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쓰는 말1-'간지난다'
교실에서 아이들하고 지내다보면 아이들 말을 많이 들을 수밖에 없다. 요즘 아이들이 쓰는 말을 보면 방송말을 따라 쓰거나 인터넷 같은 사이버 공간에서 쓰는 말을 일상에 그냥 쓰는 걸 자주 본다. 이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게 우리 말이 아니구나 싶은 말들이 많은데 너도나도 쓰면서 바로 잡으려고 하지 않는 말 가운데 하나가 '간지난다'는 말이다.
간지난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고 아이한테 물어보면 그냥 멋있다고 할 때 쓰는 말이란다. 사실 이 말은 일본말 ‘간지’(感じ, かんじ)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디자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옷이나 액세서리 따위에서 ‘일본 느낌이 난다’는 뜻으로 쓰기 시작한 말이 ‘멋지다’, '느낌이 좋다', '괜찮다'는 뜻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간지난다’는 일본말에서 온 말이지만 일상에서 보면, 분명한 뜻이 따로 없고 되고말고 아무 자리에나 쓴다.
아이들이 왜 이런 말을 예사로 쓸까? 텔레비전 오락 프로그램이나 인터넷 따위에서 이런 말을 아무렇게나 쓰니까 아이들도 자꾸 따라서 쓰기 때문이다. 우리 말이 뒤죽박죽되어 가는데다 워낙 병든 말 속에 살고 있어서 그런가 그만 그게 우리 말인 줄 알고 따라간다. 아이들한테 물으면 방송에도 나오고 동무들이 쓰니까 그냥 따라 쓴다고 한다. 못 알아들으면 저만 바보가 된다고 한다. 또래나 같은 일 하는 사람끼리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은 알겠다. 그러나 그런 말을 쓰는 사람과 쓰지 않는 사람을 가르거나 낮춰볼 마음으로 쓰는 때가 더 많아 안타깝다.
아이들 말과 글이 병들면 그만큼 삶이 병들었다는 말이다. 아이들이 깨끗한 말, 쉬운 말, 또렷한 말을 쓰도록 모두 관심을 가져야겠다. (2011. 6.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