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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1997년부터 초등학교에서 영어교과서로 영어를 교과로 가르치고 배우기 시작했다. 따라서 1997년 이전에 초등학교에 다녔던 나는 중학교에서 처음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당시 우리는 중학교에 진학하면 영어라는 새로운 과목을 배운다는 기대와 설렘(?)이 있었다. 그러나 막상 중학교에서 영어 수업이 시작되자 나는 현실의 벽과 부딪쳤다. 이는 우리 부모님의 확고한 공교육에 대한 신념이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즉, “공부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라고. 왜 학교에서 영어 수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미리 학원 등에서 배우냐고?”
하지만 당시에도 가정 형편이 웬만하면 중학교 입학 전에 나름 영어를 준비 했었다. 나는 교과서로 처음 영어를 시작해야 했었고 그 영어 수업이 너무 힘들었다. 특히 중학교 영어라 첫 몇 시간은 알파벳부터 배웠는데 한글 자모와는 다른 모양에다가 철자가 26개라고 하지만 대소문자가 있으니 실제로는 52개가 아닌가? 그 와중에 대소문자의 모양은 같고 크기만 다른 Cc, Ss같은 철자를 보면 얼마나 안심이 되었던지. 이미 철자 구분이 되고 단어도 꽤 알고 쉬운 문장도 읽는 친구들과 영어로 경쟁한다는 것은 너무 힘들었다.
내가 리터러시 교육을 전공하면서 decoding이라는 용어를 만났을 때 내 머리에는 52개의 알 수 없었던 기호들, 즉 나에게는 암호였던 철자들을 기억하고 해독하려고 고군분투 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래서 나름 영어교육에서 음성언어와 문자교육의 균형을 보다 체계적으로 생각하게 되었고, 교과서 저술에 참여하게 되었을 초기부터 이를 교과서에 반영하려고 노력했다.
요즘 아이들은 이미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이런 저런 방식으로 영어에 노출이 되어 웬만하면 알파벳 철자는 다 알고 있으니 첫 단원에 알파벳을 몰아서 가르치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하는 교과서 저자와 교사들이 꽤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의 학교에는 영어 선행학습이나 사교육은 고사하고 가정에서 부모의 지원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공교육은 선행학습을 해서 교육과정 수준을 훨씬 넘는 아동들의 기준에서 시작해서는 안되며, 누구를 위한 교육인지 좀 더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이제는 알파벳 철자를 몰아서 가르치는 것이 더 편하다고 하지 말자. 교사의 편리함도 중요하지만 교육의 중심에는 학생이 있으며 이들의 인지에 과부하가 걸려서는 안된다는 것을 생각하자. 우리의 교실에는 학교 밖에서는 어떠한 지원도 받을 수 없어서 공교육에만 의존해야 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