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연재- ⑨]
종로구 지방자치 30년사
“종로 지방자치 주도 세력 변천”
이 병기(정치학 박사)
<지방자치 서울시 의원들의 견해>
나재암 전 시의원 - 주민 권리와 평등의식 고양
이성호 전 시의원 – 풀뿌리 주민 정치는 일대 혁신
정창희 전 시의원 - 지역의 민주화로 변천하는 모습
지방자치 시대 서울시의원들은 모두 지방의회의 주역들로서 당연히 의회주의자인 정치인이다. 시의원들은 의정활동 그 자체가 정치라고 주장한다. 의정활동이 대부분 시의 행정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일이지만 시의원 자체가 행정을 담당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행정 공무원과는 전적으로 맥을 달리한다고 말한다.
이와관련, 2006년 서울시 의원을 지낸 나재암 전 의원(작고)은 “시의원 역할의 절반은 주민들과 대화하고 주민들의 민원을 살피는 일이기 때문에 풀뿌리 주민 정치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나 전 의원은 종로 지역의 토호 세력 일원으로서 활동하다가 종로 구의원과 시의원을 지냈다. 종로 지역에서 유력한 토호 세력층은 아니었지만 종로구 주도계층과 함께 지역의 특권과 권력을 누렸던 입장에서 전통적 주도계층의 토착 세력 일원이라고 할 수 있다. 나 의원은 따라서 지방자치 실시로 인해 나타나는 선거자치세력의 도전을 가장 힘들게 생각했다고 밝혔다. 나 전 의원은 선거자치세력의 등장이 기존의 기득권층에게 경종을 울린 것은 사실이라며 이는 지방자치의 풀뿌리 정치가 이룩한 지역 민주화의 한 단면이라고 평가했다.
나 전 의원은 지방자치 시대 이전보다 지금이 확실히 지역 주민의 권리와 평등의식이 높아졌으며 과거 토호들의 권위적 의식은 거의 사리진 실정이라고 고 평가했다. 물론 새로운 주도 세력의 등장이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며, 그에따른 주도 세력의 질적인 저하로 부작용도 엄연히 나타나고 있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지방자치가 낳은 지역의 주도 세력 변화는 확실히 지역의 민주적 발전에서 큰 계기를 이룬 것으로 평가를 했다.
특히 그 주도 세력의 변화가 주민들의 참여와 결정이라는 투표행위로 이뤄졌기 때문에 지방자치에서의 주도 세력 변화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바꾼 셈이라고 전했다.
또한 종로의 비지배 계층에서 주도계층으로 올라선 선거자치세력의 일원 인 이성호 전 서울시 의원은 지방자치 실시 이후 종로의 풍토를 토호들의 세상에서 민초들의 세상으로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이 전 의원은 “지방자치에서 풀뿌리 주민 정치는 지역을 일대 혁신하는 쾌거였다”며, 종로와 같이 전통적 토호 세력이 막강하면서 보수적인 동네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변화가 연출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전 의원은 서울대 학생회장을 지낸 운동권 출신으로서 맨 처음 종로에 입성했을 당시에는 지방 출신으로 젊은 30대 나이였기 때문에 종로의 주도층에 근접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선거운동을 할 때에도 동네 어른들이 얕잡아보고 무시하는 눈길이 확연했으며 주도계층의 일방적이고 억압적인 태도는 무척이나 버거운 부담이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따라서 지방자치에서의 시의원 선거가 지역의 토호들과의 전쟁이었으며 기득권층과의 한판 승부였다고 평가했다. 이 전 의원은 이러한 지역의 분위기가 지방자치 선거로 일대 변혁을 이룬 것은 결국 지역 민주화의 한 단면이며 주민의 자유와 평등의 권리 회복이었다고 진단했다.
이 전 의원은 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새롭게 동네를 장악하면서도 계속해서 기존 주도 세력과의 대결 국면을 벌였는데, 이는 주민들도 그동안의 차별과 불평등에서 벗어나 주민의 민주적 권리를 찾는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말했다. 종로구 최초 선거자치세력 중 한 명으로서 지역 민주화를 추구했던 자신의 주변으로 몰려드는 주민들 대부분이 그동안 지역에서 소외받던 사람들이라며 지방자치에서의 풀뿌리 정치는 그들에게 지역사회 참여를 유도하고 지역사회의 새로운 주도 세력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면서 신분적으로도 상승되는 결과를 낳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의원 스스로도 지방자치 풀뿌리 정치를 통해 지역의 주도 세력을 변화시키면서 자신의 정치적 영역을 넓히고자 노력했으며 그 기반으로 중앙정치권 진입을 추구했다고 회고했다.
“사실, 지방자치에서의 풀뿌리 정치인은 그 지역을 기반으로 중앙정치권 진입을 노리고 있기때문에 시의원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가 정치적 행보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의원은 그러나 중앙정치권의 독점의식은 의도적으로 지방정치를 폄훼하는 분위기이며 이러한 정서가 지방자치에서의 풀뿌리 정치인을 견제하고 은근히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방자치에서의 풀뿌리 정치가 주민들의 민주적 정치 권리를 일깨우면서 새로운 지역의 정치문화를 창출한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 우리나라 정치가 올바르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풀뿌리 정치의 건전한 육성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풀뿌리 정치로 고양되는 정치의 민주화 모습은 ‘하의상달’이라는 방식으로 중앙 정치문화마저 새롭게 개선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난 2006년 종로구 의원에서 서울시 의회 부의장으로 입성한 정 창희 전 시의원도 “시의원의 의정활동 대부분은 국회의원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활동”이라고 단언했다.
정 의원은 종로구의 전통적 토호 세력의 일원으로서 토착자치세력이 되어 종로구 의회에 입성했으며, 그 후 정치적 성장으로 서울시 의원에 당선됐다. 정의원은 “지방자치 실시가 주민 위주의 지역으로 발전하는 결실을 맺었으며, 지방자치로 인한 지역사회 변화는 곧 지역의 민주화로 변천하는 모습이었다”고 평가했다. <다음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