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하는 손주 우진이 보아라
어제 너와 너의 엄마를 보내고 난 뒤
너의 엄마 우울해하는 표정에 마음이 아파 몇 자 적어 보낸다
돌이켜 보면 너가 세상에 태어난 날 너의 엄마 표정이 떠오르는 구나
힘든 고통을 견더내고 널 낳아 편안해 하던 모습
그 모습은 내 사는 동안 결코 잊지 않을 것 같구나
너의 성장을 지켜보며 즐거워하는 모습 또한 그랬지
할아버지도 너를 처음 본 순간부터 얼마나 기뻤던지 一
먼 후일 네가 할아버지가 될 때까진 넌 알지 못할게다
사랑하는 우진아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모든 게 때가 있단다
자야할 때
공부해야할 때
일해야할 때
쉬어야할 때
놀아야할 때
먹어야할 때 등등
그 때를 놓치거나 잃어버리면 후일 어떤 후회를 해도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고통을 격거나 운명이 바뀌는 일도 생긴다
특히 공부는 그렇다
돌이켜보면
너가 어린이 집에 다닐 때
원장님과 선생님이
너의 영특함에 칭찬하고 샘을 낼 때
내 얼마나 기분이 좋았던지
할머니나 엄마는 훨씬 더 했겠지
헌데 어느 날인가부터 늬 엄마의 얼굴에 수심이 끼고 할머니도 걱정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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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걱정이 앞서고
우진아
앞서 이야기 했지만 사람이 삶에는 때가 있단다
어릴 땐 잘 놀고 잘 자고 건강하면 되지만
자라면서는 공부도 하고 건강관리도 하고 주위에도 잘 어울리고--
더 자라면 군에도 가고 사회인이 되어 결혼도 하고 또 자식을 낳아 키우고 ---
허나 그 때를 잘못 지나면 다시 오지도 않지만
온다 하드라도 효과도 없고 열매도 없다고 난 생각한다
지금 너에게는 공부를 할 때가 아닐까 한다
공부란 게 참 힘들다 책상에 앉자있으면 온몸이 근질거리고 지루하고
졸리기도 하고 놀고도 싶고 또 여러 생각들이 쉼 없이 떠오르고
이걸 견더내야 하는데 힘들지
허지만 이게 공부하는 학생의 길 이란다
엊그제 입학한 것 같은데 얼마 있으면 방학이구나
금방 고3이 되고 대학가고 군대가고 할아버지가 느끼는 세월은
넘 빠른 것 같구나
우진아
내 사랑하는 손주 우진아
내 보기에 엄마는 너의 걱정에 잠을 설치는 것 같드라
물런 너도 열심히 하겠지만 앞으로 2년 정말로 열심히 그리고
후회 없이 공부에 메달리면 어떨까
그리고도 원하는 대학에 못 가면 헐 수 없지만
그래도 후회나 아쉬움은 없겠지
난 믿는다
너의 우수한 머리와 능력을 거기에 끈기만 더하면 바랄게 없으리라
우진아
다른 모든 건 대학에 간 다음으로 잠시 미루고 공부만 하면 어떨까
할아버지 친인척엔 서울대학교에 간 사람이
단 한사람도 없기에 너의 엄마나 삼촌이 다닐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엄청 있었는데 ----
우진아
할아버지가 앞으로 몇 년을 더 살지 모르나 살아생전 부탁이라면
너가 고등학교에서 후회 없이 공부를 했으면 한다
그리고 먼 훗날 너 스슷로 후회없는 고등학교 생활이였다고 만족해했으면
난 참 기쁘겠다
지나고 보니 후회된다고 하면 얼마나 아쉽니
내 어렸을 때 들은 이야기다
미국의 아이들은 중학교 때 고등학교는 에데 대학교는 어느 대학에 어느 학과 그리고 사회에 나가면 뭘 하겠다고 계획을 세운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시기에 그냥 웃고 말았는데 어느 날 그 말씀이 생각나 아 그래서 미국은 잘 사는가 하고 생각한 적이있다
그래 장래에 뭘 하겠다는 꿈은 꼭 필요하리라
우진아
내 사랑하는 손주 우진아
늬 엄마의 우울한 모습이 영 눈에 어른거려 잠을 편히 못자고 이 글을 쓴다
한번 분발해 멋진 우진이가 된다면 할아버진 정말 기쁘겠다
아니 후회없는 학창생활에 도전하는 우리 우진이가 그립다
피곤하고 힘들고 어렵겠지만 모든 걸 2년 후로 미루고 욕심껏 책장을 넘겨
너가 바라는 고교 생활이 되고 대학을 갔으면 한다
너의 엄마 아빠가 흡족해 하는 고교학창생활이 되길 바라는 맘에서 이 글을 쓴다
결과에 연연치 말고 진행에 최선을 다하는 우진이가 되길 할아버진 기도한다
늘 명랑한 우리 우진이 잘 있어라 사랑한다
할아버지가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