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 올림픽 열렸던 강릉, 이번엔 '미래 교통 올림픽' 무대로
강릉시
10월 19일 '2026 강릉 ITS 세계총회' 개막
90여 개국 6만명 모여 미래 교통기술 시연
자율주행·로봇주차·AI교통관제 등 선보여
도심 곳곳에서 첨단 교통 기술 직접 체험
춘천=정성원 기자
입력 2026.09.28. 00:30업데이트 2026.09.28. 11:00
강원 강릉 올림픽파크 일원. 사진 앞쪽은 총회의 중심 역할을 할 강릉컨벤션센터.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주요 무대였던 이곳은 8년 만에 자율주행차와 주차·배송 로봇, V2X 등 세계 미래 교통 기술을 선보이는 무대로 다시 세계인을 맞는다. /강릉시 제공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의 함성이 울려 퍼졌던 강원 강릉시 강릉올림픽파크가 8년 만에 세계 미래 교통 기술의 무대로 바뀐다. 운전자 없이 도로를 달리는 자율 주행차, 빈 주차 공간을 찾아 차를 옮기는 로봇, 차량과 도로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통신 기술까지 미래의 이동 수단과 교통 기술이 실제 도시에서 펼쳐진다.
다음 달 19일부터 23일까지 닷새간 강릉올림픽파크 일원에서 ’2026 강릉 ITS 세계총회’가 열린다. 이번 총회의 주제는 ‘이동성을 넘어 연결된 세계로(Beyond Mobility, Connected World)’다. 국토교통부와 강릉시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총회에는 90여 개국에서 6만여 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여 개 국가·국제기구가 참여하는 장관 회의를 비롯해 학술 회의와 대규모 전시, 기술 시연·시찰, 비즈니스 프로그램 등이 이어진다.
ITS(Intelligent Transportation Systems·지능형 교통 체계)는 도로와 차량, 신호, 통신, 관제 시스템에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해 교통 흐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안전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낯선 용어처럼 보이지만 이미 일상 깊숙이 들어와 있다. 운전자에게 실시간 교통 정보를 알려주거나 긴급 차량 우선 신호, 자율 주행까지 모두 ITS 영역이다.
1994년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된 ITS 세계총회는 매년 아시아와 미주, 유럽을 돌며 열린다. 각국 정부와 기업, 연구 기관이 교통 정책과 신기술을 공유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는 자리여서 ‘교통 올림픽’으로도 불린다.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 서울, 2010년 부산에 이어 강릉이 세 번째다.
◇타이베이 꺾고 4년간 준비
강릉이 세계 최대 ITS 행사를 품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출발은 2020년이었다. 국토부는 그해 2월 2026년 ITS 세계총회 국내 유치 후보 도시로 강릉을 선정했다. 강릉은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을 치른 경험과 관광 도시라는 특성에 미래 교통 기술을 접목한 개최 구상을 내놨다.
최종 경쟁 상대는 대만 타이베이였다. 이미 두 차례 유치에 도전했던 타이베이가 세 번째 출사표를 던졌다. 국제적인 도시 인지도에서도 강릉보다 앞선 상대였다. 승부는 2022년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갈렸다. 국토부와 강릉시, ITS협회 등으로 꾸려진 유치단이 최종 제안에 나섰고, 강릉이 타이베이를 제치고 2026년 개최 도시로 선정됐다. 서울과 부산에 이어 국내 세 번째 개최 도시가 인구 20만명 남짓의 중소 관광 도시 강릉으로 결정된 것이다.
강원도 관계자는 “대도시가 아닌 강릉이 세계 총회를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평창 동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과 도시 전체를 미래 교통 기술의 무대로 만들겠다는 구상이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라며 “유치 이후에는 세계 총회를 치르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도시에서 ITS 기술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춰 준비해왔다”고 했다.
유치전이 끝나자 세계 총회를 위한 4년간의 준비가 시작됐다. ITS 인프라를 확충하고 교통·도시 정보를 통합 관리할 기반을 갖췄다.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총회를 알리고 조직위원회도 꾸렸다.
올림픽파크에는 총회의 중심 역할을 할 강릉컨벤션센터도 들어섰다. 지난달 26일 문을 연 컨벤션센터를 비롯해 올림픽파크 일대의 기존 시설과 전시·시연 공간이 하나의 총회장으로 연결된다.
◇자율주행차 달리고 로봇이 주차
이번 총회의 가장 큰 특징은 첨단 교통 기술을 전시장 안에 세워두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총회 기간 자율주행차와 로봇 주차, 스마트 횡단보도, V2X(차량·사물 통신) 등 다양한 미래 교통 기술이 시연된다. 자율 주행차가 실제 도로를 달리는 동안 차량과 도로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고, 로봇은 주차와 배송을 맡는다.
각각의 기술도 서로 연결된다. 도로와 차량에서 수집한 정보가 교통 관리 시스템으로 전달되고, 인공지능(AI)이 교통 상황을 분석해 다시 차량이나 이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보내는 식이다. 자동차 한 대의 신기술을 보여주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차량과 도로, 신호, 관제 센터가 하나로 움직이는 미래 교통 체계를 보여준다.
이동 방식 자체를 바꾸는 서비스도 선보인다. 철도와 버스, 택시 등 서로 다른 교통수단을 하나의 앱에서 검색하고 예약·결제까지 연결하는 ‘한국형 통합교통서비스(K-MaaS)’가 대표적이다.
전시장 밖에서도 ITS 기술을 살펴볼 수 있다. 참가자들은 강릉 도시정보센터를 찾아 교통 정보와 도시 데이터가 어떻게 수집·분석되고 교통 관리에 활용되는지 확인한다. 강원산불방지센터와 한국도로공사 교통관제센터 등도 기술 시찰 대상에 포함됐다.
강원도 관계자는 “자율 주행과 교통 관제 등 다양한 기술을 실제 도로와 도시 공간에서 선보인다는 점이 강릉 총회의 특징”이라며 “전시장 안의 기술을 넘어 참가자들이 강릉 곳곳에서 ITS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외 기업·기관 434개 전시 부스 꾸려
총회는 첨단 교통 기술을 둘러싼 비즈니스 무대이기도 하다. 각국 정부와 교통기관, 세계 ITS 기업과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국내외 기업과 기관은 모두 434개 전시 부스를 꾸린다. 현대자동차와 LG, 구글 등도 참여할 예정이다. 자율 주행과 AI, 교통 정보·관제, 스마트 주차 등 미래 교통 시장을 둘러싼 기술 경쟁이 한자리에서 펼쳐진다.
학술회의에서는 세계 ITS 전문가들이 AI와 미래 모빌리티 등 교통 분야의 현안과 기술을 논의한다. 국내외 우수 논문 449편이 선정됐고 총 193개의 세션에서 다양한 주제의 발표가 이어진다.
국내 ITS 기업에는 해외시장 진출을 노릴 기회이기도 하다. 각국 정부와 교통 기관 관계자, 기업인들이 한곳에 모이는 만큼 기술을 소개하고 사업 파트너를 찾는 비즈니스 매칭도 진행된다. ITS 세계 총회가 단순한 신기술 전시회가 아니라 정책과 기술, 사업이 동시에 움직이는 국제 행사로 꼽히는 이유다.
◇드론쇼·아이스쇼·기술시연·체험 무료 개방
총회는 교통 전문가들만의 행사로 끝나지 않는다. 총회 기간 드론쇼와 아이스쇼, 문화 공연, 소상공인 상생 마켓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다음 달 21일부터 25일까지는 강릉의 대표 행사인 커피 축제도 열려 총회 일정과 맞물린다. 세계 각국 참가자들이 회의장과 전시장뿐 아니라 강릉의 관광과 문화를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일반 시민도 미래 교통 기술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야외 부대행사와 기술 시연·체험은 무료로 개방된다. 전시회와 아이스쇼도 ITS 세계 총회 공식 홈페이지에서 사전 등록하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우상호 강원지사는 “평창 동계 올림픽이 강릉을 세계적인 겨울 스포츠 도시로 알렸다면 ITS 세계 총회는 강릉과 강원이 미래 교통을 선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세계에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총회가 끝난 뒤에도 기술과 인프라가 지역에 남아 도민의 삶과 관광, 산업을 바꾸는 자산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강릉
정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