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잠 좀 자자"… 제주공항 인근 9개 읍·동 주민, 생존권 보장 총궐기
14일 오후 6시 주민 300여 명…“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커퓨타임 즉각 도입, 방음창 및 냉방기 지원 현실화, 토지 매수 신속한 보상 이행 요구
제주국제공항 인근 지역 주민들이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극심한 항공기 소음 피해에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며 대규모 장외 투쟁에 나선다.
용담2동·이호동·도두동·외도동·애월읍·노형동·연동·용담1동·삼도2동 등 제주공항 인근 9개 읍·동 주민 8만여 명을 대표하는 소음대책위원회와 주민 300여 명은 14일 오후 6시 제주국제공항 출국장 3번 게이트 앞에서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는 총궐기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들 지역 주민은 그동안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가 '예산 부족'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주민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방관해 왔다며, 이번 집회를 기점으로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강력한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지목된 것은 단연 '야간 운항 통제 시간(커퓨타임)' 도입이다. 김포와 김해 등 타 지역 주요 공항의 경우 야간 소음으로부터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커퓨타임을 시행하고 있으나, 제주공항은 예외로 방치되면서 심야 시간대 이·착륙 소음이 주민들의 수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방음창 설치 사업의 더딘 속도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 공항공사가 추진 중인 방식은 연간 50호 수준의 설치에 그쳐, 전체 대상 가옥이 혜택을 받는 데 무려 80년이 소요되는 실정이다. 주민들은 이를 '생색내기용 면피 행정'으로 규정하고, 국비 보조금을 투입해 설치 물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동시에 노후 방음창 재설치를 법제화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폭염 속 찜통더위에 시달리는 주민들을 위한 냉방권 보장 대책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지난 2018년 이후 동결된 연간 20만 원의 전기료 지원금은 급등한 물가와 장기화된 폭염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에 주민들은 전기료 지원금을 40만 원으로 인상하고 지원 기간을 5월부터 10월까지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고장 시 수 주일이 소요되는 행정 편의주의적 A/S 관행을 깨고, '2일 이내 수리'를 보장하는 하자보수 원스톱 시스템 구축을 강력히 주문했다.
9개 읍·동 연합 소음대책위원회 고충민 위원장은 "똑같은 제주도민으로서 관광 산업이 가져오는 혜택은 함께 누리면서, 왜 공항 소음으로 인한 고통과 희생은 오롯이 인근 주민들만 감당해야 하느냐"며, "이번 시위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는 주민들의 절박한 외침이자 생존권 선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이번 총궐기를 시작으로 커퓨타임 즉각 도입, 방음창 및 냉방기 지원 현실화, 토지 매수 예산 확충 및 신속한 보상 이행 등 주요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강도 높은 대정부 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