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실들 마을 김영숙
달서구 도원동 아파트를 지나 녹지 보전 지역에 들어서면
양쪽으로 넓은 논이 펼쳐져 있고
사과 배 석류 대추나무가 집집마다 있는 곳
그 끝에는 옛 한옥 그대로 보리밥집인 한실들 마을.
큰 나무 대문에 들어서면
굴뚝에선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아궁이엔 장작이 탁탁 튀는 소리와
무쇠같은 가마솥엔 밥 뜸들이는 구수한 냄새가 난다.
이런 착각속에서 마당을 지나 쪽마루를 딛고 방안에 들어서니
여러 사람들로 북적대고 온돌방에 앉자
하염없이 옛생각에 눈을 힘차게 깜빡이지만
어느새 어린시절 살던 동네 남산동에 가 있다.
골목길에서 동네 아이들과 돌멩이 치마에 주워 담아 모여서 공기 놀이하고
기와 깨진것으로 땅바닥에 오징어 모양을 그려서 돌멩이를 한 발로 차서 땅 따먹기하며
내 키보다 훨씬 높은 고무줄 뛰기도 단박에 척 해내고
때론 미끌어져 엉덩방아 찧고 손 팔 다리 여러줄의 찰과상으로 피가 나도 아픈 것 잊고
하루 종일 해가 캄캄해지도록 놀던 기억들이 자꾸 자꾸 생각나던 날
친구와 저녁밥 먹으면서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해도 끝이 나지 않을 이야기들
아마 그 옛날로 돌아가고 싶은가 보다.
아마 내가 나이를 먹는가 보다.
첫댓글 우리들의 과거가 항상 좋은 기억들로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며 산다는 것은 인생을 아주 풍부하게 산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두렵기도 하지만 항상 상실감만을 뜻하진 않은것 같아요.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게 되고 감사하는 마음도 예전보다 많아지고, 헛된 욕심은 버릴줄 알게 되고...
해지는 저녁놀을 바라보면 아주 감동적이잖아요. 우리들 인생의 황혼도 아주 멋있게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삶이었으면 합니다. 우리 다같이 힘내자고요~
이 글을 읽으며 어린시절 방학 때면 가는 시골 이모집, 장이나 볼까나 하시며 과수원 한바퀴 돌아 오면 싱싱한 여러반찬거리를 한바구니 가지고와서 가마솥에 장작 때어 밥 해주시면 맛나게 먹고 개천에서 올갱이도 잡고 그리운 그 시절들의 추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네요 옛 추억을 더듬으며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