)이 참여하여 래핑을 해주기도 하였다.
[World Clique]로 인해 토와 테이는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2집 [Infinity Within]를 제작할 시점부터 마음은 이미 밴드를 떠나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독자적인 음악을 구축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소리와 비트에 대한 탐구에 비중을 두었던 디 라이트의 음악은 2집의 방향성을 사운드보다 메시지의 전달에 두었고, 앨범 전체에 사회 비판의 목소리를 가득 담은 저항적 리리시즘에 초점을 두고자했으며 이러한 변화는 창조적인 사운드메이커로서의 토와 테이와는 거리가 멀었던 것이었다.
관철되지 않는 자신의 음악의지는 자연히 솔로 캐리어로서의 새 출발을 종용하며 토와 테이는 95년 첫 번째 솔로 앨범 [Future Listening!]을 발매했다.
비교적 듣기 쉬운 청량한 보사노바를 현대적인 감성의 브라질리언 비트에 실었다. 이전부터 뉴욕의 재즈씬에서 깊은 영향을 받아왔던 토와 테이는 비트에만 집중된 관심을 [Future Listening!]에 표명하기 보다는 이지리스닝 계열의 보사노바를 주재료로 사용하여 제 3세계권 월드뮤직의 퓨전화를 목적으로 일렉트로닉을 재구성하고자 했다. 어떠한 상이한 별개의 재료들 간이라도 상관관계를 규정하며 부합지점을 찾아내는 토와 테이의 재능은 보사노바의 쿨한 맛을 가벼운 타격감을 가진 비트로서 예리하게 재생시켰다.
류이치 사카모토(Ryuichi Sakamoto)가 참여하여 피아노와 스트링등을 연주해주었으며 안토니우 카를로스 조빔(Antonio Carlos Jobim)의 색채를 느끼게 해주는 게스트 보컬리스트 베벨 질베르투(Bebel Gilberto), DNA 출신의 실험주의자 아르토 린제이(Arto Lindsay), 시부야 케이를 대표하는 피치카도 파이브(Pizzicato Five)의 마키 노미야(Maki Nomiya)가 참여하여 앨범의 품질에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98년에 발매한 솔로 두 번째 작품 [Sound Museum]은 무척이나 흥미를 유발하는 앨범이었다. 디 라이트 시절과 솔로 데뷔작인 전작을 포함해서 언제나 토와 테이는 파격성을 띤 게스트 섭외만으로도 앨범을 들어보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들었다. [Sound Museum]에는 호주의 섹시폭탄 카일리 미노그(Kylie Minogue)가 'GBI(German Bold Italic)'을, 이스트 코스트 출신이며 우스꽝스런 랩 스타일로 인기를 모았던 비즈 마키(Biz Markie)가 'B.M.T.'에서 래핑을 쏟아냈다.
2집은 수록곡 가운데 홀 앤 오츠(Hall & Oates)의 'Private Eyes'를 보사노바로 재해석하기도 했으나 전체적으로 전작 사운드의 메인테마였던 보사노바의 역할을 대거 축소시키며 토와 테이가 디 라이트 시절부터 해왔으며 추구해왔던 음악들의 심층적인 모습을 재현하고자 노력했다는 점이다. 더불어 2집은 복잡다단한 장르섭취의 재정의, 재분류 등의 리믹스 단계를 거치며 일렉트로닉 크로스오버의 궁극지점을 향하고 있었다.
이듬해 발매된 3집 [Last Century Modern]은 마치 일본출신 뮤지션들의 Various Artists 음반처럼 많은 이들이 참여했다. UA, 카히미 카리(Kahimi Karie), 차라(Chara), 아유미 오비나타(Ayumi Obinata) 외에도 거의 내수용 아티스트의 음반처럼 자국의 뮤지션들을 대거 기용한 것이 큰 특징이었다.
1집부터 이어져온 보사노바의 전통을 이어가는 'A Ring'과 아유미가 참여하여 드럼 프로그래밍이 멋들어진 'Angel'과 'Butterfly'에서는 드럼 앤 베이스의 정수를 맛보여준다. 또한 비스티 보이스(Beastie Boys)의 'Body Moving(Remix)'에서 래핑을 했던 위즈덤 라이프(Wisdom Life)가 'Funkin' for Jamaica'를 담당하기도 했다. 그리고 'Chatra'에서는 한국어가 등장해 큰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거의 3년여 만에 토와 테이가 신보 [Sweet Robots Against The Machine]과 한국판 [Best]를 발매하며 더불어 공연을 위해 한국에 찾아올 예정이다.
Avex라는 레이블로 이적 후 내놓게 되는 이번 신보는 '기계에 저항하는 달콤한 로봇'이라는 역설적인 주제를 가지고 있는 만큼 기계적일 수밖에 없는 자신의 음악을 휴머니티 가득한 음원들로 가득 채우고 싶었다는 느낌이다. 기계적인 요소와는 이율배반적인 '사랑'과 '자유'에 대한 갈구는 이 앨범을 관통하고 있는 토와 테이 자신의 의지라고도 판단해도 무방하다.
앨범 전체적인 모습은 내성적이며 자조적이다. 많은 게스트를 기용했던 전작에 비하면 현저하게 게스트들의 비중을 줄였으며 보컬파트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소리인 동시에 음악임을 주장하는 물질들 외에도 사소하게 들리는 소리의 파장들 하나하나에 까지 음악으로서의 상징성을 부여하는 섬세함을 발휘했다는 점이다.
또한 관심의 방향을 브라질에서 벗어나 인도네시아로 뻗치고 있다는 점이다. 수록곡 'Batik'은 인도네시아의 전통의상을 뜻하며, 'Manis'는 인도네시아어로서 'Sweet'이란 뜻이며, 'Pitamaha Bamboo'는 인도네시아의 발리에서 녹음한 곡이며, 'Tikus'는 '쥐'를 의미한다고 한다.
이번에 방문한다고는 하지만 조금 늦은 감은 있다. 또한 재일교포로서 그동안 그 흔한 프로모션 한번 하러 오지 않은 그가 섭섭하기도 했다. 그의 방문은 조금 더 빨랐어야 했다. 테크노라는 유행의 껍질을 쓰며 가수들이 국내를 휩쓸었던 당시 토와 테이라는 뮤지션은 분명코 일렉트로니카의 분명한 정의를 각인시키고 뿌리내렸어야 했다.
늦게나마 그에 대한 국내에서의 진정한 평가가 이루어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