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동
오후의 기억만 있는 거리
기억의 풀밭에 눕고 싶을 때
누군가 머플러를 날리며 찾아와
기억 속의 나를 꺼내주기를 바란다
이 거리에 있었던 태양 다방
지금은 없다
칸타빌레, 클래식, 오아시스, 명문
그 많던 음악다방들이 다 사라졌다.
그러고 보니 그녀의 글썽한 눈도 없다
캄캄한 대낮에 이름만 태양이었던
구석에서 그녀는 눈물을 훔쳤다
그녀의 심장을 쓸고 간 차가운 먹물
먹물은 월남에서 전사한 내 친구다
먹물을 뒤집어쓴 그녀가
용두산 계단에 주저앉았다
치마에 오후의 햇빛이 젖어 내렸다
내 젊음을 삼킨 광복동의 밤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한다
네온의 불빛들이 만개한 벚꽃 같다
나는 그녀의 향방을 쫓다가
저 네온 사이 번진 벚꽃으로
그녀는 갔을 것, 막연한 생각을 한다
내가 없는 백년 후에도 이 거리에서
그녀는 빛의 분신으로 살아 있을 것
한동안 나는 빛의 하수인으로 서 있다
아내의 폐경 외 1편
무심코 아내의 닫힌 경을 더듬었다. 벌떡 일어난 아내의 홍조가 나를 노려봤다. 극비문서를
들킨 표정에서 바삭 마른 시간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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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펀 문학상
제8회 사이펀문학상 신작시 | 최휘웅-아내의 폐경 외 1편
사이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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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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