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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1.25 03:30
개불
▲ 뚱뚱한 지렁이를 연상케 하는 쫄깃한 개불. 지금이 한창 제철이랍니다. /위키피디아
얼마 전 인천시에서 수산물 양식장에서 나오는 찌꺼기를 개불 같은 동물 먹잇감으로 활용하는 연구를 시작했대요. 이 연구가 성공하면 맛과 영양이 있어 인기가 높은 개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죠. 개불은 몸길이 10~30㎝, 몸통 두께 2~4㎝ 정도 되는 바다 동물이에요. 늘어났다 움츠렸다 하는 길쭉한 몸에 눈·코·입도 없는 모습은 마치 뚱뚱한 지렁이를 연상케 해요. 실제 지렁이·갯지렁이 등이 속한 환형동물의 하나랍니다.
주로 갯벌의 조간대(밀물 때 물에 잠겼다가 썰물 때 드러나는 곳) 바닥에 굴을 파고 사는데요. 들어가는 구멍과 나오는 구멍이 따로 있어서 옆에서 봤을 때 널찍한 유(U) 자 모양이에요. 굴의 깊이는 얕게는 20㎝에서 깊게는 1m까지 된대요. 갯벌이 발달한 서해에 가장 많고 남해와 동해에서도 일부 볼 수 있는데요. 사는 곳에 따라 크기와 색깔이 조금씩 달라요. 남해안과 동해안에 사는 개불 몸 색깔은 주황색 또는 노란색에 가깝고 상대적으로 작은데, 서해안 개불은 검붉은 색에 가깝고 몸집도 더 크죠.
지렁이와 마찬가지로 개불도 눈이나 코, 귀가 없어요. 앞쪽 주둥이에는 입이 있고 반대쪽에는 항문이 있죠. 개불은 갯벌 진흙을 입으로 빨아들인 다음 그 안에 있는 유기물이나 플랑크톤, 동물 사체 등을 흡수해요. 나머지 배설물은 몸 밖으로 배출하는데, 이때 꽁무니를 구멍 밖으로 쏙 내놓고 똥을 눈 다음 다시 굴 속으로 들어갑니다. 꽁무니 주변에는 10여 개 털이 돋아 있고요.
개불은 한번 굴을 파면 좀처럼 나오지 않아요. 수명이 다 해서 죽을 때가 됐거나, 주변 환경이 심각하게 오염됐을 때에야 스스로 굴을 빠져나온대요. 개불의 굴은 진흙 바닥에 산소를 공급해줘 갯벌이 썩지 않고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요.
개불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살아가는 모습이 급격히 바뀌어요. 가을에서 겨울을 거쳐 봄으로 이르는 기간에는 먹이 활동도 활발하고 몸집도 커지는데요. 반면 여름이 되면서 따뜻해지면 활동이 급격하게 위축돼요. 특히 수온이 25도가 넘어가면 굴 속 깊숙하게 들어가 꼼짝도 하지 않고 먹이 활동도 중단해요. 몸집도 쪼그라들고요. 이런 기간을 '여름잠'이라고 해요. 그러다가 다시 가을철이 돼서 서늘해지면 움직임이 활발해져요.
개불은 이름 자체도 개의 고환처럼 이상하게 생겼다는 데서 유래했고, 서양에선 기피 생물처럼 취급하지만 식감이 쫄깃하고, 아스파라긴산 등 영양분도 많다고 알려지면서 양식 기술까지 개발되고 있다네요. 연중 가장 활동이 왕성한 11~2월 사이 잡은 개불이 가장 맛이 좋다니 지금이 한창 제철인 셈이죠.
정지섭 기자 도움말=조주현 아쿠아드림 대표·해양생물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