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일의 역사를 말하다] <3>
369년에 야마토왜가 가야를 점령했다고?
임나일본부설은 극복되었나 ②
세상 바뀐 줄 모르는 강단사학계
남한 강단사학계는 75년 전에 일제가 패망했다는 사실을 부인하면서 아직도 조선총독부 직속의 조선사편수회에서 만든 역사관을 교리로 신봉하는 집단이다.
다만 자신들과 일본 극우파만 알아볼 수 있는 언어로 국민들을 호도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잘 알아채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수많은 사례 중의 하나가 2019년 12월 3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이 개최했던 ‘가야본성(本性)’이라는 제목의 가야 특별전이었다.
▲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했던 '가야본성(本性)' 포스터.
역사서 이름은 왜 축약했나?
이 가야 특별전의 연표(年表)에는 ‘369년’에 아래와 같은 사실이 있었다고 써놓았다. “369년 가야 7국(비사벌, 남가라, 탁국, 안라, 다라, 탁순, 가라) 백제·왜 연합의 공격을 받음(서기)”
369년에 백제가 왜와 연합해 가야 7국을 공격했다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가 ‘서기’라는 역사서에 나온다는 것인데, '서기'는 어떤 역사서일까? 여기서 ‘서기’란 일본극우파들의 성서인 ‘일본서기’를 뜻한다.
여기에 남한 강단사학계의 고민이 있다. 속으로는 ‘삼국사기’를 부인하고 ‘일본서기’를 신봉하지만 겉으로까지 ‘일본서기’만 믿는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서기’라고 모호하게 표현해 관람객들을 혼동시킨 것이다.
아비를 아비라고 부르지 못해서 ‘일본서기’라고 쓰지 못하고 ‘서기’라고 써야하는 남한 강단사학계의 슬픈 자화상이다.
▲ 국립중앙박물관의 가야 특별전 4세기 연표(年表). 366년 '가야 탁순, 백제와 왜의 교류 중개(서기)'. 369년 '가야 7국, 백제ㆍ왜 연합의 공격을 받음(서기)'.
366년에 백제가 야마토왜에 조공을 바쳤다?
가야 특별전 연표(年表)에 '366년 가야 탁순, 백제와 왜의 교류 중개(서기)’라고 써놓았다. 가야의 탁순이 백제와 왜 사이의 교류를 중개했다는 것인데, 이 ‘서기’도 물론 ‘일본서기’를 뜻한다.
('일본서기' 366년에 대한 내용은 밑에 있는 기사 원본에서 참조)
요약하면 백제 근초고왕이 철정(鐵鋌, 덩이쇠)과 비단 등을 바치면서 야마토왜에 조공을 바치고 싶다고 간청했다는 것을 ‘가야 탁순, 백제와 왜의 교류중계’라고 써놓은 것이다.
국가도 아니었던 야마토왜에 조공?
그런데 ‘일본서기’의 이 기사가 조작임은 쉽게 알 수 있다. 이 기사에 벌써 일본(日本)이란 나라가 나오지만 366년에 ‘일본’이라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국사기’는 신라 문무왕 10년(670)에 “왜(倭)가 나라 이름을 일본으로 바꾸었다”라고 말하고 있고, 중국의 ‘신당서(新唐書)’도 같은 해 “왜(倭)라는 이름을 싫어해서 국호를 일본으로 바꾸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일본이란 국호는 670년에 생겼는데, ‘일본서기’는 366년에 ‘일본’이란 나라가 있어서 백제에서 조공을 바쳤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군사 강국인 백제 근초고왕이 국가도 아닌 왜에게 철정(鐵鋌) 등을 바치면서 ‘계속 공물로 헌납하고 싶다’고 했다는 ‘일본서기’의 조작된 내용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연표에 버젓이 인용한 것이다.
369년에 가야 7국이 백제·왜 연합의 공격을 받았다?
과연 국립중앙박물관 연표(年表)대로 '369년에 가야 7국은 백제·왜 연합의 공격’을 받았을까? 먼저 '삼국사기'는 무엇이라고 말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삼국사기’는 369년 9월 고구려 고국원왕이 2만 군사로 공격하자 백제 근초고왕이 태자 근구수에게 군사를 주어 5천여 명의 목을 베었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같은 해 11월 근초고왕이 한수 남쪽에서 대대적으로 군사를 사열했는데, 모두 황색 깃발을 사용했다고 말하고 있다.
즉 ‘삼국사기’는 369년에 백제 근초고왕이 고구려와 싸워 승리를 거두고 황제의 깃발인 황색깃발을 사용하며 대대적으로 군사를 사열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럼 ‘일본서기’는 무엇이라고 말하고 있을까? ‘일본서기’는 369년에 신공(神功) 왕후가 아라타와케(荒田別)·모쿠라콘지(木羅斤資) 등에게 군사를 주어 “탁순에 집결해 신라를 공격해 깨트리고, 비자발·남가라·탁국·안라·다라·탁순·가라 7국을 평정했다”고 쓰고 있다.
이것이 일본 극우파들이 하늘처럼 떠받드는 가야정벌 기사이자 '임나일본부' 설치 기사이다.
누가 거짓인가?
‘일본서기’에서 말하는 가라 7국은 ‘비사벌, 남가라, 탁국, 안라, 다라, 탁순, 가라’이다.
그러나 ‘삼국유사’에서 말하는 가야는 6국으로서 숫자도 다르고 그 이름도 ‘금관가야, 아라가야, 고령가야, 대가야, 성산가야, 소가야’로 아주 다르다.
두 기사 중 ‘일본서기’가 거짓이라는 것은 역사학자가 아니라도 쉽게 알 수 있다. 369년에 야마토왜는 국가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본고대사를 전공한 도쿄대 이노우에 미즈사다(井上光貞)는 “4세기의 조선 문제의 초점은 남한의 변한 지역의 확보인데, ‘기기(記紀:일본서기·고사기)’에서 말하는 신라는 아직 조연이었다”면서 “따라서 신공 황후의 신라 정벌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공왕후의 신라정벌이 사실이 아니라면 임나일본부설은 입론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한 강단사학자들은 여전히 일본 극우파 역사관을 신봉하고 있고, 국립중앙박물관이 국민 세금으로 임나일본부설을 버젓이 전시하게 된 것이 광복 75주년을 맞은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이다.
▲ 신공왕후 삼한(三韓)정벌도. 신공(神功)왕후가 삼한을 정벌했다는 허황된 이야기가 지금 우리나라에 다시 퍼지고 있다.
https://www.kgnews.co.kr/mobile/article.html?no=589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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