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소설 < 오직 두 사람>, 문학동네, 2017.
이 김영하의 중.단편 소설집은 지난 5월에 펴냈는데 10월말에 벌써 18쇄! 김영하는 온갖 상을 휩쓸고 많은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작가다. (어제 듣기로는) 근래에는 ‘알쓸신잡’이라는 TV 프로에 나와 입담을 과시해 더 잘 알려진 작가다. 소위 핫(hot)한 인물이다.
내가 이전에도 김영하의 이런저런 소설을 읽었겠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없고, 근래에 김영하의 장편소설인 <검은 꽃>(동인문학상 수상작)을 읽었었다. 일제강점기 초기에 가난을 탈피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 중남미로 이민을 가서 온갖 고생을 했던 우리 동포들의 이야기인데, 작가가 나름 사명의식을 가지고 현지조사도 많이 하면서 애를 썼지만 역사소설을 쓰기가 얼마나 힘든가 하는 한계를 보여주었고 그 때 나는 김영하의 그 노력을 ‘좀 안타깝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한해에 100권 정도를 꾸준히 읽는 다른 독서모임의 한 회원이 근래에 ‘김영하 뽀개기’를 하면서 김영하 소설을 전부 찾아서 섭렵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 때 그 회원의 ‘김영하 선택’이 김영하가 좀 낯선 나에게는 좀 의외였다. 그러고 보니 나도 1970년대 말 나의 대학시절에 국문과 다니는 누나의 영향을 받아 소설을 많이 읽었는데 그 때 언젠가는 대학도서관에 죽치면서 ‘박완서 뽀개기’를 했던 기억이 있다.
김영하의 이 소설들을 읽으며 느낀 점은 요리로 비유해 말하자면, 맛은 있는데 그 맛을 내는 데에 이런저런 조미료를 잔뜩 넣어서 맛을 냈다는 느낌이다. 물론 천연조미료일수도 인공조미료일수도 있지만. 각각의 소설에서는 아주 잘난 사람들보다는 그저그런 평범하고 찌질하고 특이한 이런저런 인물들이 등장하고, 결말은 깔끔하게 끝나지도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도 않는다. 하기야 그것이 보통사람들의 인간사가 아닌가??
이 책의 마지막 소설 “신의 장난”에서 지하감옥에서 빠져 나오려는 이런저런 시도들을 하면서 이런 말을 한다.
“현실적인 거죠. 전 왜 여기서 나가려고 그렇게 발버둥을 쳤을까요? 나간다고 더 나아질 삶도 없는데.”
또 “최은지와 박인수”에서
“그냥 감당해. 오욕이든 추문이든. 일단 그 덫에 걸리면 빠져나갈 방법은 없어. 인생이라는 법정에선 모두가 유죄야. 사형받은 죄수가 하는 말이니까 새겨들어.”
김영하는 이렇듯 인생의 비극적인 면을 잘 포착해 낸다. 김영하의 최고의 매력이고 장점이다.
그렇지만 김영하는 이런 저런 인물들을 등장시켜 스토리를 전개하는 솜씨가 소설을 잘 쓰는 기술자 같은 느낌이다. 각종 상을 타게 된 것도 이런 기술자(더 좋게 말하면 장인)의 솜씨를 인정받은 것이 요인이겠다. 그렇지만 김영하의 소설들은 ‘깊은 맛’이나 ‘토속적인 맛’은 별로 안 느껴진다. 각종 상의 심사위원들의 입맛에 알맞은 맛이랄까?
소설들이 한편에서는 표현이 재치가 있어 지루하지 않고, 문어체를 잘 살려 살아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극적인 소재(예컨대 바람피기는 것)들과 독특한 인물들을 등장시켜 긴장감을 유지시켜 주고 있다. 하기야 우리 주변에 이런 등장인물들보다도 더 특이하고 의외의 사건들이 많이 일어나지만 그것들을 포착하고 이야기를 꾸며내는 그런 김영하의 솜씨는 대단하다. 직관과 예단을 잘 활용하는 소설이라는 장르의 묘미를 잘 살린다고 할까? 그래서 상을 많이 탔겠지! 우리 누나의 소설을 보면 그 소재가 누나 주변에 있어 나도 주로 알고 있는 그런 소재를 사용했는데, 김영하의 소재 발굴은 한계를 없을 정도로 탁월하다고 할까??
이러한 실력과 성과는 그가 자라온 배경, 타고 난 소질, 학식(지식)과 이런저런 경험과 많은 노력과 갈고 딱은 수련의 결과이겠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후에 그 일이 너무 충격적이고 우리 사회의 적나라한 민낯을 본 것 같아서 많은 사람들이 부끄러워하면서 “잊지 않겠습니다!” 라고 다짐했는데! 지금은 많은 것들이 잊혀지고, 너무 오래 많이 거론되어 지겨워지기도 하는데! 그래도 김영하는 이런 식으로
“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한 일이 인생에는 엄존한다는 것. 그런 일을 겪은 이들에게는 남은 옵션이 없다는 것을. 오직 ‘그 이후’를 견디어 내는 일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면서 우리에게 인간의 한계와 소소한 (대수롭지 않고 자질구레한) 인생의 의미를 일깨워주고 있다.
저자에게 그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긴 호흡의 대작을 기대해 본다 ^-^
첫댓글 제가 김연수뽀개기도 해봤는데요(뭐 뽀개기 전문가는 아닙니다^^)약간 현학적인 느낌인 반면 김영하는 그런 거는 없는 거 같아요..
모쪼록 소설은 독자가 느끼는 만큼만 공감하고 받으면 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