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블리비언oblivion] 2013
지구를 침략한 외계세력은 우선 달부터 파괴했다. 달이 반파半破된 지구는 지진으로 인해 폐허가 됐다. 더군다나 외계세력과의 핵전쟁으로 인간이 살 수 없다. 거대한 우주정거장으로 피신한 인간, 토성의 행성인 타이탄으로 이주한 인간, 그리고 지구에 남아 바닷물을 빨아들여 발전하는 설비를 지키는 잭 하퍼(톰 크루즈 분)와 빅토리아와 같은 몇몇 만이 남았다.
잭은 지구에 남은 외계 잔당을 없애는 드론을 수리하는 기사다. 관제센터에 있는 빅토리아와 커플로 호흡을 맞춰 일을 한다. 잭이 지상에 내려가 드론을 수리하는 동안 빅토리아가 본부와 통신을 하며 잭의 후방을 지켜주는 것이다. 그런데 잭의 머리 속에는 지워지지 않은 기억의 단편들이 떠오른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앞에서 만난 희미한 기억의 여인. 대체 누구이기에 자꾸만 잭의 기억 속에서 조각으로 살아있는지. 빌딩의 전망대에서 그 여인과 망원경을 본 듯한 기억도 난다. 매우 행복해하는 자신의 모습. 웬지 지금 호흡을 맞추고 있는 빅토리아에게는 정이 안간다.
어느날 우주로부터 비행선이 추락한다. 수면상태로 캡슐에 담겨져 있는 인간들을 드론이 파괴한다. 하지만 한 캡슐에 잭이 그토록 궁금해했던 여인이 잠들어 있다. 여인의 이름은 줄리아다. 기지로 데려와 줄리아를 돌본다. 어느날 지상으로 내려간 잭과 줄리아는 외계세력에 납치된다. 그들의 본거지로 끌려간 잭은 가면을 벗은 외계세력이 자신과 같은 지구인임을 보고 놀란다. 더군다나 줄리아에게 당신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 '줄리아 하퍼', 당신의 아내지요, 라는 대답을 듣고 더욱 혼란을 느낀다.
영화는 이 부분에서 반전을 보여준다. 잭이 알고 있던 외계세력이 지구인이고, 지구를 파괴한 세력이 외계세력이라는 사실. 그리고 지구인의 리더 말콤(모건 프리먼 분)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와 말콤이 잭에게 드론을 조정해서 우주정거장을 파괴해달라는 부탁까지. 한술 더 떠서 49호인 잭 앞에 똑같은 모습의 52호가 나타난다. 잭은 클론(복제인간)인 것이다. 생각하는 클론.
영화 [오블리비언]은 낱말 뜻인 '잊혀져 있는 상태'가 의미하듯이 잭 하퍼의 기억으로부터 실마리를 풀 수 있는 스토리를 갖고 있다. 그런데 그 스토리라는 것이 조그만 반전을 제외하면 관객들이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잭의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 줄리아의 모습처럼, [메트릭스]의 조각들이 떠오른다. 잭과 드론의 전투장면은 [스타워즈]를 연상케 한다.
SF 영화를 보면서 감동을 바라는 건 사치라 생각되더라도, [메트릭스]나 [혹성탈출]과 같은 영화를 통해 느낀 감동이 있기에 어쩔 수 없이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사치다. [오블리비언]에서 다른 SF 영화와 차별화된 것을 느낀다면 그건 매우 정성들인 화면이다. 참 아름답게 만들었다. 물론 재미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