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16강 및 8강전 13~14일 유성연수원에서 속행 12월 결승 통해 21년 세계대회 사상 100번째 우승자 탄생
올 한가위에도 휘영청 보름달이 떴다. 세상사가 힘들어도 마음속을 풍성하게 밝혀주는 달이다. 10년 전이나 20년 전, 그보다 훨씬 이전과도 변함없는 그 달을 향해 소원을 빌곤 했던 소싯적 추억을 간직시켜준 보름달이다.
올해 세계바둑계는 기념비적인 한 해가 된다. 첫 세계대회가 출범한 지 21년 만에 대망의 100번째 우승자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보름달만큼이나 환한 빛을 낼 그 타이틀은 진화하는 기전 삼성화재배를 통해 배출된다. 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의 16강전 속행을 앞두고 그에 대한 전망과 100번째 타이틀 주변을 정리했다.
○… 세계의 별들이 다시 집결한다 '별들의 전쟁'으로 불리는 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의 불길이 다시 치솟는다. 다만 별들의 숫자는 32명에서 16명으로 줄었다. 이들은 오는 13일 다시 삼성화재 유성연수원에 다시 모여 16강전의 열기 속으로 빠져든다. 거기서 재차 살아남을 경우 이튿날 곧바로 8강전에 나선다. 14일 저녁쯤이면 패권 경쟁자가 단 4명으로 압축되는 것이다.
한 달 전 바둑대회 사상 최초로 시도된 더블 일리미네이션 방식의 32강전을 치른 결과 이변은 줄어들었고 강자는 살아 남았다. 16강의 나라별 인원은 한국 5명, 중국 10명, 일본 1명. 한국 부진, 중국 맹위, 일본 열세의 성적으로 나타났다.
출전자(3명) 자체가 적었던 일본은 그렇다고 치고 15명 참가한 한국이 13명의 중국보다 뒤지는 불균형을 보인 직접적인 원인은 6승 14패라는 한-중 맞대결의 결과 탓이다(16강 생존율은 한국 33%, 중국 77%). 따라서 한국으로선 설욕전도 겸해야 할 16강전이 될 수밖에 없다.
병력수에서 한국의 절대 열세는 어김없는 사실이다. 중국의 상위 랭커들이 전부 건재해 있다는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그렇긴 해도 우승 경쟁이 결코 ‘숫자 놀음’이 될 수는 없다. 예전에도 이보다 더한 그림이 여러 차례 있었고 한국은 보란듯이 정상을 밟았었다.
○… 남은 세력은 강하고 충분하다 5명의 태극전사 또한 믿음을 주는 강자들이다. 이창호ㆍ박영훈ㆍ최철한 9단은 큰 경기에 강한 큰 승부사이며(이 3명은 LG배 8강에 올라 있다), 송태곤 9단과 허영호 7단도 상승일로의 컨디션. 세계대회 우승 경력은 이창호 21회, 박영훈 3회, 최철한 2회이다.
한편 중국의 메이저대회 우승 경력자는 구리 9단(6회)과 창하오 9단(3회)으로 요약된다. 구리와 창하오가 16강에서 맞부딪치는 것도 중국으로선 달갑지 않다.
대진은 한국에 유리하게 짜였다는 평이 많다. 객관적으로도 이창호-딩웨이, 박영훈-왕야오, 송태곤-치우쥔의 상대전적은 한국선수가 공히 1-0으로 앞서 있다. 최철한이 천야오예에게 1-3으로 밀리고 있지만 올해 응씨배 우승자라는 사실만으로 만회가 되고 남는다. 허영호-저우허양은 첫 대결이다.
○… 역사적인 100번째 세계 타이틀 또 하나 올해의 삼성화재배에 더욱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세계대회 100번째 왕관을 놓고 다투게 될 기념비적인 대회라는 점이다. 1988년 후지쯔배 창설로부터 문을 연 세계대회는 20여년의 역사를 쌓아오면서 10개의 대회가 생겨났고 총 99회의 우승자를 배출했다.
나라별 우승 횟수를 보면 한국 60회, 일본 20회, 중국 18회, 대만 1회. 개인별 최다 우승자는 21회의 이창호 9단이며, 그 뒤를 이세돌 9단(12회)과 조훈현 9단(11회)이 따르고 있다.
다 같은 타이틀일지라도 100이라는 숫자가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야구의 100호 홈런, 축구의 100호 골 등이 더욱 주목받는 이치와 마찬가지다. 중국에서 열릴 예정인 11월의 준결승전을 거쳐 12월에 대망의 100번째 주인공이 탄생한다.
별들의 제전 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는 중앙일보와 한국방송공사(KBS)가 공동주최하고 삼성화재보험(주)가 후원한다.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초읽기 1분 5회). 우승 상금은 2억5000만원(준우승 700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