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빙하를 떠나보내요… 세계 곳곳의 '빙하 장례식'
김윤정 기자
입력 2026.09.17. 19:41
요약
초등 저학년 이상분야/세계
지난해 5월 네팔 랑탕 유역에서 녹아버린 얄라 빙하를 기리는 장례식이 열렸다. 최근 네팔 대홍수가 시작된 지역이다./icimod.org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알프스산맥에 모였어요. 누군가 세상을 떠난 것도 아닌데 모두 고개를 숙이고 슬픔을 나눴죠. 사람들이 추모(追慕)한 대상은 바로 수천 년 동안 산을 덮고 있던 ‘빙하’였어요.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빠르게 녹아 사라지자 세계 곳곳에서 이른바 ‘빙하 장례식’이 열리고 있어요.
가장 유명한 사례는 아이슬란드의 ‘오크예퀴들(Okjökull)’ 빙하예요. 약 700년 동안 오크산을 덮고 있던 이 빙하는 기온이 오르면서 점점 작아졌고, 결국 빙하라고 부르기 어려울 만큼 줄어들었어요. 2019년 8월 연구자와 시민들은 산에 올라 빙하를 위한 장례식을 열었어요. 그 자리에는 ‘미래로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의 추모 동판도 세웠죠. 동판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고 있으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다”는 뜻의 메시지와 당시(當時)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인 ‘415ppm’이 새겨졌어요.
pizol2019년 9월 ‘피졸(Pizol)’ 빙하의 소멸을 기리기 위해 검은 옷을 입고 온 사람. /AFP 연합뉴스
한 달 뒤 스위스 알프스에서도 비슷한 장례식이 열렸어요. 주인공은 ‘피졸(Pizol)’ 빙하였어요. 1850년쯤에는 부피가 올림픽 수영장 약 6000개를 채울 만큼 컸지만, 2019년에는 약 99%가 사라졌어요.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회원 약 250명은 검은 옷을 입고 빙하가 있던 자리를 바라보며 추모했어요.
히말라야의 네팔에서도 지난해 ‘얄라 빙하’를 위한 장례식이 열렸어요. 이 빙하는 1970년대보다 약 66% 줄어든 상태예요. 연구자들은 빙하 앞에 추모비를 세우고 당시 이산화탄소 농도(濃度)인 ‘426ppm’을 기록했어요.
빙하는 원래 조금씩 녹고 움직여요. 하지만 최근에는 사람이 만든 온실가스로 지구 기온이 빠르게 오르면서 녹는 속도도 훨씬 빨라지고 있어요. 빙하 장례식은 단순히 얼음덩어리 하나를 떠나보내는 행사가 아니에요. 지금의 기후변화를 기억하고, 더 많은 빙하가 사라지기 전에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보자는 경고인 셈이에요.
빙하(氷河): 눈이 오랫동안 쌓이고 단단하게 눌려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된 것. 주로 남극·그린란드나 높은 산에 있으며, 아주 천천히 강처럼 흘러 움직인다. 한자로는 ‘얼음 빙(氷)’, ‘물 하(河)’를 써서 ‘얼음으로 된 강’이라는 뜻이다.
추모(追慕): 쫓을 추, 사모할 모
죽은 사람을 그리며 생각함.
당시(當時): 마땅할 당, 때 시
일이 있었던 바로 그때. 또는 이야기하고 있는 그 시기.
농도(濃度): 짙을 농, 법도 도
용액 따위의 진함과 묽음의 정도.
1. 사람들은 왜 빙하를 위해 ‘장례식’을 열기 시작했나요?
2. 오크예퀴들·피졸·얄라 빙하의 장례식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나요?
3. 사람들이 단순히 빙하가 녹았다고 알리는 대신 ‘장례식’이라는 방법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