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문산 ㅡ 대전의 산 - 대전 옛도심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산으로 공원처럼 여겨진 곳이다. 짧은 거리지만 케이블카가 있고 자그마한 놀이기구 타는 공원도 있었으며 학생들 소풍장소의 대명사였던 그래서 산이라기보다는 큰 공원의 느낌이 나는 곳이었다.
하지만 도심의 변화가 일어나고 구도심으로 변한 상황에서는 공원보다는 친근한 뒷산의 이미지로 탈바꿈을 했다. 보문산성의 복원을 거쳐 소방도로를 확충하고 멀리 뿌리공원부터 능선길을 정비하여 둘레길로 만들어 대전의 중, 동구 주민들뿐 아니라 시민 모두가 즐겨 찾는 명색이 대전을 상징하는 산 중 하나로 거듭났다.
그런 보문산을 실로 오랜만에 찾았다. 거의 계족산 식장산 수통골을 자주 다니며 조금 타이트함을 즐길때는 계룡산 남매탑이나 삼불봉에서 관음봉까지의 능선도 타기도하곤 했지만 유독 보문산은 와 보질 않았다. 내겐 잊혀진 산이었는데 종종 어디 산에 가느냐는 질문에 보문산 얘기가 들려서 궁금증이 일었다.
막연히 어디서부터 시작할지도 모른채 집을 나섰다. 점심을 먹고도 한참 지난 시간이다.석교동근방에도 보문산으로 오를수 있다라는 흘려들은 말이 생각나서 무작정 그 쪽을 갔다. 묻는게 정답이다. 위쪽으로 가는 길이 있단다. 차로 갈데까지 갔다. 소원사가 있다. 그 곳에 주차하고 무작정 산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는 길이 없다면 그냥 둘레길만 돌다 올 작정으로 길만 따라 걸었다. 동네 할아버지 세 분이 말씀 나누시길래 보문산 가는 길을 여쭸더니 길따라 곧바로 가면 소방도로가 나오고 거기서 우회전해서 올라가면 된단다. 높이의 부담이 없으니 길 잃을 염려도 작다.
미지가 불안의 근원이다. 아는게 걱정이라면 그건 걱정이 팔자인 거고. 산은 매 번 그렇다. 알지 못하는 전진은 호기심을 동반한 불안을 딛고 나아가는 것이다. 산을 겁내는건 산을 오를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보문산은 친근하다. 하지만 산은 산이다. 길도 흙길에 낙엽이 쌓여 폭신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내려올때는 미끄럽다. 가파르거나 암벽은 없다라는 생각은 그릇된 것이었다. 보문산성으로 가는 구간은 분명 밧줄도 타고 네 발로 걷는 구간도 있다. 사람들이 거의 안 가는 구간으로 올라가기때문인지 일요일 낮에 산을 오르며 단 한명도 마주치지 않았다.
보문산성에 오르니 장대루엔 주말 나들이 산객이 꽤 있다. 올라올때 전혀 보지 못했던 사람들인데.. 건너편 시루봉이 이 산의 정상이다. 거리는 산성에서 1Km다 거의 고도차가 없는 능선길이어서 왕복 40분이면 족하다. 팔각정이 있지만 대전시내 전경을 보기에는 산성의 장대루만 못하다.
어느덧 해가 서산에 기운다. 건너편 식장산 계족산등은 멀리 시정이 선명하지 않다. 어제 내린 비의 영향이 별로 없다. 오를때의 길과 다른 코스로 내려가기로했다. 편안한 임도를 택했다. 내려가는 길이 무릎은 더 신경이 쓰이기에.
가로등에 불이 들어온 등산로 초입에 도착하니 깜깜한 저녁이 되었다. 총 세시간 반이 걸렸다. 사진찍고 막걸리 먹느라 이십여분 지체했으니 세시간정도 걸린 셈이다. 대전 둘레 산의 보통의 거리와 시간이다. 가족들과 부담없이 거닐기엔 계족산과 더불어 이 만한 산 없다. 대전 시민에겐 축복의 산인 것이다. 권하노니 한 번 즐겨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