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교사가 뽑은 ‘아웃리치 5계명’■
하나, 현지인을 무시하지 말라.
둘, 현지 문화를 이해하고 맞춰가라.
셋, 동정심으로 인한 과잉친절을 자제하라.
넷, 현지 선교사의 리더십에 순종하라.
다섯, 물질보다 마음으로 선교하라.
해마다 여름이면 단기선교팀들이 폭풍처럼 지나갑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단기선교를 가는 나라로는 단연코 몽골이 1위고, 2위가 캄보디아일 것입니다. 제가 몽골에서 사역할 때 여름에 몽골 사람들은 모두 휴가를 가고 텅빈 울란바토르를 한국에서 온 단기선교팀들이 교회를 채워주는 것을 보았습니다. 제가 사역하는 4년 동안 100개 팀이 거쳐 갔습니다. 그러면서 단기선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동안 선교사로서 할 수 없었던 실제적인 부분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떤 교회는 단기선교를 안 가면 마치 시대에 뒤떨어진 교회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서 해외여행인지 단기선교인지 구분되지 않는 팀도 있습니다. 하나님의 관심과 우리의 관심이 잘 맞지 않고, 현지에서 바라는 것과 선교팀이 바라는 것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단기선교에 대한 비판적인 고찰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계속해서 아웃리치를 갔는데 선교지에 해악만 끼쳤다면 그 아웃리치는 재고되어야 합니다.
모슬렘 지역에 교회를 개척한 단기팀
저와 제 아내가 몽골에서 몸담았던 사역지는 연세친선병원이었습니다. 현지에 있을 때 만난 단기선교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팀은 온누리교회 대청 요셉공동체와 다윗공동체, 차튼 아줌마팀 그리고 고대병원팀입니다.
요셉공동체팀은 3년을 계속 왔습니다. 올 때마다 시골마을을 섬겼는데 지속적으로 한 마을을 섬기면서 현지인들과 친해졌습니다. 그래서 그 교회가 굳건히 설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들어가기 전 5년 동안 많은 단기팀이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교회가 세워지지 않았습니다. 그곳에 있던 믿음 있는 사람들이 저희에게 와서 교회를 지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래서 교회를 시작했지만 사람들이 모이지 않고 흩어졌습니다. 그 이유는 전에 왔던 단기팀들은 좋은 의료장비를 가져와서 진료를 해주고 선물도 주었는데 그에 비해 우리 팀은 질이 떨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지인들이 여러 단기팀을 비교할 정도로 단기선교팀들이 그 지역을 오염시킨 것입니다. 현지인들의 인식을 새롭게 하는 데 매우 어려웠습니다. 눈물과 사랑으로 3년 동안 지속적으로 섬기면서 그 지역 사람들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다윗공동체는 카자흐스탄과 접경지역인 모슬렘 지역을 섬겼습니다. 교회도 없고 선교사도 없는 지역이었습니다. 3년 동안 꾸준히 섬겨 그곳에 교회가 세워졌습니다. 특히 이 지역은 겨울에 기온이 영하 40도 정도로 매우 춥습니다. 여름에는 단기팀들이 많이 오는데 겨울에는 한 팀도 안 옵니다. 그런데 다윗공동체에서 매년 겨울에 와서 청소년 캠프를 했는데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자 강한 성령의 임재하심에 따라 모슬렘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 지역에서 공식적인 첫 예배였습니다. 단기팀으로 시작해서 선교사도 없는 모슬렘 지역에 교회가 세워진 것입니다. 당시 다윗공동체에서는 12명의 지체들이 왔는데, 그중 3명이 장기선교사로 헌신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단기선교에서 하나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열매라고 생각합니다.
한 종족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
또 기억에 남는 팀은 4년 전 차튼족 사역을 함께한 JDS팀입니다. 온누리교회 역사상 유일한 대형사고가 발생한 아웃리치였습니다. 몽골의 소수종족인 차튼족은 산꼭대기에 겔(텐트)을 치고 살고 있습니다. 그 지역에 가려면 말을 6~10시간 정도 타야 하고 대여섯 개의 산을 넘어야 합니다. 매년 갈 때마다 젊은 팀을 데리고 가는데 그해에는 기도하는 중에 하나님께서 계속 여자 성도들로 구성된 JDS팀과 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순종하는 마음으로 함께 가게 되었는데 두 시간 정도 갔을 때 두 분이 말에서 떨어져 심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사역을 잘 마치고 내려오자마자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척추 안팎으로 골절된 상태였습니다. 급히 한국으로 후송했는데 그분들은 현재 후유증 없이 잘 지내고 계십니다.
왜 하나님께서 굳이 그 팀과 함께 가라고 하셨을까요? 차튼족은 최근 아마존의 눈물을 통해 알게 된 조예족처럼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종족입니다. 그들을 위해 누가 기도하겠습니까. 그때 차튼족을 만났던 JDS팀이 “우리는 평생 차튼족을 위해 중보기도를 하겠다”고 결단하고 지금까지 기도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과 하나님의 생각이 다름을 알게 한 팀이었습니다.
또 기억에 남는 팀은 제가 몽골에 가기 전에 몸담았던 병원의 지도교수님을 비롯한 의료팀 세 분이 추석연휴 동안 온 것입니다. 몽골에서 처음 복강경 수술을 시작할 때 매우 어려운 수술이라 겁도 나고 준비가 안 돼서 부탁을 드렸더니 오신 것입니다. 그 팀이 와서 3일 동안 30건의 수술을 해주셨습니다. 제게 수술을 가르쳐주시고 잘 세팅해주셨습니다. 그 뒤로 제가 수술을 잘 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작은 팀이었지만 제가 있었던 4년 동안 가장 도움이 되었던 팀이었고 깊은 교제도 나눌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관심이 있는 곳에 우리의 관심도 있어야
단기팀들이 선교지에 왔을 때 가장 좋지 않은 모습 중 하나가 바로 현지인을 배려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또 현지인들이 못 살고 못 배웠다고 무시하는 모습을 보면 선교사로서 가장 가슴 아프고 화가 납니다. 현지인들도 무시를 당하면 다 압니다. 그러나 선교사 때문에 참습니다. 그렇지만 믿지 않는 지역에 가서 그렇게 행동하면 선교사는 그 지역에 발을 디딜 수가 없습니다.
특히 노출이 심한 옷이나 과도한 액세서리나 화장으로 인해 현지 형제들이 시험에 들기도 합니다. 현지 선교사의 말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행동하는 팀들, 물질로만 승부를 보려고 하는 팀들, 현지인들에게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남발하고 가는 팀들, 사진에만 목숨 거는 팀들로 인해 선교사는 뒷정리하느라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게 됩니다.
단기선교사역을 할 때는 무엇보다도 동기가 중요합니다. 하나님께 순종하는 마음으로,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선교지를 돕겠다는 마음으로 가야 합니다. 내가 뭘 하겠다는 열정으로 가면 현지 선교사들은 아웃리치팀이 뭔가를 하도록 해드려야 하기에 억지로 사역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냥 하나님을 만나고 싶고, 배우고 싶은 마음으로 오시면 참으로 깊은 은혜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어떤 단기선교팀에 하나님의 기름부으심이 있을까요? 앞서 소개해드린 아웃리치팀처럼 하나님의 관심이 있는 곳에 우리의 관심이 있어야 합니다. 영혼에 포커스를 두고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나가면 하나님의 기름부으심이 있습니다.
저도 처음부터 몽골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지 않았습니다. 어느 순간 ‘저 영혼들이 불쌍하다’고 느껴지면서 정말 하나님의 마음과 클릭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여러분,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제게 주십시오”라고 기도해야 합니다. 아웃리치를 가서 너무 바쁘게 돌아다니지 말고 현지인들의 생활을 보십시오. 그들의 얼굴을 보고 눈을 보십시오. 그러면 어느 순간 하나님의 마음을 클릭하게 됩니다.
기도로 사역을 준비하시되 현지에 잘 맞는 사역을 준비해야 합니다. 이왕 물건을 가져갈 거면 현지인들에게 필요한 것, 선교사에게 필요한 물품을 준비해 가십시오. 특히 현지에서 구입 가능한 것은 현지에서 구입하십시오. 물론 한국 제품이 품질은 더 좋습니다. 그러나 현지 아이들의 눈높이만 높아져서 현지 제품을 쓰기가 어렵습니다. 구제품들은 현지에서 구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 예산도 줄이고, 짐도 줄일 수 있습니다. 선교사님께 구체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십시오. 어떤 선교사님은 아이가 아파서 누워 있는데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답니다. 그런데 단기팀이 갖고 온 과자 하나에 아이가 무척 행복해하면서 한 달 동안 먹었답니다.
우리가 아웃리치를 가는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하나님을 더 깊이 알기 위함입니다. 그 마음으로 갔을 때 그 지역을 열어주시고, 선교사님들을 세우시고, 우리를 통해 교회를 일으키실 줄 믿습니다.
-박관태 선교사(前 몽골 의료선교사 / 現 TIM 비거주선교사·고려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