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도 사랑-
통영 달아마을항에서 여객선이 출발한지 삼십여분.
작은 통통배 두엇이나 매어두면 딱맞을 앞마당만한 포구가 있는 연대도라는 작은 섬에 도착했다.
새파란 바다를 바라보며 통통한 딸래미 볼따구같은 수국더미가 한여름 담장 아래서 더러는 보라빛으로 익어가고 있었다.
가는 빗줄기에 백합은 탱탱히 고개를 치켜 들고 바라보는 낯선 이방인들에게도 자태가 사뭇 당당하다.
바람을 등진 옴팍한 산동네엔 좁은 골목들이 촘촘히 엮여 있고 대문 기둥마다 붙여진 독특한 문패가 시선을 끈다.
"잘생긴 신랑 이ㅇㅇ씨.키다리 각시 하ㅇㅇ님은 추자도에서 시집왔습니다.연대도 앞바다에서 가두리 어업을 하십니다."
정감이 넘치다 못해 읽는 이로 하여금 함박미소를 짓게 만드는 소갯말이다.
보아하니 글 좀 쓰신다는 분 솜씨가 틀림없다.
작은 식당 하나 없는 섬마을이다 보니 이장댁에서 준비한 소박한 점심을 나누며 배낭에 담아간 복분자술에 그곳 우럭회 맛이라니 나만 그럴까.
좋은 사람들과 지금 이곳에 있음으로 그저 행복하다는 생각 뿐.
비도 그치고 이섬의 비경중의 하나인 언덕 너머 몽돌해수욕장에서 원시의 벽화를 나름 해독하는 탐방의 시간도 의미 깊었다.
오후 두시 배가 들어 올때까지는 썰물이어서 고둥이나 멍게,성게를 잡으며 체험하는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다.
바닷물에서 직접 손으로 만지며 떼어낸 성게의 노란 알맛을 본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짭조름하며 고소한 그 맛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으리라.
함께 동행한 일행들의 얼굴에도 저마다 일렁이는 푸른 바다빛이 짙게 베어들었다.
뱃전에 오르려니 저만치 담장 아래 수국이 오후 바닷바람에 흔들린다.
동행했던 좋은 사람들의 들뜬 미소와 이 섬의 풍경들.
이별은 늘 기약없는 아픔으로 남는 것임을 오늘도 깨닫는다.
갯마을 냄새와 파도소리마저도 상처처럼 이제는 내 기억 어딘가에 깊은 흔적으로 새겨졌다.
작고 조용한 그래서 더 아름다운 섬마을에 다시는 못올 것에 대하여
훗날엔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난 많이 아플 것만 같다.
김만권
첫댓글 우선 등단을 축합니다. 멋집니다 갯마을 그곳에 가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김순연 시인님에게 배운 덕분입니다.
오히려 저가 많이 배웠답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다시 한ㄴ 번 축하합니다
ㅎㅎㅎ 새로운 감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