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재를 시작하며
내정정 외정정 아울러야 참다운 마음 안정
〈수심정경〉은 원불교 선법의 보충교서이다. 원불교 선법은 내정정·외정정 공부인 삼학을 병진하는 대승선법이다.
대승적 삼학 병진 선은 동하고 정하는 사이에 공적영지의 자성을 떠나지 않는 어느 때 어느 곳에서나 하는 무시선 무처선이다. 이는 마음을 정하고 고요하게 하는 정정(定靜) 공부로 한다.
정정의 공부는 대의를 세워 흔들림이 없게 하는 정(定)과 맑고 밝은 지혜가 나타나게 하는 정(靜) 공부이다. 정정 공부의 목적은 밖으로 경계에 흔들리지 않고 안으로 마음을 고요히 하여 허공 같은 마음을 가져 일월 같은 자성의 광명이 나타나게 하는 데 두고 있다. 〈수심정경〉은 내정정 외정정 공부를 자세히 밝힌 경문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내정정 외정정 선법을 밝혔다.
대종사 이순순(李旬旬)에게 물으시기를 "그대는 재가 공부(在家工夫)를 어떻게 하는가." 순순이 사뢰기를 "마음 안정하기를 주장하나이다." 또 물으시기를 "어떠한 방법으로 안정을 주장하는가."
순순이 사뢰기를 "그저 안정하고자 할 따름이옵고 특별한 방법을 알지 못하나이다."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무릇, 사람에게는 항상 동과 정 두 때가 있고 정정(定靜)을 얻는 법도 외정정과 내정정의 두 가지 길이 있나니, 외정정은 동하는 경계를 당할 때에 반드시 대의(大義)를 세우고 취사를 먼저 하여 망녕되고 번거한 일을 짓지 아니하는 것으로 정신을 요란하게 하는 마(魔)의 근원을 없이하는 것이요, 내정정은 일이 없을 때에 염불과 좌선도 하며 기타 무슨 방법으로든지 일어나는 번뇌를 잠재우는 것으로 온전한 근본 정신을 양성하는 것이니, 외정정은 내정정의 근본이 되고 내정정은 외정정의 근본이 되어, 내와 외를 아울러 진행하여야만 참다운 마음의 안정을 얻게 되리라." 〈대종경〉 수행품 19장의 내용이다.
영보국 가는 길, 정정수행의 공부 길
원불교 선법, 구체적으로 살펴 볼 터
내정정 외정정의 선법은 원불교 선법의 주체이다. 소태산 대종사와 정산·대산종사 모두 내정정 외정정 공부로 지혜총명, 솔성수도, 생사해탈, 육도자유, 신통묘술의 길(〈수심정경〉, 총명강요장)로 삼았기 때문이다.
〈수심정경〉은 정산종사(1900~1962)가 〈정정요론〉 상하권의 저본인 한문으로 된 〈영보국정정편靈寶局定靜篇〉 〈영보정관경靈寶定觀經〉 〈상청정경常淸淨經〉 〈통고경洞古經〉 〈대통경大洞經〉을 30여년 연구 정리하여 편수한 원불교 선서이다.
원불교 보충 선서는 〈불조요경〉에 보조 지눌의 〈수심결〉과 몽산 덕이의 〈휴휴암좌선문〉과 보우의 〈목우십도송〉이 있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선서가 정산종사의 〈수심정경〉이다. 다 같이 공적영지의 자성광명을 얻는 마음공부 길을 밝히고 있다. 〈수심결〉은 공적영지로 가는 정혜쌍수의 길을 알렸고, 〈휴휴암좌선문〉은 동정 간에 적적성성한 지선의 길을 알려 큰 깨달음으로 법을 삼는 길을 밝혔으며, 〈목우십도송〉은 공적영지의 자성광명을 얻는 과정을 밝혔다. 이에 〈수심정경〉은 공적영지의 자성광명을 몸으로 실행하고 마음으로 증득하는 법을 밝히고 있다고 본다.
원불교신문에 〈수심정경〉을 연재하게 해 준데 대해 감사를 드린다. 왜냐하면 〈수심정경〉은 소태산 대종사(1891~1943)와 정산종사가 초기 교단 교도 훈련 때 공적영지의 영성을 개발하는 선 훈련교재로 사용하였고, 초기 원불교 수행이 모두 이로써 선 공부를 하였기 때문이다. 대산종사(1914~1998) 또한 정정요론(定靜要論)인 〈수심정경〉으로 선 공부를 하였다. 대산종사는 어릴 때 선 공부를 회고한다.
"또 발심사(發心師)는 삼산종사(三山宗師)이시다. 선방(禪房)에서 〈정정요론〉을 대종사님 모시고 배우는데 막히는 것이 있을 때에는 삼산종사가 이끌어 주시고 발심나게 해주시어 우리 만대에 수양하는 길이 여기 있겠구나 생각되 발심이 나게 되었다"(〈대산종사법문〉제4집).
〈수심정경〉은 그동안 원불교 재가 출가 교도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선 수행서다. 그것은 〈수심정경〉이 순 한문으로 되어있고, 유·불·도의 수행 용어가 혼용되어 있어 일반적으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필자가 연구한 바로는 〈수심정경〉은 정산종사가 30여년 연마하고 정리하여 편저한 경문이다. 원불교 초기 불법연구회 때에는 일제 시대였고 교도는 얼마 안 되었지만 선공부하는 재미로 교단에는 생기가 돌았다. 이 공부로 수행을 하면 모두 도를 이룬다는 확신이 있었다.
주산종사(1907~1946)는 〈정정요론〉을 공부하면서 쓴 시조 '진경'에서 "영보국 가는 길을 누구에게 물었기에 남모르게 찾아온 이들 홀로 즐겁다 하더라(성가 109장)"고 노래했다. 영보국 가는 공부 길은 〈수심정경〉 정정 수행의 공부 길이다. 필자는 원불교 선법의 문헌적 고찰을 통하여 연구를 했다.
〈수심정경〉 연재는 한문으로 된 원문을 직역하고 설명하면서 원불교 선 수행의 길을 좀 더 구체적으로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선 수행에 많은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