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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1.12
진보와 빈곤
▲ /위키피디아
우리는 땅에서 태어나고, 그 땅에서 난 것으로 살아가며, 그 땅으로 다시 돌아간다. 물질적 진보는 우리가 토지에 의존하여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바꾸지 못한다. 물질적 진보는 땅에서 부를 생산하는 능력을 향상시킬 뿐이다.
미국의 저술가이자 경제학자 헨리 조지(1839~1897·사진)가 1879년 발표한 '진보와 빈곤'은 1800년대 후반 최고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유명한 책이에요. 헨리 조지는 이 책 외에도 '사회문제의 경제학' '노동 빈곤과 토지 정의' 등의 책에서 인류의 빈곤 문제를 다뤘답니다. 그는 그중에서도 토지에 관한 문제를 깊이 연구했기 때문에 '토지 개혁가'라고도 불려요.
19세기 후반 미국은 빈부 격차가 심각했어요. 헨리 조지가 보기에 빈부 격차가 심각해진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땅'이었어요. 산업이 발전하면서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든 사람들은 살 집이 필요했어요. 수요가 많아지면서 땅값은 폭등했고, 많은 사람이 도시 빈민으로 전락했어요. 반면 소수의 토지 주인은 막대한 부를 얻게 됐죠.
땅은 더 이상 공급이 늘어나지 않는 자원이에요. 이 때문에 땅을 소유하고 있으면 노동자나 공장을 소유한 자본가보다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게 헨리 조지의 생각이었어요. 헨리 조지는 개인이 토지를 소유하는 토지 사유제의 폐해가 노예제의 그것과 비슷하다면서 토지 사유제를 "현대판 노예제도를 만드는 가장 커다란 사회악"이라고 비판해요. 그의 사상을 두고 사람들은 '조지주의(Georgism)'라고 부르기도 했어요.
빈곤 문제의 핵심에 토지 사유제가 있다고 생각한 헨리 조지는 그 해결책으로 '토지 가치세'를 주장합니다. 쉽게 말하면 모든 토지를 공동의 재산으로 삼자는 주장이에요. 인류 역사에 혁명이 여러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등장한 주장이 '토지 몰수' 같은 혁명적인 조치였어요. 하지만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아요. 이런 현실을 알고 있던 헨리 조지는 개인의 토지 소유는 인정하되 그 토지에서 나오는 지대(地代)는 모두 국가에 세금으로 내야 한다고 주장해요. 지대는 남의 토지를 이용하는 사람이 토지 소유자에게 지불하는 돈을 뜻한답니다. 헨리 조지는 이렇게 되면 지대 수입이 막대해져서 그 밖의 모든 세금을 없앨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땅값 상승으로 인한 불로소득만 막아도 나라 살림이 탄탄해지고, 빈곤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거예요.
'진보와 빈곤'은 출간 초기 빈곤에 시달리는 많은 사람에게 호응을 얻었어요. 하지만 그의 주장엔 과격한 부분이 적지 않았고, 자본과 노동을 중시하는 전통 경제학 이론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어요. 그럼에도 이 책은 산업화 시기부터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해법을 고민했다는 점에서 다시 읽어볼 만한 작품이랍니다.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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