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소통하기 영화처럼 글쓰기], 이대현, 김혜원 공저, 다할미디어, 2012.
이제 영화는 사람들 사이에 문화로 그 존재를 굳건히 하고 있다. 문화라기 보다는 음식이나 옷처럼 생활의 필수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10대 청소년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 아이들 둘이 제 엄마와 보고 왔으니 500만 대열에 단단히 일조한 셈이다. 또래들 사이에서도 대화의 소재가 될 것이니 만큼 '소통'의 매개체가 될 것이다.
비단 [은위] 뿐만아니라 조금 더 어렸을 때는 [슈렉], [마당을 나온 암탉]과 같은 영화를, 중학교에 올라오니 [완득이], [늑대소년], [7번 방의 선물]과 같은 영화를 본다. 그리고 짧지만 함께 본 영화를 가지고 대화한다.
또래집단 하고의 대화 뿐만 아니라 부모하고도 마찬가지다. 같은 경험이 있다는 건 그만큼 대화의 창이 열려 있다는 다른 말이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영화가 소통의 매개체가 되는 것은 맞다.
그렇다고해서 도서 [영화로 소통하기 영화처럼 글쓰기]가 영화를 통한 소통 가능한 사례들이나 방법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영화를 통해 감독이 혹은 영화 자체가 세상이나 대중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 하고자 하는가를 '소통'이라 말한다. 즉, 위에서 내 경험을 예로 든 것처럼 개인 간의 소통에 영화가 끼어드는 그런 사례는 없다.
이 책은 저자들의 영화평을 다룬 글이다. 2012년 출간 된 책이다보니 최신작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다양한 영화들에 대한 평을 수록했고, 한국영화에 대해서는 흥행에 관련된 분석까지 첨부해 놓았다.
나 역시 많은 영화를 본다. 이제 영화감상이 취미가 아닌 생활이 되었고, 일부 프로추어들은 자신들의 영화 편력을 글로 남김으로써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기도 하고, 방송 출연이다 잡지 기고다 해서 새로운 업業으로 삼기도 한다.
블로그를 통한 활동이 대세이다보니 그 쪽 방면에서도 많은 블로거들을 거느린 작가(?)들도 있다. 아마 이들도 조만간 자신의 영화 편력에 대한 글을 단행본으로 내놓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나 역시 조심스레 그런 희망을 가져본다. 내공이 10년 쯤 더 쌓이면.
책에는 총 35편(맨 마지막에는 <달콤한 인생>과 <사랑>을 함께 묶었으니 총 36편이라 해도 되겠지만)의 영화가 수록되어 있다. 이 중 내가 본 영화들을 중심으로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자아찾기는 동의하기어렵다.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철학적 색깔의 옷 입히기는 왠지 부담스럽다. 그 정도의 심오한 영화는 아니다.
<콘트롤러>, <인셉션>의 자유의지와 조작. 지금도 우리는 감시자의 눈길 속에서 살고, 제도라는 틀 안에서 조작되어지고 있다.
<머니볼> 사람이 만드는 기적. 스포츠 영화를 많이 거론했는데 특히, 야구 영화가 많은 듯 하다. <글러브> 역시 마찬가지다.
<킹스스피치> 상처 없는 영혼은 없다.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원작을 살려내지 못했다고 많이 질타한다.
<건축학개론>, <써니>의 추억. 글쎄? 저들처럼 살지는 않은 듯 한데.
<최종병기 활> 역사를 모티브로 하는 영화에서 정사를 찾는 건 의미 없다. <광해, 왕이 된 남자>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라스트 갓파터>는 심형래 1인극이다. 그런데 그는 찰리 채플린이 아니다. 시트콤이니 드라마가 아니라는 냉정한 평가다.
<화차>, <도가니>의 사회적 책임. 공감한다.
<완득이>의 소통. 멘토와 멘티에 대해 언급했는데, 그런 영화는 아니라고 본다. 그저 다양한 인간상을 보여줬을 뿐.
<마당을 나온 암탉> 저자가 칭찬할 만큼 잘 만들지는 못했다고 본다. 원작에 편승하려는 상업주의 아니었을까 싶다.
<이끼> 만화는 만화. 영화는 영화다. 만화가 영화보다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다.
<색, 계> 원작 소설의 [색/계]와 영화 <색, 계>의 문장부호 차이를 들여다 보았는데, 어렵다.
<더 로드> 반지의 제왕에서 멋지게 보였던 비고 모르텐슨이 아버지 역할. 영화 배경 만큼이나 우울했다.
이 외에도 한국영화 중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들을 언급했는데, 여자핸드볼을 다룬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여자 역도 <킹콩을 들다>, 스키점프 <국가대표>. 그리고 가장 많은 야구를 다룬 <공포의 외인구단>, <YMCA 야구단>, <슈퍼스타 감사용>, <스카우트>, <투혼>, <퍼펙트 게임> 등이 언급됐다.
[영화로 소통하기 영화처럼 글쓰기]에서 느끼는 내공은 정말 일반인과 프로의 차이 만큼 크다. 글솜씨면 글솜씨, 영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 영화 줄거리를 드러내지도 않고 전반적인 얘기를 끌고가는 힘 등등.
나는 언제쯤이면 저자와 같은 내공이 쌓일까? 자족하자. 난 단지 영화를 좋아하는 일반인이잖아.
종종 저자와 의견이 같을 때도 혹은 다를 때도 있다.
예컨대 [도가니]나 [화차]와 같은 영화에 대해서 사회적 책임이나 관심 등을 언급한 부분은 나의 동의를 쉽게 구하는 부분이었으나, [완득이] 같은 영화는 내 생각과는 반대되는 부분이 많았다.
영화 [완득이]에서 선생 동주와 문제아 도완득의 관계를 멘토와 멘티로 정의해주었는데 글쎄, 과연 누가 누구에게 영향을 주려하거나 받거나 하는 그런 관계는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중소기업 사장을 아버지로 둔 사회과 선생 동주는 자신의 믿음대로 세상을 살아가는 한 부류이고, 필리핀 생모를 부정하는 완득이의 삶도 자신의 인생인 것이다. 이런 두 사람의 관계를 굳이 멘토와 멘티로 엮은 건 동의하기 어려웠다.
또한 저자가 높이 평가한 [마당을 나온 암탉] 역시 나는 괜히 영화화했다는 생각이 강하다. 동화책으로서는 매우 드문 베스트셀러를 영화로 만듦으로써 상업적 흥행을 노렸다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원작자 황선미 작가가 준 감동을 영화는 조금도 따라가지 못했다고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모르겠다.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들 입장에서는 어땠는지.
도서 [영화로 소통하기 영화처럼 글쓰기]가 유용했다면, 우선 같은 영화를 봤더라도 서로 다른 느낌을 지닐 수 있다는 것과 영화의 줄거리를 장황하게 나열하지도 않고 몇 페이지의 영화평을 쓸 수 있구나 하는 글솜씨가 마냥 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