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외국인 보호소에 다녀왔습니다.
우중충한 담장을 지나고 철문을 지나서야 도착한 그곳에서 오딜, 후센, 세르좆, 티무르, 로마,
오타벡을 만났습니다. 귀국길이 죽자~하고 가는 길은 아니기에 덤덤히 보내고 또 덤덤히 떠
나고 그럴 줄 알았는데 눈물 그렁그렁 맺혀 눈 한번 제대로 못 맞추는 친구 같은 동생들을 보
자니 못내 안쓰러웠습니다.
다행히 돈을 벌어가진 못하더라도 입국비용등은 다 갚았다는 말에 안도의 함숨을 쉬며 어쩜
쉽지 않을 ‘다음에 꼭 만나자’라는 약속을 하고 말았습니다.
잠시후면 지난 수년간 희망의 일터로 여겨왔던 한국을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됩니다.
그들에게 한국이란 곳이 어떤 곳이었는지 궁굼합니다.
복합골절 수술을 받고 고생타가 이제야 철심을 빼게 되었다며 촐랑거리는 웃음을 내 보이던
후센에겐 한국이 밉다는 조금은 진심이 담긴 투정을 들어야 했고, 아빠가 온다는 말에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들만 너무너무 좋아하며 반긴다는 오딜, 1년 뒤면 다시오겠다는 세르좆...
일요일 벼베기와 축구시합 잘했냐며 못내 아쉬워하는 오타빅, 몸도 좋지 않은데 또 다른
시작을 강요당하는 귀국길에 오르는 로마는 말이 없었습니다. 맨날 맨날 귀찮으리많큼 밝던
티무르도 이날만은 눈물이 맺히고 이제는 다시만날 수 없는 이별에 면회소를 떠나지 못하고
몇 번을 뒤돌아 봅니다. 덤덤히 보낼 줄 알았는데 그간의 정이 상당했었나 봅니다. 제대로
들리지 않은 칸막이 너머로 통화를 할 수 있을지 모를 전화번호를 여러개 받아 적고나서야
면회소를 나설 수 있었습니다.
불법체류자라는 멍에를 지고 지냈을 수년간의 기억에 그래도 여주이주민지원센터가 위로가
되는 친구가 되었기를 바라며 그들의 귀국길이 또 다른 희망을 준비하는 출발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